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세상이 변할까? 사람은 안 변하는 게 아닐까?"

공지영 '해리'

신리비 기자 승인 2022.06.06 16:10 의견 0

90년대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던 공지영 작가는 이제 작품보다는 사회에 대한 발언으로 더 유명하다. 때로는 SNS에 몰두해 있는 듯 보인다. 요즘의 행보를 보면 어린 친구들은 그가 31년째 작가 생활을 하며 수많은 의미있는 소설들을 써낸 사실을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 출간했던 ‘해리’ 역시 소설 안에 작가의 현실 모습이 겹치는 대목들이 많아 평은 좋지 못했다. 작품은 재미있었지만 결말은 의미 없었고, 그 안에서 뱉어내는 캐릭터들의 말들은 공지영 작가가 하는 말처럼 들리며 독자를 자꾸만 소설 밖으로 빠져나오게 했다.

다만 혹평이 즐비했던 ‘해리’에서 건질 것은 선과 악, 증오와 싸워야 하는 이유, 변하지 않는 세상에 대한 회의와 세상을 바꾸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고민들이다. 필력으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공 작가는 현재의 세상에 대한 다양한 시선과 풀이법을 악이 지배하고 눈을 가린 소설 속 세계에 풀어놓는데 따끔하기도 하고 공감가는 대목도 많다. 무엇보다 “신의 세계인 선은 다양하고 다채롭지만 지옥은 지루하고 공허”하다며 내놓는 설명은 악한 자가 더 잘 살아가는 것만 같은 현 시대에서 일종의 위안으로 다가온다.

사진=해냄
사진=해냄

“네 자신을 망치는 싸움을 해서는 안돼. 더 사랑할 수 없이 증오로 몰아가는 싸움을 해서는 안돼. 그러다가는 적과 닮아버려요. 비결은 이거야. 미워해서가 아니라 그들에게 훼손당한 그 가치를 더 사랑하기에 싸워야 해.”

“나는 죄짓고 있으니까, 그래도 그들은 거기서 좀 온당하게 남아있어 주기를 바랐던 것 같아요. 그래야 우리도 돌아갈 곳이 있으니까. 그래야 언제든 돌아가고 싶어질 테니까요.”

“과연 세상이 변할까? 사람은 안 변하는 게 아닐까? 사람이 안 바뀌는데 세상이 어찌!”

“그게 바로 악마의 속임수야. 악마는 창조하지 못해. 오직 흉내내고 베낄 뿐이야. 악마는 진부하게 하던 걸 계속하지. 그리고 말해. ‘원래 그러는 거예요’, ‘예전부터 이랬어요’, ‘관행이에요’ 이게 유일한 변명이란다. 하지만 무언가를 새로 만들어내는 것은 선한 것. 그것은 선하신 신의 몫이란다. 신은 인간 얼굴 하나 강아지 얼굴 하나 복제하지 않으셨어. 신의 세계인 선은 다양하고 다채롭지만 지옥은 지루하고 공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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