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작가] 김금희 "우리가 문학을 읽는 건 진심과 통하기 위해서"

김경오 기자 승인 2021.10.01 19:00 의견 0
사진=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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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이런 작가들이 있다. 자신이 쓰는 작품을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자신의 작품 세계는 일반 대중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치밀하고 복잡다난한 범주에 속해 있기에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그런 이들과 정반대편에 서 있는 이가 김금희 작가다. 그간 보통의 연애, 친숙한 삶의 끄트머리를 잡고서 또다른 세계를 창조해왔던 그는 누구보다 작가란 대중에 자신의 작품을 보여줘야 하는 사람이며, 작가가 써낸 작품을 최종적으로 완성하는 것이 독자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가 보여주는 세계는 익숙하고도 애틋하며 친밀하고도 따뜻할지 모른다.

김금희 작가가 5일 네이버 ‘작가의 본심’을 통해 독자와 만났다. 여느 때와는 조금 다른 내용으로 꾸린 강연을 통해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작가의 본질을 비롯해 자신의 작업 방식, 조금 지쳐 있는 작가로서의 김금희까지 모조리 드러냈다.

■ 글은 어째서 요리와 닮아 있는가

“글은 요리와 닮아 있어요. 그런 점에서 작가도 요리사와 비슷한 의무를 지니고 있죠. 당근 호박 양파 등등 요리의 재료는 누구나 쓰는 것이죠. 같은 맥락에서 작가의 영감이나 소재도 작가 혼자 독점하고 있는 사유지가 아닌 독자와 함께 공유하는 공유지에서 가져오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이것을 어떻게 요리할 것인가, 요리사는 자기 입맛에만 따라 요리하지는 않아요. 자신의 입맛에 맞춘 짜고 달고의 기준보단 요리를 맛볼 사람이 어떻게 느낄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요리를 만들죠. 작가도 마찬가지에요. 작가가 본인의 예술관을 고집하면서 완전히 집약시킨 작품을 쓰기도 하지만 그보단 독자에게 선보이는 완성본을 생각하면서 작품을 쓰게 되는 것 같아요. 또 그러다 보면 균형감 같은 걸 생각하게 되죠. 요리사가 계량화된 기준을 설정하듯이 말예요. 물론 작가는 소설을 쓴 후 고치고 발표하는 데 특정한 룰에 맞춰 계량하지는 않겠죠. 대신 작가가 내면에 갖추고 있는 기준과 계량으로 소설을 독자에게 선보이는 것이라 생각해요. 자신의 테이블이 아닌 세상이라는 공적인 장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그는 세상에 내놓을 작품을 위해, 적어도 대중이 공감하는 글을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글을 쓰다 뒷장면이 떠오르지 않으면 그는 재미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처음부터 글을 다시 쓰기 시작한다. 김금희 작가의 메일함만 봐도 그가 한 작품을 써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고심하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워낙 의심이 많아 컴퓨터도, 자신도 믿지 못하는 통에 이중 삼중 저장을 하느라 자신의 메일함에 그날 쓴 글을 보낸다는 게 김금희 작가의 설명인데 그 메일함에는 그날그날 글 컨디션에 따른 그의 감정이 그대로 묻어나 있다. 예를 들어 제목이 ‘ㄴㄴㄴ’라면 ‘노노노’의 줄임말로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송고임박’이라는 초조함이 드러나는 제목도 있고 ‘더는 못해’라는 매우 안쓰러운 제목도 존재한다.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글을 써내려가는 그다. 소설이란 최종적으로 읽는 사람에 의해 완성된다고 말하는 그는 “궁극적으로 이 텍스트가 독자에게 어떻게 읽힐지가 궁금한 것인데 가장 엄밀한 과정이 퇴고”라면서 가장 최선의 퇴고는 모든 문장과 설정을 의심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김금희 작가가 단편 한편을 쓸 때 100개의 파일이 존재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를 두고 그는 “100번의 실패”라 말했다. 그러나 100번의 실패를 바라보며 생각하는 김금희 작가의 감정은 왜 그가 매번 더 나은 작품을 쓰는 작가인지를 새삼 상기시킨다. 김금희 작가는 “완성작을 위한 실패는 내가 종료지점에서 마주한 실패가 아니라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하나의 연결 다리, 브릿지라 생각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요”라면서 단단해진 자신의 마음을 드러냈다.

사진=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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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는 나를 파괴하는 나의 구원자

작가가 되기 이전 편집자였던 김금희 작가는 회사 패턴에 익숙해져 있어 주로 낮에 작업을 하는 편이라고 말한다. 회사원들이 출근 카드를 대듯이 카페에 앉아 인증샷을 찍고 그날의 글쓰기를 시작한다. 가끔 SNS에 올라오는 카페 사진들은 “순전히 나 출근했다고 말하고 싶은 거예요”라며 수줍게 웃는다. 카페에서 일하는 이유를 두고 그는 잠이 많이 집에서 작업을 하면 잠에 투항하게 된다는 점, 그리고 아는 사람은 없지만 익명의 존재와 함께 있다는 기분이 그를 행복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작가라는 직업은 편집자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던져버릴 만큼 소중한 꿈이기도 했지만 이 꿈으로 인해 힘든 순간도 결코 짧지만은 않았다. 그는 작가로 살아가며 가장 힘들었던 때로 수입에 전전긍긍하던 때를 언급했다.

“나처럼 단편으로 등단한 작가가 책을 내는 건 힘들어요. 난 5년이 걸렸어요. 한 해에 두 편을 쓸 때도 있었고 어떨 땐 1년 동안 한 편도 발표할 수 없을 때도 있었어요. 몇몇 작가를 제외하고는 많은 작가들이 겪는 어려움이기도 하죠. 그래서 수입문제가 가장 힘들었어요. 직장을 그만두고서 나도 모르게 구인구직 사이트를 보면서도 정직원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어요. 이런 저런 일들을 해나가면서 책이 나올 때까지 버티는 것이 힘들었죠”

형편이 여유롭지 않은 작가라면 누구나 겪었을 삶의 부침은 그를 피해가지 않았고, 김금희 작가는 오직 작가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모든 순간들을 버텨냈다. 그리고 작가가 되고 난 후에는 자신을 소진시키려는 본능을 햄버거와 탕수육으로 버티고 있다. 김금희 작가는 “글을 쓰는 건 한 세계를 만드는 행위이지만 작가를 파괴하는 행위이기도 해요. 그래서 난 마감을 할 때면 첫째 화가 나있는 상태가 되고 둘째 쇼핑을 하기 시작해요. 그리고 폭식을 시작하죠”라면서 하나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 자신을 소진시키려는 행위에 이끌려 마감 때면 햄버거와 탕수육을 매일같이 섭취하게 된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래서 내 소설에는 햄버거가 등장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아마 독자분들은 ‘아 그래서 햄버거였구나’라고 생각할지 모르죠. 그렇게 대표작이 탄생하게 됐고요”라고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던 ‘너무 한낮의 연애’를 언급했다.

‘너무 한낮의 연애’는 필용과 양희의 16년 전후 연애사를 그린 작품이다. 16년전 사랑했던 이들이 16년이 지난 뒤 만나게 되는데 이들은 주로 햄버거 가게에서 지나가버린 사랑의 단상을 떠올린다. 이를 자신의 습성 때문이라고 농치듯 말한 그는 사실 햄버거 가게라는 특성이 두 사람과 잘 맞았기에 넣게 된 배경이라 말한다. 김금희 작가는 “두 사람이 주로 사랑에 대해 말하는 공간이 햄버거 가게에요. 그 장소를 선택한 이유는 그 곳이 패스트푸드점이란 이유 때문이었어요. 가난한 연인들이 사랑을 논하는 자리가 만약 고급 레스토랑이었다면 어울리지 않았을 거예요. 패스트푸드는 가격이 저렴하고 테이블도 의자도 저렴하죠. 더욱이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고 대부부 30분 이상 머물 일이 없어요. 그런 간이성으로 찬 공간이 필용과 양희에게 어울릴 것이란 생각을 했어요”라고 설명했다.

사진=블라썸 크리에이티브
사진=블라썸 크리에이티브

■ 고치고 또 고쳐도 모자람이 없다

김금희 작가는 작품을 쓰며 버린 페이지들이 적지 않다. 통상 글을 쓰는 사람은 어렵게 공들여 쓴 글이 아까워서 최대한 살리려 노력하지만 그는 다르다. ‘너무 한낮의 연애’만 해도 그는 제목과 햄버거 가게 상호 말고는 모두 바꿨다. 김금희 작가는 제목을 정하고 나서 글을 시작한다니 제목이 초고와 그대로인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모든 것을 바꾸는 데에는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최대한 사람들의 공감점에 가 닿으려는 그의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다. 예를 들어 ‘경애의 마음’에서 그는 상수가 잘 생겼다고 썼다. 하지만 편집자가 “잘생겼다는 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 말을 듣고 ‘작가가 잘생겼다고 말하는 순간 상수가 가진 독특한 캐릭터의 성향과 성격은 독자의 머릿 속이 아닌 나로 인해 정해져 버린다’고 생각해 과감히 뺐다. 상수가 경애가 아닌 다른 이와 했던 연애의 과정도 공들여 써놓고는 구구절절 이럴 필요가 없겠다 싶어 삭제했다. 심지어 자신의 습관 중 하나를 다른 작품에 이미 썼던 것을 뒤늦게 깨닫고 모조리 지워내는 작업을 하기도 했단다. 이같은 노력은 모두 세상에 내놓을 글이기 때문이다. 김금희 작가는 “나는 어떤 사소한 글을 쓰더라도 내 이름을 적고 나서 글을 써요. 단 몇줄 글이라도 그래요. 그건 ‘이건 세상에 나가서 통용돼야 할 글이야’라는 인식을 스스로에게 주고 싶어서예요”라고 수없이 고치는 작업을 반복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 그건 참 녹록지 않은 일인 것 같다. 그가 작품에 임하는 자세나 책임감만 보더라도 어쩌면 작가야말로 진정 자기가 쓰고 싶은 글만 쓸 수 있는 존재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금희 작가는 작가로서 살아가는 순간들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물론 원고를 다 쓰고 퇴고 작업만 남았을 때가 더 이상 하얀 백지를 채우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가장 행복한 순간이지만 작가로서의 소명을 깨달을 때 그는 자신이 글을 써야 하는 이유를 찾고는 한다.

“가파도 작업실에서 글을 쓸 때 빛이 어딘가에 비추어 벽에서 일렁이는 모습을 봤어요. 빛이 무언가를 비추고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흔들리며 나까지 함께 움직였어요. 마치 풀이나 꽃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처럼 그렇게 작게 흔들리는 모습을 볼 때면 빛이 일렁이는 모습이 글을 쓰고 싶어하는 내 마음과 같다는 생각을 하고는 해요. 아름다움을 간파하지만 구체화되지 않은 단계랄까. 그런 것들을 실물의 단계로 이끌 때 ‘내가 소설가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죠”

■ 동면하는 곰처럼 쉬고 싶은 김금희, 꼭 쓰고 싶은 작품은

그러나 어쩐지 그는 지친 모습이다. 김금희 작가는 그런 자신을 두고 “동면에 들어가는 곰의 마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지금 나는 다운된, 침체된 시기를 보내고 있어요 왜 그 시기가 왔는지 나도 영문을 모르겠지만 글 쓰는 것이 예전만큼 즐겁지 않고 작가라는 직업이 매번 선택하고 고민한다는 것에 피로감을 느껴요. 그래서 내게 지금 필요한 건 동굴서 쉬는 곰처럼 동면의 시간이 필요한 거 아닌가 싶어요. 그럼에도 청탁 전화가 오면 기뻐하는 나를 발견하긴 하지만 어쨌든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라고 솔직한 심경을 드러냈다.

글 쓰는 것이 예전만큼 즐겁지 않다는 것은 분명 적신호다. 그에겐 충분한 휴식이 필요해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작가의 본능으로 이미 또다른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김금희 작가는 지금 구상 중인 작품을 묻자 제목은 정해지지 않았고 따라서 쓰기 시작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구체적으로 새로운 작품에 대한 설명에 나섰다. 그는 “맛집 사장님들을 볼 때 그분들이 맛집 재료를 닮았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동네에 정말 유명한 닭강정집이 있는데 주인이 병아리처럼 예쁘게 생기셨더라고요. 가파도서 지낼 때 갔던 제주도 한 다금바리 횟집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어요. 사장님이 치아가 날카로운 다금바리와 입모양이 너무 닮았더라고요(웃음). 두가지 에피소드를 경험하고 나서 사람은 자신이 다루는 형질을 닮아간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반드시 조만간 이 소재로 단편을 쓸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이 세상에 내놓은 작품들 중 ‘정말 잘 썼다’고 생각하는 작품은 없다고 고백한다. 다만 미흡하고 실패했지만 최선은 다한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을 투신해 하나의 세계를 만들고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은 힘들지만 그것은 자신이 사랑하는 일이고 또한 독자에 세상의 진심을 전달하는 일이기에 잠시의 쉼이 있다 할지라도 그는 앞으로도 자신을 문학 안에서 불태울 것으로 여겨진다. 문학의 가치와 힘을 믿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한 것을 그때그때 제대로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불행히도 완전히 가지고 있지 않아요. 그래서 마음을 전하기가 쉽지 않죠. 하지만 글을 쓰는 작가는 언어가 가진 한계조차 인식하며 무언가를 전달하려 노력해요. 그래서 작가는 모두 속에 있는 사람이고 작가의 글을 읽는다는 건 그 렌즈를 통해 많은 이들의 진심과 맞닿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문학을 읽는 것은 진심과 통하기 위해서라고 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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