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계 저작권 현주소] ①'저작권과 맞바꾼 상' 22년 전부터 이어진 이상문학상 논란, 문제의 본질은

신리비 기자 승인 2022.03.24 08:35 의견 0

새해 벽두부터 문학계에 큰 논란이 일었다. 44년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온 이상문학상이 수상작에 대한 저작권 양도를 요구했다가 작가들의 반발을 산 것이다. 작가들은 수상을 거부하며 저작권이야말로 작가의 권리라고 주장했고 출판사 문학사상사는 이상문학상 발표를 무기한 연기했다. 문단도 여론도 작가의 편에 섰고, 이 때야말로 작가의 저작권 개선과 기존 문학상의 문제점 해결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작가의 저작권 현실과 국내 문학상의 실태, 작가의 저작권을 보다 잘 지킬 수 있는 방향성 등 포괄적 개념에서 문학계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살펴본다.-편집자주

사진=문학사상
사진=문학사상

“내가 왜 그런 양해를 구하고 (상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지난 4일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자로 선정됐던 김금희 작가가 트위터에 올린 글의 일부다. 김금희 작가가 이상문학상의 저작권 양도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나서면서 문학계에 파동이 일었다.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자로 통보받은 소설가 5명 가운데 김금희 최은영 이기호 작가는 상을 받지 않겠다고 직접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이로 인해 권위와 전통의 제 44회 이상문학상은 발표가 무기한 연기됐다. 이상문학상은 작가의 저작권에 대해 어떤 요구를 하고 나선 것일까. 작가들에 따르면 이상문학상 계약서에는 ‘단편 저작권을 출판사 측에 3년간 양도하고 작가 개인 단편집에 실을 때도 표제작으로 내세울 수 없다’는 조항이 적혀 있었다. 상을 받는 대신 자신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작품의 권리를 3년 동안 출판사에 넘기라는 의미다. 작품이야말로 작가 본인의 것임에도 출판사는 작가가 자신의 책을 낼 때조차 자유롭지 못한 조건을 내세운 것이다.

사진=김금희 작가 트위터
(사진=김금희 작가 트위터)

■ 국내 유수 문학상 받은 작가들 너도나도 참아왔던 목소리 내

이같은 문제에 가장 앞에 선 이는 김금희 작가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출판사에 계약서 수정요구를 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참담하다고 표현했다. 그는 “내가 이런 말을 여기서 하는 것이 내게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 잘 안다. 하지만 말하지 않는다면 계속 ‘양도’라는 단어 속에 작가들의 작품들이 연속해서 갇히게 되겠지. 계약서 조정이 그리 어려운가. 작가를 격려한다면서 그런 문구 하나 고치기가 어려운가. 작가의 노고와 권리를 존중해줄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이상문학상의 이상한 조항에 대해 꼬집었다.

이어 이기호 작가도 이틀 후인 6일 페이스북에 “우수상이라는데 3년 동안 저작권 양도 이야기를 하길래 가볍게 거절했다. 비단 이 문제 뿐만 아니라 작가의 권리가 특정 회사나 개인에 의해 침해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비판했고 최은영 작가는 아예 출판사에 이메일을 보내 다른 작가들과 같은 이유로 상을 거부했다.

앞서 같은 경험을 했던 권여선 작가까지 나섰다. 권 작가가 밝힌 내용은 더욱 충격적이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대상을 받았을 때는 지금 문제가 되는 내용의 계약조건을 전화로 고지 받았지만, 그런 것에 개의할 처지가 아니었기에 계약조건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며 “정식 계약을 하러 갔을 때 담당자는 고지한 계약 외에 앞으로 내가 문학사상사에서 의무적으로 두 권의 책을 발간해야 하는 조건을 추가해서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어 수상을 거부하고서야 주최 측이 한발 물러섰다는 설명과 함께 그는 “시대가 바뀌었다. 이번 일로 제발 출판사의 낡은 출판관행과 상 운영관행도 바뀌기를 바란다.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작가들이 바뀌었으니. 이토록 든든한 작가들이 버티고 있으니”라고 응원했다.

이같은 일이 벌어지자 문학사상사는 계약서 상에는 3년이라 명시하고 있지만 개인 작품집 출간 시기가 수상집 출간 시기와 겹치지만 않는다면 양해해왔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항은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작가의 저작권을 제한한 적은 없다면서 “직원의 실수” “계약서상 용어의 문제”, “소통의 부족”이라고도 했다. 출판사 측은 향후 작가들과 소통을 통해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문학사상사 대표가 직접 경향신문을 통해 “대상 수상작에 대해 3년 저작권을 양도받는 조항이 지난해부터 서류 착오로 우수상 수상작가에게도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도 했지만 상의 종류가 아닌 양도 조항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사진=문학사상사 홈페이지에 명시된 문학상 취지
(사진=문학사상사 홈페이지에 명시된 문학상 취지)

■ “다른 문학상엔 없었다” 이상문학상의 이상한 관행

우선 문제제기를 하고 나선 이들이 모두 국내 여러 문학상에서 상을 수상해왔다는 점은 이상문학상만의 이상한 조항이 불합리하다는 사실을 더욱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은영 작가는 황순원문학상, 현대문학상, 문지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젊은작가상을 받았고 김금희 작가는 현대문학상, 젊은작가상, 신동엽문학상 등을 휩쓴 바다. 이기호 작가도 이효석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하는 등 문학계의 주요 상들을 받아온 인물들이 작가의 권리 침해라며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때문에 이상문학상이 작가 저작권에 관여하겠다는 이 조항은 다른 문학상들과 비교했을 때에도 옳지 않으며 시대를 역행하는 발상이자 수상 상금을 받고 출판사에 저작권을 넘기는 3년짜리 매절 계약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를 펼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타 문학상의 경우 작가의 저작권을 이런 식으로 침해한 적은 없다는 것이 문학계의 이구동성이다. 한 출판 관계자는 “다른 출판사들이나 문학상 주최 측에서도 이상문학상 작품집과 유사한 형태의 책들을 내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저작권에 간섭하는 경우까지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 대부분의 경우 문학상 작품집을 낼 때에 작가에게 일회성의 출판권을 사거나 작품집을 내기 위한 용도의 출판권을 사들이는 정도다”라면서 문학사상사가 더 이상 문학상을 위시한 권력을 내세워선 안된다고 꼬집었다.

논란이 쉬이 봉합되지 못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작가들이 이상문학상의 저작권 양도 조항에 이의를 제기해왔기 때문.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으로 제 11회 이상문학상을 받은 이문열 작가가 당시 해당 조항을 보고 상을 받고 싶지 않았지만, 문학상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고 밝힌 바 있고 ‘숨은 꽃’으로 이상문학상을 받은 양귀자 작가도 “야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동의서 규정들이 작가에게 너무 굴레를 씌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내용을 일부 수정한 뒤에 도장을 찍었다”고 불만을 드러낸 바다. 특히 1998년에는 이같은 논란에 문학사상사가 나서 서면계약서는 없지만 독점적으로 수상 작품집을 출판해왔다는 이유를 들며 수상작 저작권이 자신들에게 있다는 주장을 펼친 보도가 있을 정도다. 당시에도 문학사상사가 아닌 다른 출판사는 자사 제정 문학상을 받은 작가에게 상금과 더불어 작품집 인세를 모두 지급한다는 점이 비교되며 논란이 컸다. 그로부터 무려 22여년이 지났지만 문학사상사는 저작권 양도 조건을 고집하고 있는 셈이다.

사진=문학사상 홈페이지 내 이상문학상 관련 저작권 명시 부분 캡처
(사진=문학사상 홈페이지 내 이상문학상 관련 저작권 명시 부분 캡처)

■ 문학상의 취지와 가치, 수익에 외면당했나

문학사상사는 1977년 이상문학상 제정 후 중·단편소설을 대상으로 시상해왔다. 수상작과 후보작을 매년 초 ‘이상문학상 작품집’이라는 작품집을 통해 발표해왔던 바다. 이상문학상은 황순원문학상, 동인문학상과 함께 국내 3대 문학상으로 군림해왔지만 그 권위와 명예에 걸맞지 않은 강요로 작가의 권리를 침해하고 독자에게도 상술을 부렸다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문제가 불거진 후 문학사상사 홈페이지 내의 이상문학상 저작권 설명을 살펴보니 대상작에 대한 저작권 언급만 적혀 있다. 출판사는 우수상에 대한 저작권 양도 조항을 없앴다가 다시 부활시킨 것이라 밝힌 바다. 이를 감안하고 봐도 출판사는 홈페이지에 ‘3년간 저작권이 출판사에 귀속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2차 저작권은 작가의 것이라고는 했지만 대상 상금 3500만원을 주고 3년간 저작권을 산 셈이다. 더욱이 ‘어떤 경우에도 《이상문학상 작품집》의 표제(대상 작품명)와 중복되거나, 혼동의 우려가 없도록 하기 위하여 대상 작품명을 대상 수상작가 작품집의 서명(書名, 표제작) 으로는 쓰지 않기로 한다’는 조항은 저작권 양도 3년이 지난 후에도 대상작 제목을 표제작으로 쓸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는 셈이라 작가의 선택권을 해치는 불합리한 조항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이같은 조항들이 과연 ‘매년 가장 탁월한 작품을 발표한 작가들을 표창함으로써, 한국 문학 발전에 기여할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표기해놓은 이상문학상의 취지와 맞는 것인지 의심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한 출판 관계자는 “전적으로 수익 문제다. 해당 작가의 작품이 문학상 작품집에만 실린다는 이점에 함몰돼 작가의 권리라는 본질적 문제를 외면했고 문학상의 권위마저 떨어트린 꼴이 됐다”면서 “작품은 오롯이 작가의 창작물인데 세간에서 말하는 소위 갑질로 이를 해치려 한 셈이다. 이 시점에서 문학상의 의미와 취지가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문학상은 말 그대로 작가들의 작품성을 따지고 작가의 노고를 격려하고 대중에 좋은 작품을 알리는 취지로 이뤄져야 한다. 상금이나 출판사 수익에 매몰되지 말고 문학상의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시상식으로 다시 재정비 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상문학상 수상 거부한 김금희, 이기호, 최은영 작가(사진=문학동네, KBS)
이상문학상 수상 거부한 김금희, 이기호, 최은영 작가(사진=문학동네, KBS)

■ 현시점 문학상은 구시대 모델, 저작권 임의 제한 지양해야

이상문학상 사태와 관련해 문학상의 본질적 문제들을 지적하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본지와 통화에서 문학상은 시대의 변화에 뒤따라가지 못했으며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문학상을 주고 작품집을 내는 방식을 ‘구시대 모델’이라 지칭하면서 “이상문학상이 40년 세월이 넘었다. 다른 문학상들도 다르지 않다. 그런데 상황은 문학상들이 생겨나던 때와는 다르다. 과거에는 작가들이 다양한 경로로 발표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고 유명작가와 신인작가의 작품이 함께 게재되기에 문학상 작품집은 신인작가에겐 기회의 통로였지만 지금은 과거에 비해 단편집도 늘었고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많아졌기에 이전과 같은 문학적 순기능은 약해졌다”면서 “문학상 작품집의 상업적 효과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문학제도, 등단 등의 효과와 기능은 약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무리하면서까지 책을 내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기존 방식대로의 문학상보다는 순수하게 문학 작품의 의미와 가치를 따지는 문학상들이 정립돼야 하며 무엇보다 작가들의 저작권을 지킬 수 있는 방법들이 활발히 논의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그는 “순수한 의도의 문학상은 작가들이 특히 바라고 있는 것이고 당연히 그렇게 돼야 하지만 이는 두 번째 문제다”라면서 “그보다 앞서 생각해야 할 건 작가 저작권과 관계된 의식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다. 권리에 대한 의식, 저작권이 다양한 형태로 활용될 수 있고 작가의 작품을 다양한 영역에서 관리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굳어져 가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저작권을 임의로 제한하는 건 어쨌든 지양돼야 할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관계자 역시 프랑스 콩쿠르상을 언급하며 국내 문학상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콩쿠르상은 권위높은 상이지만 상금은 고작 10유로(약 1만 2900원)에 불과하다. 상금은 적지만 누구나 그 상에 행복해한다. 문학상 수상작이 발표된 후 프랑스 전역 서점에 책이 깔리고 인기를 얻으며 세계 각국의 언어로도 번역돼 작가에게 부와 명예를 안겨준다. 문학상을 볼 것도 없다. 세상 어디에도 상을 주는 대신 저작권을 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하는 경우는 없다. 300만원의 우수상, 3500만원의 대상을 주고 저작권을 빼앗는 것은 시상이라는 본질을 외면한 전횡일 수밖에 없다. 이같은 일이 근절되고 보다 진정한 의미의 문학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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