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을 말하다] 故박완서 작가가 남긴 소중한 유산…‘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영원한 현역 작가 박완서의 10주기 기념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가 남긴 소중한 유산, 에세이를 재조명하다

안소정 기자 승인 2021.01.08 19:00 | 최종 수정 2021.01.08 19:01 의견 0
(사진=세계사)


뜻밖의 신간이 반갑다. 작고한 지 10년이 지난 작가 故박완서의 에세이가 문득 우리를 찾아왔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엄마의 말뚝’ ‘나목’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등 대한민국 필독서를 여럿 탄생시킨 작가 박완서. 그녀가 한국문학계에 한 획을 그은 소설가라는 데에 이견을 제시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사실은 그녀가 다수의 산문도 썼다는 것이다. ‘대작가’, ‘한국문학의 어머니’라는 칭호가 더없이 어울리는 작가 중 이렇게 많은 산문을 진솔하게 써내려간 사람이 또 있을까.

박완서가 우리 곁을 떠난 지 10년째 되는 해를 맞이하여 그녀의 산문 660여 편을 모두 꼼꼼히 살펴보고 그중 베스트 35편을 선별했다. 작품 선정에만 몇 개월이 걸린 이 책에는 박완서 에세이의 정수가 담겨 있다.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는 박완서의 기존 팬들에게는 물론이고, 한국문학 애호가들 모두에게 또 다른 필독서가 될 것이다.

■ 세월이 흘러도 불변하는 가치, 박완서만의 글

작고한 지 10년이 지나도 꾸준히 회자되고, 여러 다른 형태로 그녀와 관련된 책이 나오는 이유는 하나다. 그녀의 글이 대체불가능하게 좋기 때문이다. 가장 일상적인 언어로 쓴 그녀의 글은 쉽게 술술 읽히지만, 그 여운은 길다. 솔직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고, 재밌지만 그 안의 주제는 깊으며, 신랄한 비판의식 속에 본질은 따뜻하다.

이 책에는 가장 박완서다운 글들이 실려 있다. 책의 어느 곳을 펼쳐도 유쾌한 마음으로 한 편 한 편을 맛있게 즐길 수 있지만, 읽은 후엔 두고두고 되새김질하게 된다. 한 권을 다 소화한 후엔, 박완서라는 이름이 한국문학에 왜 그리 크게 남아 있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박완서 저 | 세계사 | 2020년 12월 07일


■ 혼란한 때일수록 우리의 마음을 든든히 지지해줄 책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중심이 단단한 따뜻함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우리보다 앞서 험한 인생을 겪어낸 대작가의 삶 속 고백이 우리에게 꼭 필요한 위로가 되는 이유다. 박완서 글 속의 경험, 시대, 생활 방식은 지금 우리의 것과는 다르다. 그럼에도 그녀의 글을 읽으면 화자의 고민들에 공감하게 되고, 화자의 깨달음에 깊은 감동을 받게 된다. 전쟁, 분단, 남편과 아들의 죽음 등 한 사람이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 속을 살아내면서도 박완서는 일상의 아름다움을, 따뜻한 인간성을 말했다. 인생의 이야기를 거르고 걸러 가장 진실한 것만을 남겨낸 그녀의 글들은 읽을수록 새롭고 오래될수록 귀중해진다.

“잡문 하나를 쓰더라도, 허튼소리 안 하길, 정직하길, 조그만 진실이라도,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진실을 말하길, 매질하듯 다짐하며 쓰고 있다.” _본문 중


■ 소박하고, 진실하고, 단순해서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한 작가

박완서는 모진 삶이 안겨준 상흔을 글로 풀어내고자 작가의 길을 시작했지만, 그것에 머무르지 않았다.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내면의 은밀한 갈등을 짚어내고, 중산층의 허위의식, 여성 평등 등의 사회 문제를 특유의 신랄함으로 드러냈다.

그럼에도 결국 그의 글이 가리키는 방향은 희망과 사랑이었다. 그의 글은 삶을 정면으로 직시하여 아픔과 모순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기어코 따뜻한 인간성을 지켜내고야 만다. 오직 진실로 켜켜이 쌓아 올린 그의 작품 세계는, 치열하게 인간적이었던, 그래서 그리운 박완서의 삶을 대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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