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어스 Pick] 1인 출판 스테디셀러…삶의 평범한 존재들이 전하는 특별한 서사

권유리 기자 승인 2021.11.15 17:05 의견 0

"나는 매일 허공에 떠 있다. 때때로 닿을 뿐이다. 숱한 사람들 속에서 당신이 놓쳤고 내가 삼켰던 이야기를 안고 이제는 밖을 나서기로 했다." - '숱한 사람들 속을 헤집고 나왔어도'(2018) 중에서

"어떤 순간에도 당신을 삶의 엑스트라로 밀어두지 않을 것. 눈물처럼 쏟아지는 혼잣말을 주어다 어딘가 기록할 것. 그것이 위태롭게 달려온 당신의 삶의 증명이자 유일한 위로가 되어줄 거다." -'고요한 세계에 독백을 남길 때'(2019) 중에서

"삶의 조각인 줄 알았던 아버지, 당신이 내 삶의 바탕이었음을 깨닫게 된 그 순간, 당신만을 말하는 한 권의 책을 결심했다." - '거울 같은 당신께 겨울 같던 우리가'(2020) 중에서

편집(이미지 더블클릭)
(사진=리드어스 DB, 문장과 장면들)


'언젠가 머물렀고 어느 틈에 놓쳐버린'은 1인 출판물 가운데 오래도록 사랑을 받고 있는 책이다. 독립출판 베스트이자 스테디셀러로 꼽히며 저자 가랑비메이커의 유명세도 한껏 끌어올렸다.

자주 흔들리고 종종 잊혀지는 이름들을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가랑비메이커의 이야기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지극히 평범한 존재들을 서사의 주인공으로 데려온다.

■ 낡은 일기장 속 숨겨 두었던 가랑비메이커의 다섯 번째 고백

"왜였을까, 난 늘 그랬다. 주인공보단 주인공 친구의 절절한 짝사랑을 응원했다. 잘 보지도 않는 드라마에 간만에 꽂힐 때면 언제나 저조한 시청률의 것이었고 한 달에 몇 번이고 극장을 찾는 내게 경적을 울리던 건 아무도 모르게 오르고 내리던 영화였다. 이 애정의 출발은 묘한 동질감이었을 것이다."

이 책의 시작은 저자 가랑비메이커의 사랑과 이별의 고백으로 펼쳐진다. 저자는 "내 문장의 시작은 언제나 낡은 일기장 앞이었다"고 고백하면서 "어쩌면 내게 문장이라는 건 주어진 삶을 샅샅히 붙잡아 기록하기 위한 필사였는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편집(이미지 더블클릭)
(사진=리드어스 DB, 문장과 장면들)


한 줄의 문장은 새롭게 이어지는 다음의 문장과 새로운 의미를 더해갈 것이고 찰나의 장면 역시 그 뒤를 따르는 장면과 함께 새로운 전개를 데려오게 될 것이다.

'언젠가 머물렀고 어느 틈에 놓쳐버린'은 제목 그대로 지금까지 우리가 지나온 장면들 혹은 곁을 스쳤던 이들에게서 발견한, 조금은 특별하지 않은 추억들을 소환한다.

지극히 사소하게 느꼈던 찰나의 순간, 숱한 장면들의 연속, 결국 우리의 삶도 한 편의 영화이고 영화는 그러한 순간들이 모여 완성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삶을 되돌아보면 언제나 긴 여운을 남기는 것들은 언제 어디서든 만나고 헤어질 수 있다고 믿었던 사소한 얼굴이었고 낮고 조용한 공간이었음을. 그러나 그 조용하고 사소한 장면들이 단 한 번도 같은 얼굴을 하지 않는 건 각기 다른 삶의 의미가 담겼으리라.

편집(이미지 더블클릭)
(사진=리드어스 DB, 문장과 장면들)


가랑비메이커는 "그럴듯한 이야기보다 삶으로 이 책이 읽히기를 바란다"면서 "모두가 사랑할 만한 것을 사랑한다면 나 하나쯤은 그렇지 않은 것을 사랑해야 한다고 믿는다. 사람과 사물의 정면보다는 측면에서 끝없는 서사를 발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짧은 서사만으로 마음을 붙잡아두는 영화 속 장면과 대사처럼. 이 책은 평범한 사람들, 보통의 서사의 조각들"이라고 설명했다. 언젠가 머물렀지만 어느 틈에 놓쳐버린 그때, 거기의 장면과 이야기들이 당신의 곁을 스치는 의미를 향하여 번져가기를 바란다는 말과 함께.

저작권자 ⓒ 리드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