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롤모델, 셰릴 샌드버그

송인화 기자 승인 2020.04.27 17:47 | 최종 수정 2020.05.06 22:53 의견 0

“할 수만 있다면 일에서 떠나지 마세요. 일을 계속하기로 선택했다면 스스로 병풍 역할을 하기보다 당당히 자신의 자리를 찾고 일을 그만둔다는 선택은 끝까지 미루세요. 그리고 배우자가 있다면 그 배우자를 진정한 삶의 동반자로 만들길 바랍니다”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셰릴 샌드버그가 2010년 TED 강연에서 한 말이다. 그는 ‘여성 지도자가 적은 이유’를 주제로 강연하며 여성들에게 끝까지, 일을 놓지 말라고 당부했다. 특히나 그는 여성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나 남보다 월등했던 자신의 조건과 결부시킨 성공 스토리를 말하는 대신 여성이 주체적으로 살아나가야 하는 사회에 대해 조언했다. 성별 경쟁이나 성공 방정식이 아니라 여성들이 스스로의 삶에서 만족하며 성취감을 느끼고 살아갈 수 있는 점을 언급한다는 점에서 이 강연은 여전히 가치있는 강연으로 회자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의 실패 후 미국에서 여성 대통령이 나온다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셰릴 샌드버그는 유복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인물이다. 시작부터 탄탄대로였기에 그의 인생은 ‘개천에서 솟아오른 용’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세계 1% 리더로 꼽히기까지 그가 걸어온 길은 때를 놓치지 않는 현명한 선택과 가치관, 강인하면서도 따뜻한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진=페이스북)

■ 세상을 변화시킨 성공, 그 시작엔 대담한 선택이 있었다

“수백 번의 이상적 생각보다 한 번의 실행이 변화의 시작이다”

명언으로 되새겨지고 있는 그의 말들 중 하나다. 실제로 셰릴 샌드버그의 삶은 도전의 연속이었고 누구도 상상하기 힘들었던 선택으로 세상 변화의 주역이 됐다. 그는 명문대 졸업 후 세계은행과 재무부에 근무하다 닷컴 버블이 꺼져갈 무렵에 구글에 입사한다. 신생기업을 8년 만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고 부사장에 오른 뒤 워싱턴 포스트 이직을 고려하던 그는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만난 마크 저커버그의 구애 끝에 이듬해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로 둥지를 튼다. 그는 적자를 거듭하던 페이스북에 자신의 인생을 걸었고 페이스북의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당시 페이스북은 기로에 놓여 있었다. 서비스를 시작한 후 어마어마한 가입자를 모았지만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이 없었다. 구글처럼 광고로 돈을 버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페이스북은 이용자 개개인에 사적인 공간이기도 했기에 광고 도입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때 셰릴 샌드버그는 페이스북 인사구조를 개혁하고 페이스북에 맞춘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 광고를 도입하는 광고 수익 모델을 개발한다. 직원 관리를 잘하지 못하는 저커버그를 대신해 살림을 챙기는 한편 페이스북 트레이드 마크인 ‘좋아요’를 만드는 등 회사 전반적인 빈 공간을 메워나갔다. 이 덕에 적자 연속이던 회사는 1년 반만인 2009년 가을 흑자로 전환되고 8년간 매출 65배 신장을 이뤄낸다. 페이스북 창립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셰릴 샌드버그를 두고 “샌드버그가 없었으면 페이스북은 지금의 모습을 갖추지 못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동료이자 소중한 친구다”라고 찬사하기도 했다. 전문가들 역시 페이스북이 셰릴 샌드버그를 만난 것이 주요한 성공비결이었다고 평가한 바다.

(사진=마크저커버그 페이스북)


■ 그가 유리천장을 뚫을 수 있었던 비결

셰릴 샌드버그의 업무적 역량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점은 그가 글로벌 여성들의 리더라는 점이다. 그는 실리콘밸리 여성들 모임을 만드는가 하면 회사에서도 여직원들을 독려하며 “야망을 가지라” “육아나 결혼 때문에 여성이 성공을 희생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등 조언을 아끼지 않아왔다. 스스로 이같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고 모든 순간 자신이 여자라는 점을 의식하지 않으며 살았다고 고백한 바다.

그간 성별 경쟁 관련 연구에서 남녀 불문하고 남자가 성공하고 지위가 올라가면 그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하는 한편 여성의 경우는 비호감으로 여긴다는 결과가 이어져왔다. 셰릴 샌드버그는 이같은 세간의 편견에 당당히 맞서야 한다며 무슨 일이 일어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생각을 실천에 옮길 줄 아는 셀프 리더십을 주창했다.

셰릴 샌드버그가 성공하기까지 겪어야 했던 사회적 문제들은 미국 사회라고 해서 다를 바 없었다고 알려진다. 결혼과 출산으로 직장에서 차별대우를 받고 경력이 단절되는 경우가 미국에서도 허다했고 셰릴 샌드버그 역시 수많은 유리천장과 맨몸으로 부딪쳐야 했다. 특히 대기업 임원실에서 투자 협상을 하던 당시 일화는 사회가 여성의 지위 한계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를 말하는 단적인 예다. 글로벌 대기업에서 투자협상을 하던 그는 그 건물 해당층에 여자 화장실이 없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고 알려진다. 임원들 가운데 여성이 아무도 없다는 이유로 여자 화장실이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자신의 저서인 ‘린인’(Lean In)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여성이 어떻게 주체적으로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 말한다. 그는 늘 모든 게 가능하고 누구든 노력하면 성취할 수 있다고 믿으며 자라왔다면서 여성들에게도 성공하려는 의지를 가지라고 강조했다. 여성들이 어째서 직장에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해야 하는지, 암묵적인 사회의 제약과 현실의 굴레 속에서 안주하거나 무너지면 안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이와 동시에 유리천장의 존재를 핑계삼아 커리어에 욕심내지 않는 여성들을 꼬집기도 한다. 무엇보다 성공의 사다리를 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사다리에서는 정상에 오르는 길이 하나뿐이지만 정글짐에서는 여럿이다”면서 정글짐이라는 길을 선택할 때 자신이 만드는 길이 새로운 길이 될 수 있고 여러 이유로 사회생활이 단절되거나 정체된 여성들에게 다양한 단계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성공으로 향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라 조언하기도 한다.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용기, 노력과 열정으로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실력은 비단 셰릴 샌드버그가 아니라도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을 그는 분명히 말하고 있다. 어쩌면 갖은 난관을 핑계삼아 도전하지 않는 우리가 인생을 이끌어가는 리더로서 가장 필요한 리더십이 아닐까.

(사진=와이즈베리)


■ ‘린인’&‘옵션B’

‘린인’(와이즈베리)은 셰릴 샌드버그가 추구해 온 리더십과 여성으로 살아가는 방식을 말하는 책이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폭발적 성장을 이루어낸 실리콘밸리의 아이콘 셰릴 샌드버그는 ‘여성과 일, 리더십’에 대한 다양한 조언과 자신의 경험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세계 여성들의 마음을 울렸다. 그는 여성들이 경력을 추구할 때 맞닥뜨리는 장애물과 그 원인을 자신의 경험과 함께 사회학적 연구 및 세계 조사 통계 등 객관적 데이터를 근거로 들여다보며 여성이 일과 사생활에서 장벽을 뛰어넘고 잠재력을 발휘하는 방법이 무엇일지에 대해 솔직하게 조언한다.

셰릴 샌드버그가 자신의 심리학자이기도 했던 애덤 그랜트와 함께 쓴 ‘옵션 B’(와이즈베리)는 사회에서 범위를 좁혀 개인 삶의 문제를 내밀하게 다루는 책이다. 2015년, 셰릴 샌드버그는 남편의 급작스러운 죽음으로 충격에 빠지게 됐다. 인간관계, 직장생활, 사생활 등 삶의 모든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7살, 10살에 불과한 어린 아이들이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가게 될까 봐 극도의 불안에 떨어야 했다. 이후 그는 친구이기도 한 애덤 그랜트에게서 고통을 줄이고 역경을 극복해낼 수 있는 방법으로 회복탄력성이라는 심리학적 개념을 듣게 되고 이를 통해 고통에서 빠져나온다. 그는 자신이 내면을 치유하며 외상 후 성장을 해나가는 과정을 우리에게 생생하게 들려주면서 인생에서 우연히 맞닥뜨릴 수 있는 다양한 역경과 극복의 지혜에 대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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