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북, 가능성과 딜레마] 오디오북은 ‘독서’인가 아닌가 “현대 新독서법”vs “일방적·이해도 떨어져”

신리비 기자 승인 2022.03.04 09:00 의견 0

오디오북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일찌감치 실험적 시도는 있어왔지만 기술적, 비용적 문제로 인해 꽃을 피우지 못했던 오디오북 시장은 이제야 제 시대를 만나 날개를 달았다. 지난해 4월을 기준으로 국내 오디오북 시장 콘텐츠는 전년 대비 418%로 확대됐으며 규모를 키웠다. 세계 추세만 봐도 세계 오디오북 시장은 연평균 두 자릿 수를 기록하며 폭풍 성장 중이다. 오디오북은 얼마나 더 성장할지, 도서시장의 희망이 될 수 있을 지에 대해 출판업계 인사들 대부분은 “가능성이 높다”고 답한다. 그러나 오디오북이 요약본 등 형태가 다양하고 듣는 책이라는 특성을 들어 오디오북을 들었다는 것을 독서라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는 이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오디오북의 정체성, 그리고 오디오북 시장의 전망에 대해 들여다본다.-편집자주

사진=MBC '같이펀딩'
사진=MBC '같이펀딩'

오디오북 시장은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오디오북을 들어본 사람이 주변에서도 빠르게 늘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오디오북이 도서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인지, 그 가능성은 어떤지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도 유의미할 것으로 판단된다. 바로 오디오북을 독서로 볼 수 있을 것인가 여부다.

‘독서’(讀書)란 읽을 독 자에 글 서 자를 사용한다. ‘읽는다’는 의미에 치중을 두는 이들은 오디오북은 독서의 범주에 들 수 없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오디오북 뿐 아니라 종이책 이외의 콘텐츠들은 읽는 이가 지식을 향유하고 곱씹기 힘들다는 점을 꼬집는 이들도 적지 않다. 반대로 오디오북은 새로운 독서의 형태라 말하는 이들은 오디오북이야말로 시간 단축과 활용이 곧 경쟁력이 된 지금의 시대에 딱 어울리는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시간적 부분을 보완할 뿐 아니라 그간 책을 멀리 했던 이들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알릴 수 있는 입문의 역할을 한다고도 말한다. 오디오북 청취자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들을 독자라고 할 수 있을지, 오디오북을 듣는 행위를 독서라고 말할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이 변화해가는 독서의 세상, 그 기로에 서 있다.

■ 오디오북은 독서의 시작이자 새로운 형태의 독서다

오디오북은 독서의 범주에 두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오디오북이 새롭게 변주된 독서의 한 형태라고 본다. 오디오북은 원형이 있는 종이책을 읽어주는 것이기에 이를 듣는 것 역시 독서라고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디오북에 주력하고 있는 출판업계 관계자는 “책 시장은 아주 오래전부터 꾸준히 변화해왔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을 뿐 아주 예로부터 책은 무수한 모습으로 변화를 거듭해왔다. 다만 종이책의 역사가 무척 길었기에 요즘의 변화를 낯설다고 생각하는 것이다”면서 “하다못해 종이책도 SNS를 통해 홍보하고 판매율을 높이는 세상이다. 요즘 사람들은 직접 서점에 가서 책을 펴보고 서문을 읽거나 추천사를 읽고 책을 사지 않는다. TV에 나온 책, 어느 연예인이 읽었다는 책, 온라인 서점 메인에 올라와 있는 책을 주로 산다. 책을 사는 행위마저 공들일 시간이 부족한 때 오디오북은 스마트폰만 사용하면 미리듣기, 샘플을 통해 책에 대한 인상을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오디오북을 통해 독자들은 자투리 시간을 독서에 활용하며 책을 읽지 않는다는 자괴감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오디오북은 시간에 쫓기는 독자들의 편의를 돕고 지면이 갖는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특히 이 관계자는 최근 독서에 대한 논의가 출판사 내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진 바 있다면서 “워낙 다양한 플랫폼과 콘텐츠들이 넘쳐나기에 사내에서도 얘기들을 나눈 바 있는데 오디오북은 책으로 보자는 것이 대다수 의견이었다. 오디오북은 책이란 매체를 변형하거나 왜곡하지 않고 그대로 옮겨주며 감정 또한 담아낸다는 점에서다. 소위 감정을 토로한 짧은 SNS글, 일기인지 글인지 모호한 글, 기사까지도 ‘읽었다’고 표현하는 이들의 시선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출판사 관계자 역시 “우리 눈으로 읽지 않고 누군가 들려주는 오디오북은 결코 낯선 것이 아니다. 오디오북은 기술과 플랫폼에 더해졌을 뿐 우리가 유아기일 때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이 책을 읽어줬던 것과 똑같다. 부모님이 책을 읽어줬다고 해서 아이가 독서를 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지는 않지 않나. 마찬가지 개념으로 오디오북은 읽어준다는 형식이 더해진 것일 뿐 독서가 맞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이 글을 모르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줬듯 시간이 없는 현대인들에게 누군가 책을 읽어주는 개념으로 생각한다면 오디오북과 독서의 관계가 좀더 단순명료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국내 대형 서점 관계자는 “요즘은 AI기술을 통해 사람이 몇십 분만 읽으면 그 음성을 분석해 전체 책을 구성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점점 더 오디오북 낭독이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원문 자체를 텍스트로 자연스럽게 읽어낼 수만 있다면 오디오북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 “특히 더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출판업계의 바람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실제 인기있는 오디오북의 경우 종이책 판매율이 올라가는 현상을 여러 번 목격했다. 오디오북을 먼저 접한 사람들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고 종이책을 소유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오디오북은 독서에 포함되며 기성세대가 말하는 읽는 행위에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진=밀리의 서재 리딩북 패키지
사진=밀리의 서재 리딩북 패키지

■ 완독도 아닌 요약 오디오북 듣고 “책 읽었다” 할 수 있을까?

이들의 주장처럼 오디오북을 독서의 형태로 본다고 했을 때 완독이 아닌 요약본 형태의 오디오북에서 논쟁이 생겨난다. 실제 오디오북 중에서는 몇백쪽에 달하는 책을 요약해 30분 내외로 만들어낸 요약본들이 적지 않으며, 이를 듣고선 그 책을 ‘읽었다’고 표현하는 이들도 있다. 요약본은 오디오북이라 할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해 요약본 형태의 ‘리딩북’을 서비스 중인 밀리의 서재 측은 요약본의 형태는 이전까지 책을 읽지 않았던 독서 초심자들을 타킷으로 한 것이라고 말한다. 밀리의 서재 관계자는 “2019년 말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리딩북 이용자들의 주 이용시간은 출퇴근, 등하교 시간으로 집계됐다. 일반적 전자책과 다르게 사용되고 있는 셈인데 리딩북 주 이용자들은 독서에 대한 의지나 욕구는 있지만 책읽기가 익숙지 않다거나 자주 보지 못하는 이들이다. 밀리의 서재도 이들이 줄글로 책을 접하기보다 리딩북을 통해 익숙한 스타나 저자의 낭독을 거쳐 책을 읽는 행위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요약본 서비스를 시작했다. 책을 많이 읽는 독자들 역시 이동 시간이나 자는 시간에 짧게나마 책 내용을 알고 접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요약본 형태의 리딩북을 통해 이른바 잠재적 독자들이 책과 가까워질 수 있다면 결국 출판시장에도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면서 “실제 리딩북, 채팅하는 것처럼 책을 읽을 수 있는 콘텐츠 등을 통해 독서가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책을 읽게 됐다는 평을 많이 받고 있다. 이런 분들을 위해 독서에 대한 문턱을 낮추고 친해질 수 있는 개념을 드리고자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며 요약본이라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책과 가까워지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오디오북을 접해본 이용자들의 후기를 보면 “오디오북을 듣고 나서 그 책을 샀다”는 이들이 적지 않으며 “책을 읽을 때 눈으로만 보다 보면 문장을 놓치는 때가 있는데 들으니 집중도 잘 되고 좋다” “다른 일을 하면서도 책을 읽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출퇴근 시간이 긴데 종이책은 무게가 있는데다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읽기도 힘들때가 많다. 오디오북은 간편하고 이어폰만 끼면 돼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등 다양한 의견들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네이버 오디오클립
사진=네이버 오디오클립

■ “오디오북은 국한된 종류의 책에만 가능, 독서 의미 해친다”

반면 오디오북은 진정한 독서라 볼 수 없다 주장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독서에는 독자가 글을 읽으며 사유할 수 있는 시간, 독자가 직접 책의 내용을 상상하고 그려볼 수 있는 시간들이 모두 포함된다면서 낭독자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야 하는 오디오북은 독서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운다.

오디오북을 독서로 볼 수 없다는 이들은 과거 음악계가 CD라는 물질적 결과물에서 음원시장으로 넘어오며 몸살을 겪었던 것처럼 책의 세계도 그러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고개를 내젓는다. 음악계의 경우는 음악은 애초 듣는 것이고 음악을 온전히 즐기는 행위에 제 3자가 개입하지 않지만 오디오북의 경우는 책을 읽는 행위에 낭독자라는 대체자, 개입자가 끼어든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간 출판책의 오디오북 변형을 시도하지 않아 온 한 출판사 관계자는 오디오북이 문학 장르의 묘미를 모두 품을 수 있는가에 의문부호를 던진다. 그는 “독서를 단순히 정보의 습득의 개념으로 본다면 오디오북은 읽는 것이 맞지만 장르의 영역에서 봤을 때 오히려 오디오북이 독자의 생각을 저해하는 요소가 적지 않다”면서 “문학만 보더라도 만약 오디오북 낭독자가 작가의 의도나 진심을 알지 못한 채, 혹은 책의 결말을 모른 채 읽는다면 그 어조에 독자들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낭독자의 틀에 갇힌 고정된 상상력만으로 작품을 접하는 것이다. 의미를 모르면 읽는 소리도 다르고 그렇게 되면 독자들 역시 작품을 온전히 읽었다고 할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 문학은 특히나 작가의 의도나 단어, 문장에 담긴 의미들을 알아내고 곱씹는 묘미가 있는데 이 재미를 독자들이 온전히 누리지 못한다”고 오디오북을 독서의 한 형태로 보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그는 “종이책을 들고 다니는 번거로움이나 시간적 한계에 대해 말하며 오디오북이 훌륭한 대체제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지만 실상 독서는 온전히 독자의 것이어야 한다고 본다. 작가들 중에도 자신의 작품은 독자에게서 완성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전체를 읽고 곱씹고 누리는 독자들 각각이 작품을 완성한다는 면에서 보자면 오디오북의 음성은 독자가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입시공부를 하듯 내달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출판 업계 관계자는 “오디오북 성장이 출판업계의 활로가 될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수익을 배제한 독서의 본질이라는 부분에서 볼 때 오디오북을 독서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솔직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오디오북의 경우는 듣는 동안 다른 사람이 말을 걸어올 수도 있고, 의외의 상황이 생길 수 있으며 스마트폰에서 메시지가 오고 전화가 오는 등 다른 일이 개입될 가능성이 높다. 수시로 다른 일을 병행하면서 책 내용을 듣는다는 것을 과연 독서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나 역시 오디오북에 관심이 많아 여러 차례 들어봤지만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집중해 듣는 시간에도 수시로 다른 생각으로 빠져들곤 했다. 그러다 보니 자꾸 흐름을 놓쳤고 다 듣고 나서도 책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세세히 기억하기 힘들었다. 하물며 자투리 시간, 무언가를 하면서 듣는다는 것을 독서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더욱이 요약본 형태의 오디오북을 보면 화가 날 정도다. 작가가 나름의 논리와 생각으로 인고의 시간을 들여 펼쳐낸 작품 세계를 몇십분짜리 요약본으로 듣고서 책을 읽었다고 말하는 것은 독서라 할 수 없다. 학생들이 교과서를 요약한 전과를 보는 것은 참고서라고 하지 않나. 같은 맥락에서 요약본은 참고용이지 독서가 아니다. 오디오북 역시도 활자를 읽는 행위를 통해 집중하고 사유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독서로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 오디오북, 종이책 비해 이해도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특히 오디오북은 독서라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 중 대다수가 오디오북을 ‘편법’의 일종이라 표현했다. 책이 무조건 좋은 것이라 말할 수 없지만 오디오북은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점, 되돌아갈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같은 점을 언급한 이들 가운데 도서관 사서인 황모(44) 씨는 “학자들의 연구결과 중 사람들이 책을 읽는 동안 움직이는 안구 운동의 10~15% 비율로 이전에 읽은 부분을 다시 읽는다는 분석이 있다. 굳이 연구결과를 따지지 않아도 사람들은 책을 읽을 때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되돌아가고 되짚는 역행운동을 한다. 그런데 오디오북은 계속 집중해서 듣지 못하는데 이해를 못하게 된 지점을 발견해도 운전 중, 플랫폼의 기능으로 찾아가기가 불편해 그냥 넘기는 일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책에 대한 이해도가 활자를 읽는 것보다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독자 마음대로 휴식할 수 있는 틈이 없는 오디오북은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면서 집중도와 이해도를 더욱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실제 제임스 매디슨 대학의 데이비드 다니엘 심리학 교수가 조사한 결과 오디오북과 종이책을 읽은 이들 사이의 이해도 차이는 컸다. 2010년 연구에서 다니엘 교수는 팟캐스트에 공개된 오디오북 형태의 강의내용과 종이책을 비교하며 어떤 매체가 이해도가 높은지 조사했고 그 결과 오디오북 형태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은 종이책을 읽은 학생들보다 28%나 이해도가 낮았다고 발표했다. 조사 전 팟캐스트 수학을 선호했던 학생들이 조사 후 종이책이 더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취재를 하며 느낀 점은 오디오북을 독서로 봐야 한다는 이들도, 독서로 볼 수 없다는 이들도 나름의 논리와 가치관으로 오디오북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오디오북은 종이책의 변화로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국내 성인 40%가 1년 동안 종이책 한권도 읽지 않는 현실을 바꿀 수 있는 희망의 콘텐츠로 여겨진다. 그런가 하면 사람들로 하여금 단순한 메시지만을 받아들이게 하며 종국엔 책다운 책, 작가다운 작가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낳기도 한다. 서로의 의견은 다르지만 모두 책을 사랑하고 독서라는 행위의 가치를 알기에 이같은 주장을 펼치고 있다.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는 모른다. 오디오북 시장의 미래가 어떨지, 그로 인해 도서 시장이 어떻게 변화해나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오디오북을 독서로 볼 것인가, 독서로 보지 않아야 할 것인가 역시 오디오북이 가져올 변화를 충분히 경험하고 지켜봐야 명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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