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서 어떻게 역사를 배울까? 이성주의 참신한 시선

이지영 기자 승인 2022.04.28 15:40 의견 1
사진=애플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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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사극 드라마가 태어나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논란이 있다. 역사 고증, 역사 왜곡이다. 드라마의 인기가 높을수록 이같은 논란은 더욱 심해진다.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저렇게까지 왜곡해야 하느냐는 질책부터 드라마이기에 상상의 나래를 펴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이같은 갈등이 무색하게 역사를 사극을 통해 배울 수 있다고 말하는 책이 있다. 시나리오 작가이자 역사 강사이기도 한 이성주의 이성주는 ‘사극으로 읽는 한국사’다. 이 책은 사극의 내용을 온전히 믿어도 된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사극이 재미를 이끌어주고 그로 인해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며 역사의 가치와 연구가 발전할 수 있다는 지론이다.

“이 사회에 역사적 키워드를 던져준다는 것 자체만으로 사극은 많이 만들어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기황후’ 같은 케이스는 고증이나 역사적 사실마저 정말 판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황후라는 존재의 키워드를 알게 되면 거기서부터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관심 자체가 없는 것보다 낫다. 고려시대 우리 민족이 몽고에 공녀를 보냈고 고려양이라는 고려풍습이 유행했다. 이에 따라 ‘한확’ 같은 사람이 권력을 잡게 되고 줄줄이 역사적 사실에 관심을 갖게 되는 시발점이 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역사 왜곡이 덜하면 가장 좋겠지만 드라마를 통해 관심을 갖게 된 이가 책을 보고 사료를 보고 이런 식으로 발전할 수 있다면 사극의 허용치는 폭넓어도 된다고 본다. 분명한 사실은 역사가 고루하고 어려운 게 아니라 사람 사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사랑하고 권력을 잡고 싶어하고 행복해지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그것을 기록했을 뿐이다. 어찌 보면 역사 자체가 한편의 드라마라 할 수 있겠다”

사진=애플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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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는 어렵지 않다, 인간의 이야기다"

역사 자체가 인간이고, 드라마라고 말하는 이성주. 말마따나 그는 책을 통해 드라마로 알 수 있는 시대적 사실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이를테면 ‘밤을 걷는 선비’의 경우 드라마에 등장하는 과거시험이라는 장치를 조선시대에서 어느 정도로 생각했는지 설명하며 현대의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과 비교한다. 사극 중에서도 판타지에 가까운 ‘해를 품은 달’에서는 왕자가 배동과 놀았던 드라마 전개에서 출발, 왕자가 배동과 어떤 식으로 놀았는지, 배동은 어떻게 선발하고 어떤 존재였는지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의적으로 대대손손 알려지는 홍길동에 대해서도 사람을 굉장히 많이 죽인 살인마라는 실체를 알리며 홍길동이 어떻게 서자 출신의 의적으로 탈바꿈했는지도 상세히 전한다.

사극이라기보다 로맨스 드라마라 부를 수 있는 ‘구르미 그린 달빛’도 마찬가지. 이성주는 이 드라마에서 왕과 내시로 남장한 여자의 로맨스 대신 내시의 권력과 탄생 배경에 대해 설명하며 독자들의 역사에 대한 관심을 높인다.

“조선시대 기술로는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왕좌에 오르는 이가 이씨여야 한다는, 혈통을 지키려는 이유로 거세한 남자가 필요했다. 우리나라는 고려 때 활성화됐고, 본격적으로 내시가 된 건 조선이었다. 유학자들은 내시를 싫어했다. 권력의 힘은 권력자와의 거리에 정비례한다. 문고리 권력도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역사만 보더라도 삼국지로 알려진 ‘십상시의 난’ 같은 이야기들이 왕의 눈과 귀를 가리는 내시의 권력을 알게 한다. 이성계만 해도 함경도 땅의 3분의 1이 자기 땅이었다. 국고로 쓸까, 비자금으로 쓸까 하다 비자금으로 쓰자 생각했는데 이걸 관리해줄 사람이 필요했던 거다. 실질적으로 관리해주던 게 내시였으니 내시를 내칠 수가 없었고 그래서 족쇄로 달아놓은 것이 가족이었다. 내시를 결혼시켜 양자를 들이고 족보를 만들도록 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또 인의예지를 알아야 왕에게 충성하고 정사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부도 시켰다. 공부를 하고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승진도 못했다. 내시 제도가 타 제도에 비해 체계화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성주의 ‘사극으로 읽는 한국사’는 역사를 드라마로 더욱 친숙하게 배우는 요즘 세대들의 눈높이에 맞춘 책으로 보인다. 드라마 내용을 꿰뚫고 있는 팬들이라면 사사로운 하나하나의 역사적 사실이 드라마의 요소를 이해하고 더 극적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우리가 박물관이나 역사책에서 접하는 지식보다 사실적이고 입체적이며 극적이기까지 한 사극을 발판으로 역사에 대해 알려주는 이성주는 깊이있고 풍부하면서도 재미있는 ‘사실의 역사’를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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