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3분의 1이 갖고 있는 놀라운 능력

<회복탄력성> 연세대학교 김주환 교수

윤아름 기자 승인 2024.01.05 13:40 의견 0

크게 기업을 일군 리더들의 과거는 탄탄대로였을까요? 실패로 인해 역경을 맞이하지 않았던 리더들은 없었을 것입니다. 이들은 실패에 좌절하지 않습니다. 실패를 원동력 삼아 더 높이 튀어 올랐을 것입니다. 즉 회복탄력성을 십분 이용했을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회복탄력성은 자신에게 닥치는 온갖 역경과 어려움을 오리혀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힘입니다. 성공은 어려움이나 실패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역경과 시련을 극복해낸 상태를 말합니다. 떨어져본 사람만이 어디로 올라가야 하는지 그 방향을 알고, 추락해본 사람만이 다시 튀어 올라가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듯이 바닥을 쳐본 사람만이 더욱 높게 날아오를 힘을 갖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회복탄력성의 비밀입니다.

우리의 삶은 온갖 역경과 어려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물론 행복한 일도 있지만 그보다는 힘든 일, 슬픈 일, 어려운 일, 가슴 아픈 일이 더 많다. 불행한 일은 항상 행복한 일보다 양도 더 많고 질적으로도 강도가 더 센 것처럼 느껴져서 우리를 좌절하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다행히 우리 모두는 인생의 역경을 얼마든지 이겨낼 잠재적인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한 힘을 학자들은 회복탄력성이라고 부릅니다.

성공을 위해서는 반드시 실패가 필요한 법입니다. 역경으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졌다가도 강한 회복탄력성으로 되튀어 오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원래 있었던 위치보다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갑니다. 그야말로 실패를 원동력으로, 오늘의 아픔을 내일의 기쁨의 원천으로 삼는 셈이지요.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이상묵 교수 (사진=서울대학교 홈페이지)

■ 전신마비를 극복한 한국의 스티븐호킹, 서울대학교 이상묵 교수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이상묵 교수님의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이 교수는 국비 장학생으로 MITj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전도유망한 해양지질학자였습니다. 첨단 해양탐사선 온누리호의 수석과학자로서 전 세계 바다 곳곳을 누비며 세계적인 학자들과 여러 공동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과학자이면서 동시에 탐험가였습니다.

한창 일할 나이인 45세 되던 2006년 여름, 이상묵 교수는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과 공동으로 야외지질조사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는 머나먼 미국 땅에서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를 당하고 맙니다.사고 3일이 지난 후 그는 의식은 회복했지만 눈만 깜빡일 수 있을 뿐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전신마비 상태였습니다. 결국 그는 목 아랫부분을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전신마비 장애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세계가 좁다며 5대양 6대주를 탐험하며 연구하던 그에게는 치명적인 역경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상묵 교수는 현실을 냉정하고 정확하게 판단했습니다. 처지를 비관해 우울해하거나 현실을 부정하려 하지 않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보통 전신마비 환자들은 자신에게 일어난 불행을 부정하며 사실로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평균 3년 이상이 지나야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비로소 현실로 받아들이게 된다고 하네요.

그러나 이 교수는 처음부터 자신에게 닥친 불행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으며 6개월 만에 일상생활에 복귀하는 놀라운 회복탄력성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는 전동 휠체어에 몸을 실은 채 학교로 복귀해서 강의와 연구에 몰두하고 있답니다. 여전히 입만 움직일 수 있는 그는 노트북과 연결된 구강용 마우스로 프로젝터 스크린을 작동하여 강의를 합니다. 이런 역경 속에서도 이 교수는 재활 경험과 긍정적 인생관을 담아 책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뉴욕타임즈’ 등 세계 언론이 그를 주목했으며, 스티븐 호킹 등을 대중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노바 채널에서 그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연세대학교 김주환 교수에게 “사고 때문에 오히려 더 마음이 편해진 면도 있습니다. 할 수 없는 일에 매달리고 집착하기보다는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사고 후 5년이 지난 2010년 말에는 KT와 함께 중증장애인용 IPTV를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처럼 손발을 전혀 사용할 수 없는 장애인들이 주변의 도움없이 구강용 마우스를 사용해서 TV를 켜고 채널과 볼륨을 조절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이상묵 교수는 “나에게 닥친 사고를 불운의 시작이라고 보지 않고, 몰랐던 다른 세계를 볼 수 있는 세로운 인생 방향의 전환”이라고 역설했습니다.

인구의 3분의 1 정도는 인생 역경에 대해 강한 내성을 지니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사진=픽사베이)

■ 회복탄력성, 특별한 사람들만 갖고 있는 ‘축복’인가?

그렇다면 이상묵 교수와 같이 강인한 회복탄력성을 보이는 사람들이 아주 특수한 경우일까요?

대략 인구의 3분의 1 정도는 인생 역경에 대해 강한 내성을 지니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즉 세 사람 중에 두 사람은 역경이 닥치면 무너지거나 주저앉을 가능성이 높은 반명 나머지 한 사람은 꿋꿋이 이겨내고 더 큰 성장과 발전을 이뤄낸다는 뜻입니다.

회복탄력성을 높이려면 내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을 보다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뇌가 필요합니다. 무의식적인 수준에 자동적으로 내가 겪는 경험에 긍정적인 스토리텔링을 해주는 ‘기억하는 자아’가 필요한 것이지요. 이러한 긍정적이고도 회복탄력적인 뇌는 훈련을 통해서 얻을 수 있습니다. 나에게 일어나는 크고 작은 고민거리나 어려운 일들을 순간순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대처할 수 있는 습관을 들여야만 합니다.

지식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배움을 통해 얻어지는 명시적 지식과 익힘을 통해 얻어지는 암묵적 지식이 있지요. 명시적 지식은 머리로 배우는 것이고 암묵적 지식은 몸으로 익히는 겁니다. 예를 들어 피아노, 태권도 등과 같이 반복적인 학습과 훈련을 통해서 몸에 체득해야만 하는 지식을 말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뇌신경들 사이에 보다 더 단단하고 견고한 신경연결망이 새로 형성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특정한 행동이나 사건에 뇌거 거의 자동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새로운 신경만 구조를 잘 만들어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런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는 부단한 훈련과 연습이 필요합니다.

훈련은 뇌를 재-회로화 시키는 일입니다. 부정적인 사건에 긍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뇌의 반응 기체를 바꾸는 일입니다. 즉 당신의 뇌를 긍정적인 뇌로 만드는 일입니다. 이러한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반복적인 훈련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훈련은 우리의 뇌가 원하는 방향으로 우리의 몸과 마음을 저절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이것이 바로 긍정성을 훈련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3주가량 꾸준히 노력하면 특별히 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뇌가 내게 벌어지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좋은 방향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습관이 들기 시작합니다.

3개월 정도 지나면 회복탄력성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사진=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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