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 “책이 세상을 바꾸고 나를 바꾸고 우리를 성장케 한다”

권유리 기자 승인 2022.07.08 10:20 의견 0
사진=한겨레출판
사진=한겨레출판

11년을 기자로 살다 이건 아니다 싶어 작가가 됐다는 장강명. 작가가 되겠다며 열심히 글을 썼고 한 신문사 문학상에 당선됐을 때 그의 아내가 한 말은 “평생 소설가가 못될 줄 알았다”는 것이었다. 아내조차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던 그의 글쓰기는 꾸준하고 성실하게 하루 8시간 이상씩 이어졌고 그는 어느덧 여러 권의 책을 내고 화제작으로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기도 하는 인기작가가 됐다. 원하는 글을 못 써 괴로웠다는 기자 시절부터 치면 그의 글쓰기는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한 셈이다. 그래서일까. 장 작가는 영하의 바람이 스치는 11월 중반, 그를 사랑해 모인 팬들에게 책을 써보라고 권했다.

2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위치한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장 작가를 만났다. 이날 그는 ‘책 한번 써봅시다’라는 주제를 들고 독자와 만난 참이다. 자신을 ‘소설 쓰는 장강명’이라 소개한 그의 지론은 이렇다. 책은 지혜와 사유를 담아내는 매체고, 이러한 책이 중심이 될 때 사회가 변할 것이며 책은 또한 인간의 삶 역시 이롭게 한다는 것이었다. 잘 나가는 메이저 매체에서 기자를 하다 쓰고 싶은 글을 쓰겠다며 뛰쳐나갔기에 글 쓰는 걸 사랑하는 사람인 건 잘 알겠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책 한권을 내기까지 작가의 고통이 극심하다는 것을 삼척동자도 아는데 책 쓰는 일이 사람을 이롭게 할까? 게다가 이미 현대사회는 책을 등한시하는 분위기며 지난해 국민 1명당 1년 동안 읽은 책이 5권 정도밖에 안된다는데 어떻게 책이 중심이 되는 사회가 가능할까? 이런 의문부호들 가운데서 장 작가는 유머러스하지만 명확하게 책 읽는 사회와 책 쓰는 사람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 책만이 지혜와 사유를 전하는 매체다

“책이 중심이 되는 사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히키타 사토시의 ‘즐거운 자전거 생활’이라는 책이 계기가 됐다. 저자 서문과 후기를 읽다 감동을 받았다. 저자는 ‘자전거는 혁명. 자전거는 우리의 마지막 교통수단. 자전거를 타서 환경을 살리고 인간성을 회복하자’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당황했지만 읽다 보니 설득이 됐다. 자전거를 타는 사회와 자동차가 중심인 사회는 다를 것이다. 자전거는 느리고 불편한 사회겠지만 사람들이 건강하게 이동하는 사회일 것이다. 어쩌면 자전거 사회는 대도시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학교, 이동하는 거리, 도시 구조 자체가 다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도 자전거와 같다. 느리고 다소 불편하다. 지금 우리 세상의 중심은 스낵정보들이 넘치는 세상이다. 기자를 그만둔 후 카드뉴스가 생겼다. 카드뉴스에 무척 놀랐다. 카드뉴스를 보면 10문장 이하로 축약한 기사다. 이걸 기사라 볼 수 있나 하고 충격받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좋아한다. 빠르고 편하게 금방 볼 수 있어서다. 인공지능으로 뉴스 요약본도 나온다. SNS글을 볼까, 마찬가지다. 이런 매체들은 육하원칙, 세부사항 등을 실어 나르지 않는다. 이같은 스낵정보들이 난무한다. 양은 많은데 영양가가 없다. 이런 류에는 지혜와 사유라는 정보가 실리지 않는다. 물론 모든 책에 사유와 지혜가 담겨 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거꾸로 말하자면 지혜와 사유를 담아낼 수 있는 매체는 책 뿐이다. 그렇게 믿고 있다. 앞서 자전거가 중심이 된다면 도시 구조가 바뀔 것이라 생각했다. 만약 책이 중심이 되는 사회가 된다면 정치와 사회 구조가 바뀔 것이다. 또 그렇게 변하기를 바란다”

오직 책만이 사람들에 지혜를 전하고 사람들이 사유할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이같은 그의 말에 혹자는 현대인이 하루 읽는 활자 양이 얼마나 많은 줄 아느냐고 반문한다고 한다. SNS, 온라인 뉴스, 카카오톡 등과 같은 메시지들을 소화해내기에 결코 현대인의 독서량이 부족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며 장 작가가 하는 생각은 “감자칩을 많이 먹어 밥먹지 않아도 된다”는 말과 똑같은 소리라는 것이다. 주고받는 메시지, SNS글들을 본 것이 책을 읽은 것과 결코 같지 않다고 그가 주장하는 이유는 바로 책이 사람들 간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해준다는 데에 있다. 책이 중심이 될 때 사회구조가 바뀌고 생각이 바뀔 것이라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단적인 예로 허혁의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라는 저서를 들었다. 장 작가는 “버스를 탔을 때 버스 기사가 친절했냐”고 물어왔다. 불친절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생각이 들 때 그가 이 책을 언급하며 말했다. “버스기사들은 자신들이 들르는 정거장 이름은 알아도 그 주변의 건물이나 장소까지는 알지 못한다”고.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라는 책에는 이같은 버스기사들의 사정이 담겨 있고, 이 책을 읽음으로써 버스기사가 불친절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던 이들이 상대의 속내와 사연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사진=권유리 기자
사진=권유리 기자

■ 창작의 기쁨 "글을 쓰는 것이 나를 버티게 한다"

듣다 보니 책이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명제만큼은 진실같다. 이에 더해 장 작가는 책을 쓴다는 것, 창작한다는 것이 창작자에게도 좋은 것이라고 말한다. 창작의 고통에 몸부림쳤다는 수많은 작가들을 뒤로 하고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뭘까. 그는 누구나 아름다운 것을 보는 걸 좋아하고 맛있는 음식 먹기를 원하는 것처럼 창작 역시도 인간의 본능이라고 말한다. 창작이 기쁜 일이며 창작하는 이에게 좋은 행위인데다 심지어 본능이라니. 그는 무슨 자신감으로 이런 말을 하는 걸까.

“창작은 ‘본능’이라고 하면 의아할 수 있겠다. 하지만 아이들만 봐도 해변에 가면 모래성을 쌓는다. 누가 시키지 않는다. 재밌어서 한다. 게임기가 나오자 누군가는 레고의 시대가 끝났다고 했지만 레고는 더욱 인기를 얻었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 그 재미는 본능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그 재미가 줄어든다. 학교조차 그랬다. 학생들에게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기쁨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정해진 걸 훌륭하게 완성하도록 가르쳤다. 더욱이 다 큰 어른이 뭔가 창작하겠다고 할 때 이상하고 신기하게 보는 게 현대 사회다. 하지만 창작의 기쁨이란 크기를 가늠할 수 없다. 나 역시 첫 소설 초고 마쳤을 때 며칠 동안 구름 위를 거니는 느낌이었다.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책을 쓰면서 그같은 기쁨을 꾸준히 느낀다. 더 큰 기쁨도 있다. ‘나만의 공간, 나만의 중심’이 생긴다는 것이다. 책을 쓸 때 나만의 시간이 생긴다. 사실 이 시간이 힘들기도 하지만 나만의 시간이 나를 지켜주기도 한다. 힘든 일이 있어도 글을 쓰는 시간 동안에 다시 나를 찾고 글을 쓰는 것이 나를 버티게 해준다”

이뿐이라면 장 작가의 특기가 글쓰기고, 글쓰는 행위를 워낙 사랑하기에 그만이 느끼는 창작의 기쁨이라 치부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사람이 글을 쓸 때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되면서 삶을 살아가는 자세도 바뀐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실제로 수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며 스트레스를 쏟아내고 고민을 털어내고 자신을 반추한다. 때문에 장 작가는 ‘저자’가 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더욱이 그때의 기분에 따라 글을 쓰기보다는 한가지 주제를 목표로 쓰겠다는 기획을 하는 과정마저도 ‘난 어떤 인간이지?’라 생각할 계기가 된다고 열변을 토했다.

사진=권유리 기자
사진=권유리 기자

■ "골프를 취미로 하다 프로가 될 수 없지만 글쓰는 취미로 작가가 될 수 있다"

그의 말도 일리가 있다. 시대가 변했지만 책은 여전히 우리에게 남다른 의미를 주며 글쓰기는 한 인간을 바꾸어놓는 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나’ 글을, 책을 쓸 수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장 작가는 아주 단순명쾌하게 책쓰는 일이 세상의 별별 취미보다 쉬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골프와 낚시 같은 자신의 또래 남성들이 즐기는 취미들을 예로 들며 책쓰기가 그보다 쉬운 일이라 설명한다.

“내가 정식 데뷔한 게 한겨레 문학상을 수상하면서다. 당선된 날 저녁 아내와 술잔을 기울이는데 아내가 내가 소설가가 될 줄 몰랐다고 했다. 연유를 물으니 소설을 많이 읽어왔던 아내는 내 습작들을 보고 ‘얜 평생 소설가는 못 되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왜 여태 그런 말을 하지 않았냐니 ‘좋은 취미 같았다’고 하더라. 취미가 골프나 낚시면 주말마다 나갔을 테고 관련 용품을 산다고 돈을 썼을 텐데 글쓰는 게 취미면 그럴 일이 없어 좋아보였다고 했다. 당시에는 어이가 없었지만 글쓰기는 좋은 취미가 맞다. 프로골퍼가 되기 위해 취미를 골프로 두는 사람은 없다. 낚시로 대성하기보다는 시장에서 좋은 생선을 사는 편이 빠를 터다. 반대로 골프를 직장생활 하는 틈틈이, 공부하는 사이사이 쳐서 프로골퍼가 되는 사람은 없다. 축구도, 야구도 틈틈이 취미로 하다 프로가 될 수 있는 길은 없다. 그러나 책은 퇴근해서 한 두 시간 쓰다가 작가가 될 수 있다. 나 역시 그랬다. 이렇게 보면 책이야말로 아무나 쓸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허무맹랑해보이지만 결국 장 작가는 글을 쓴다는 행위가 얼마나 즐거운 일이며 많은 기회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사진=민음사
사진=민음사

■ "좋은 책 아닌 유명한 사람의 책이 팔리는 시대" 新플랫폼의 필요성

그러면서 그는 스스로가 책을 쓰면서 치유의 힘을 느꼈고 어디서나 오는 영감을 얻었다고 고백했다. 장 작가는 언제 어디서든 영감은 쏟아져 내리고 있고 지금 이순간도 마찬가지라면서 다만 우리가 바빠서 이같은 순간들을 놓친다고 말했다. 자신은 신기하고 상대는 신기하지 않을까를 파고들 때 영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영감을 통한 글쓰기 과정에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 때 반대의 진심을 들여다봐야 한다고도 말한다. 그는 “글을 써서 부끄러운 때는 분명 있다. 그러나 글을 쓸수록 치유가 되는 것 같다. 글을 쓰면서 고통을 공개하는 느낌인데 쓰고나면 내 안에 있던 게 밖으로 나오게 된다. 밖으로 내놓음으로써 마음이 가벼워진다. 부끄럽지만 거꾸로 보면 그런 치유의 이득도 누리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그 생각은 책을 쓰지 않는 한 내년에도 떠오를 테고 10년 후에도 떠오를 터이니 당장 쓰라고 조언하는 그이지만 현재의 출판 생태계에 대해선 질책을 아끼지 않는다. 장 작가는 “한국 출판 생태계가 뭔가 좀 이상하다”면서 “ 유명한 사람이 쓴 글이 잘 팔리고, 좋은 글이 독자에 소개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미디어 간접광고를 통한 책이나 명사가 SNS에 올린 책이 잘 팔리는 현상에 대해 회의적이라면서 독자들이 ‘정말 좋은 책’이라 평가하고 입소문이 날 만한 플랫폼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인이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정부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이처럼 ‘좋은’ 책을 골라내는 플랫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의 의견에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장 작가 역시 더 좋은 글을 써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여서다. 그 스스로도 점점 다루기 어려운 소재들로 책을 쓰고 있는 참이다. 이에 대해 장 작가는 “의도한 부분이 있다”면서 “대부분 작가들을 보면 60대 중반에 정점에 달한다. 내가 1년에 한권씩 20권 정도 쓰면 정점에 이르는 때가 될 텐데 그때 최고의 작품을 써내기 위해서 지금부터 점점 더 쓰기 어려운 소재로 쓰고 있다”고 속내를 밝혔다. 자신의 필력이 정점에 달했을 때 최고의 작품을 쓰기 위해 스스로를 연마하고 있다는 그의 말에 숙연한 느낌까지 들 정도다. 그의 말을 해석해보자면 장 작가가 정점의 자리에서 최고의 작품을 내놓을 때까지 우리는 매번 더 멋지고 깊이를 더해가는 그의 필력과 마주하게 될 터다. 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책이야말로 자신을 지키는 것이며 책을 통해 성장해나가는 장 작가가 내놓을 차기작이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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