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준의 견고한 세계

권유리 기자 승인 2022.07.12 10:15 의견 0
사진=오뚜기
사진=오뚜기

기업 이름 앞에 최고를 칭하는 ‘갓(God)’이 붙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어려운 걸 해낸 기업이 있다. 기업 이름대신 갓(God)뚜기로 더 자주 불리는 오뚜기다. 오뚜기는 다양한 미담 사례와 꼼수를 쓰지 않은 상속세 납부 사실이 알려지면서 요즘 시대 보기 드문 회사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현재 이 기업을 이끌고 있는 함영준 회장의 면면은 제품 자체만 보지 않고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와 기업의 가치와 이미지까지 고려해 구매하는 요즘 소비자들의 성향을 더욱 충족시킨다.

함영준 회장은 지난 2017년 올해의 호감 인물 순위 중 당선 직후 메리트를 누렸던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2위에 선정된 바다. 같은해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들과 대화에 중견기업으론 유일하게 초청받으며 기업 이미지를 더욱 드높였다. 함 회장과 선친이 이뤄온 건실한 기업 경영 때문이었다는 것이 당시 청와대 관계자가 밝힌 초청 이유였다.

여기에는 따뜻한 리더십으로 존경받는 함 회장이 있다. 함 회장은 1977년 오뚜기에 입사해 2010년 회장 자리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어느 부서에 몸담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미 오뚜기 역사와 함께 살아온 셈이다.

우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직원이 회사를 만들고 키워나가는 주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그 생각은 비정규직 0명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비정규직 없는 기업은 초대회장인 故 함태호 회장의 경영철학이기도 하지만 최저임금 상승, 직원 근로 시간에 대한 강력한 규제와 복지 제도 등을 따지며 교묘한 수를 쓰는 기업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괄목할만한 철학이다. 특히 이같은 이유로 대다수 식품 업체들은 마트나 백화점의 시식판매 사원을 대행사에 일임하는 등 비정규직 형태로 고용하고 있다. 그러나 오뚜기는 전국의 시식 판매 사원을 모두 정규직 형태로 고용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찬사를 받았다. 전 직원 중 1%정도의 비정규직이 있다고 알려지고 물류직이나 영업직 대우가 좋지 않다는 말도 들리지만 타 기업에 비하면 정도경영을 걷고 있다는 평가가 더욱 지배적이다.

굿윌 스토어 장애인 자립(사진=오뚜기)
굿윌 스토어 장애인 자립(사진=오뚜기)

■ 뚜벅뚜벅, 옳은 길을 걷다

오뚜기를 기업 이미지의 대표 성공사례로 만든 데에는 상속세 성실 납부, 라면값 동결 등 이유도 있다. 故함태호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함 회장이 재산을 상속받게 됐는데 그 규모는 1500억원에 달했다. 이 경우 많은 기업들이 지분구조 등에 다양한 꼼수를 개입시켜 편법으로 상속세 납부를 면하려 애쓰는 것과 달리 함 회장은 상속세 전액을 5년에 걸쳐 성실히 납부하겠다고 밝히고 이를 이행했다. 기업 이윤에 앞서 소비자를 생각한다는 점도 함 회장이 가진 따뜻한 리더십 중 하나로 꼽힌다. 오뚜기는 2008년 이후 진라면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라면이 서민 먹거리 대표주자인 만큼 서민 가계에 부담을 줄이겠다는 일종의 다짐이었다. 이런 점들이 함 회장을 다시 보게 하고 ‘갓뚜기’라는 별칭을 만들어준 계기가 됐다. 라면 시장 점유율 19.3%였던 수치는 오뚜기에 대한 기업 이미지가 상승하면서 2018년 말 28%까지 뛰어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식품은 맛이 중요하지만 대중의 선호도를 비슷하게 맞추는 수준이라면 기업 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해주는 단적인 예다.

여느 기업과 다른 점은 또 있다. 식품 사업에서 성공한 후 문어발식 확장을 하거나 생뚱맞은 분야에 도전했다 휘청이고 고전을 면치 못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함 회장은 다방면 확장 대신 ‘1인 이코노미’ 등 1인가구 증가에 따른 간편식 확대로 식품 업계 내에서 발을 넓히는 현명한 선택을 했다.

사회공헌도 빼놓을 수 없다. 함 회장은 아버지의 신조를 이어받아 심장병 아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매달 5명에 지원되던 수술비는 월 23명으로 늘었고 지금껏 40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새 생명을 얻었다. 2012년부터 특수학교, 재활센터를 함께 운영하는 밀알복지재단의 굿윌 스토어와 손잡고 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는 도움을 주고 있다. 장학금 지원과 교수, 연구진에 수여하는 학술상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기업의 주력 제품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점도 리더로서의 덕목이라 할 만하다. 재미난 일화가 있다. 함 회장 딸이자 뮤지컬 배우인 함연지는 함 회장과 나눈 메시지를 공개한 바 있는데 여기서 함 회장은 해박한 지식을 뽐내며 소비자들로부터 호평받았다. 함연지가 참기름, 들기름 제품에 대한 냉압착 방식 유행에 대해 말하자 함 회장은 오뚜기 제품을 예로 들면서 상세한 설명을 곁들였다. 특히 그가 마지막에 딸에게 전한 발언이 두고두고 회자되며 오너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는 칭찬세례를 받았다. 함 회장의 신념을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 제품에 대해 무엇이든 물어봐. 다 자신있게 설명할 수 있어. (중략) 우리 오뚜기 제품 하나하나는 모두 내 자식같은 존재들이거든. 그런 소중한 마음을 갖고 신제품을 생각하고 제품을 발전시켜야만 한다고 아빠는 믿어~”

사진=생각연구소, 매경출판
사진=생각연구소, 매경출판

■ ‘기브 앤 테이크’&‘하버드 머스트 리드 경영자 리더십’

아쉽게도 함 회장의 경영철학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 수 있는 도서는 아직 없다. 중견기업인데다 은둔형 기업가로 알려진 만큼 함 회장이나 오뚜기 기업에 대한 분석 및 평가 저서는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함 회장이 지금껏 보여준 리더십을 배울 수 있을 만한 책을 소개한다.

‘Give and Take’(기브앤테이크/생각연구소)는 부제인 ‘주는 사람이 성공한다’의 철학을 비즈니스계에 그대로 투영한 책이다. ‘호혜의 원칙과 성공의 상관관계’를 10년 이상 연구해온 저자, 애덤 그랜트는 세계 각국에서 펼쳐진 수많은 최신 심리실험과 경영학 이론, 그동안 접한 적 없는 독창적인 사례를 바탕으로 ‘주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가설을 ‘진실’로 밝혀낸다. 책은 ‘독한 놈이 성공한다’는 비즈니스의 오랜 명제는 틀렸다면서 양보하고, 배려하고, 베풀고, 희생하는 사람이 성공의 꼭지점에 오를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하버드 머스트 리드 경영자 리더십’(매경출판)은 시대가 바뀌어도 경영자의 리더십에 기업 성공 전략이 담겨 있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특히 경영자의 혁신 리더십이 업계 판도를 바꾼다는 점을 증명해내고 있다. 책에는 경영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10가지 핵심 인사이트가 담겨 있으며 리더십에 관한 진부한 조언보다는 새로운 현실을 반영한 구체적인 경영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경영자만이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 속에 성장할 수 있고, 모방전략이나 기존 경쟁 우위에 집착하는 경영자일수록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지론은 새겨들을 만하다.

저작권자 ⓒ 리드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