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리드] 국민이 권력과 자본의 폭주를 외면하면 겪는 현실은 ‘저질의 지배’다

- "현실이 영화를 이겼다"

이지영 기자 승인 2022.07.20 11:45 의견 0
사진='내부자들' 스틸
사진='내부자들' 스틸

2015년 11월 영화 ‘내부자들’ 개봉 후 일부 사람들은 고개를 저었다. “설마 저 정도까지일까”. 당연했다. 권력, 재벌, 검찰, 언론이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국민들을 농락하는 뉴스와 풍문은 들었지만, ‘사실’이 밝혀진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때로는 국가 전복 세력의 계략이라고 넘어가고, 때로는 아예 알려지지 않았다. 검찰 출신이 죄를 지었다는 뉴스가 짧게 나간 후에는 어떻게 되었는지 알려지지 않았고, 재벌가를 둘러싼 소문은 ‘소문’일 뿐이라며 ‘언론’이 일축했다. 상식적인 사고로 볼 때, ‘내부자들’ 속 스토리는 말도 안되는 스토리였다. 설사 기본 줄거리는 현실 속에 있을 ‘수’ 있다해도, 과장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1년도 지나지 않아 박근혜 대통령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비선실세 의혹, 대기업 뇌물 의혹 등으로 탄핵 위기에 몰리고, 결국 2016년 12월 9일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 재판관 전원일치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영화보다 현실이 더 영화 같다는 말까지 나왔다. 결국 범죄자와 그 범죄를 밝혀야 하는 자들이 동일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몰랐던 것이다.

오죽하면 ‘내부자들’로 2016년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이병헌은 수상 소감에서 “‘내부자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너무 과장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현실이 ‘내부자들’을 이겨 버렸다”고 말했을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에 영화와 드라마에서 다뤄지던 재벌-권력층-언론-검찰의 민낯은 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대중을 개돼지처럼 여기는 ‘내부자들’ 권력층의 태도와 발언은 현실에서 드러났고, 자신들 입맛대로 사건을 키우고 덮는 검찰의 모습도 지속적으로 까발려지고 있다. 권력층과 재벌의 결탁은 이제는 ‘식상하다’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다.

‘내부자들’이 어찌하다보니 예언적 영화가 되어버렸다면, 소설 ‘천년의 질문’은 현실을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내, 어떤 것들이 변해야 한국과 대중이 살아갈 수 있는지를 제시한다.

■ ‘천년의 질문’

조정래 작가의 ‘천년의 질문’은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기본적인 질문에서 시작한다. 세금을 내고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국민이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이용만 당한다면 당연히 그러한 국가는 개조되어야 한다.

조 작가는 작품에서 정경유착의 실태, 비정규직 문제, 급격한 사회 양극화를 설명하며 대한민국 상위 10%가 전체 국민 소득 절반을 독시하는 기형적 구조가 왜 만들어졌고, 무너지지 않는지를 알려준다. 작가는 이 같은 이유를 입법, 사법, 행정이라는 국가 권력에 재벌, 언론이라는 사회 권력이 야합해 온갖 비리를 어떻게 저지르고, 거대한 권력형 범죄로 커가고 있기 때문이라 말한다. 이들의 개혁은 대한민국 전체의 개혁이다.

작품에 나오는 주요 캐릭터인 고발을 수시로 당하는 탐사보도 기자, 사회 정의를 바라는 시민단체들,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시간 강사, 정치를 하라고 했더니 자신의 이권만 쫓아 돈벌이와 권력 싸움에 눈이 먼 국회의원, 자신들의 돈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법 위에서 어떤 일이든 마다하지 않는 재벌가 사람들과 직원들, 돈만 밝히며 전관예우를 마다하지 않는 전직 법관은 모두 현실 속에 존재하는 인물이다. 소설이 소설로 다가오지 않는 이유다.

결국 조정래 작가는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국민이 정치에 무관심하면 가장 저질스러운 정치인들에게 지배 당한다” (플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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