날씨가 너무 좋아서 정원에서 그림 그려요. 저는 그림책을 만드는 화가 소윤경입니다. 20여년간 일러스트레이터, 그림책작가, 화가로 활동해 오고 있습니다. 최근엔 '호두나무 작업실'이라는 수필집을 출간했어요. 많은 작가들이 독립출판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선뜻 활동을 시작하기 어려우리라 생각하는데요.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늘 새로운 모색을 하는 것이 작가의 일이기도 하죠. 많은 작가들이 앞으로 새롭고 즐거운 작업들을 많이많이 해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 소윤경
20여년간 출판계에서 일러스트레이터, 그림책 작가로 활동해오고 있는 작가 소윤경은 1인 출판을 계획하고 있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혼자 시작하는 것보다 마음맞는 작가들과 함께 진행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많은 젊은 작가들이 독립출판을 통해 데뷔를 하고 있는데, 정식으로 출판사와 계약을 하고 책을 내기도 하지만 우선적으로 자신이 만들어보고 싶은 책을 자유롭게 만들어서 시장과 소통해 보기 위해 좋은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이다.
작가는 "요즘은 출판사 편집자들도 부지런히 독립출판북페어에 좋은 작품들을 찾으러 다닌다"면서 "지금은 독립출판을 선보일 수 있는 여러 채널과 행사들이 있어 성향이 맞는 행사에 참여해 보면서 경험을 쌓아가는 것도 추천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북페어로 국내에서는 서울 일러스트레이션페어, 언리미티드에디션, 퍼블리셔스테이블, 서울 국제도서전에서도 독립출판 부스가 있다. 이런 북페어에 참여하기 위해선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북페어에서 인기있는 작가의 경우에는 높은 매출을 올리는 모습도 보게 된다.
해외에서도 굉장히 많은 페어가 있다. 북경, 타이페이, 상하이, 도쿄, 미국, 유럽 등 굉장히 많은 도시에서 독립출판 관련 행사가 있어 기회가 된다면 참가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지금은 코로나로 행사가 열리지 않거나 온라인 대체 많다. 그러나 앞으로 창작자들은 해외여행을 갈 때 이런 행사일정을 맞춰 가거나 북페어에 참여하며 여행도 함께 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만 하다.
■ 기성 작가, 독립출판 그림책을 만들고자 하는 이유
소윤경 작가는 "현역 작가로서 독립출판을 하지 않아도 책을 출간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는 편"이라면서 "작가로 활동해 오면서 함께 일해온 출판사도 많고 알고 있는 출판관계자들도 적지 않기 때문에 신인들처럼 책을 내서 데뷔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성 작가로서 독립출판을 굳이 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새로운 작업에 대한 열망"이라고 꼽았다.
기성 출판사를 통해서 그림책을 내게 되면 작가로서는 여러모로 편할 수 있다는 것. 그림책 더미북과 기획이 받아들여지면 편집자와 상의하며 책을 만들어 갈 수 있고 디자이너가 책을 아름다운 형식으로 만들어준다. 인쇄와 홍보 판매 등 모든 것들을 알아서 처리해 주기 때문에 작가는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다.
선인세라는 것을 받고 책이 판매되면 인세로 수입이 생기는 구조라 작품을 제작하는데 외에는 자비가 따로 들지 않는다. 대체로 작가는 저작권자로서 10% 정도의 인세를 받는 구조다.
그러나 독립출판을 할 경우 출판사에서 해주는 모든 일들을 작가 스스로 해나가야 한다.
소 작가는 "작업하기만도 바쁜데 그 많은 잡무를 일일이 어찌 다 처리할 수 있을까. 그러나 생각해보면 책이란 것은 그렇게 대단히 복잡한 공정이 필요한 상품은 아니다"라면서 "디자인 작업을 하고 인디고 출력이나 리소그래프를 통해 출력을 하는 일이 개인이 못할 정도로 복잡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출판사를 통해 옵셋인쇄기를 돌려 몇천부를 찍어내야 하는 출판이 아니기 때문에 소량으로 몇백부를 제작하고 부족하면 다시 찍어내는 일이라 개인도 충분히 해나갈 수 있는 정도의 일이라는 것.
■ 현실적으로 바라 본 독립출판의 장점과 단점
독립출판의 가장 큰 장점에 대해 소윤경 작가는 '기성 출판사를 통해 제작하기 힘든 형식을 실험해 볼 수 있다는 것'을 꼽았다.
작가는 "지금은 기성 출판사도 다양한 형식으로 그림책을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에 굳이 편을 가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독자들이 너무 낯설어 하지 않을 만큼의 책의 분량과 익숙한 주제와 스토리 구조를 파격적으로 바꾸기에는 쉽지 않은 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스스로 자신의 아이덴티티가 확실한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면 독립출판은 그런 면에서 아주 좋은 방법이라는 것.
소윤경은 "아무래도 기성 출판사를 통해 그림책을 출간할 경우엔 독자의 관점과 상품성 등을 고려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독립출판의 경우는 팬층이 다양하다 보니 독특한 작품들도 마니아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는다"면서 "오히려 평이한 작품보다는 독창적이고 용감한 작품들이 더 인기가 많기도 하다"고 말했다.
독립출판 북페어를 찾는 이들은 보다 새롭고 독창적이고 작가주의적인 작품들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작가와 독자가 직접 만나 소통할 수 있는 점이 독립출판의 장점 중 하나다.
독립출판의 단점은 무엇일까. 작가는 가장 큰 단점으로 '편집자나 출판사의 검열이 없다보니 작품의 완성도가 허술해 질 수도 있다'고 말한다.
소 작가는 "출판 경험이 적다보면 독자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자아도취적인 작업을 하기 쉽다. '예술이니까 타인들은 좋아하지 않아도 돼'라는 오만한 생각에 빠져 소통하기 어려운 작품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예술가들이 쉽게 빠질 수 있는 딜레마"라고 지적했다.
많은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 하는 단점은 수익구조가 생기기 어렵다는 점이다. 어렵게 자비를 들여 출판을 하고 판매를 하지만 소량으로 인쇄를 하다보니 제작비를 제외하고 나면 마진이 별로 남지 않는게 현실이다. 인터넷 주문을 받게 되면 포장과 택배비 또한 만만치 않다.
작가는 "판매한 금액을 다시 인쇄비로 쏟아붓게 되는 구조라 책을 판매해도 수익이 없는 상태가 반복된다"면서 "소량 출판의 한계"라고 말했다.
또한 "기성 작가의 경우에는 이미 출간해야 하는 작업 일정들이 밀려 있다보니 일정을 쪼개서 많은 잡무를 처리해야 해서 집중도 면에서 온전의 힘을 쏟아붓기가 쉽지 않은 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출판을 꿈꾸는 이유는 "소량인쇄본이고 소장용으로 구매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은 편"이라면서 "그만큼 요즘들어 책에 관한 세상의 관심이 많이 커지고 구매층들도 다양해지는 거 같다"고 말했다.
소윤경 작가는 "앞으로는 새로운 세대를 중심으로 독립출판 시장도 굳건히 자리를 잡아갈 것 같다"면서 "기성 출판사들도 다양한 시각으로 책을 출간해 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들 역시 무언가 새로운 기획과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면 그에 맞는 출간 형식을 생각해보라. 꼭 기성 출판사를 통해 책을 만들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또 반대로 독립출판을 통해서만 파격적인 새로운 작업을 해나가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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