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에서 성공하는 창업전략…콘텐츠는 디지털 시대의 ‘광산’

박희린 기자 승인 2023.02.08 17:03 | 최종 수정 2023.12.28 00:09 의견 0
(사진=PIXABAY)

시대는 급변한다. 많은 이들이 사업을 하라고, 창업을 해야 한다고 외치지만 정작 직장을 떠나면 판매할 상품도, 그것을 위한 경쟁력도, 든든한 자금도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한 우리들도 직업과 무관하게 콘텐츠는 소비한다. 하루, 일분, 일초 단위로 콘텐츠를 즐기며 살아가는 시대에 왜 콘텐츠로 창업할 생각은 하지 못하는 것일까.

콘텐츠는 왜, 어떻게 소비하는지 분석하는 것도 굉장히 재밌는 일이다. 흥행하는 대중 콘텐츠에는 그 시대의 메시지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로 창업하라’의 저자 조 풀리지는 저서를 통해 “콘텐츠 창업은 상품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오디언스를 모으는데 관심을 집중했다”고 핵심을 이야기 했다. 그는 블로그를 만들어 운영하기 시작하고, 일주일에 세 번에서 다섯 번 대기업 마케터 대상의 유용한 정보를 담은 뉴스레터를 만들어 배포했다. 그렇게 시작한 사업은 몇 달 뒤 충성도 높은 추종자들을 만들어 내면서 북미에서 가장 급속하게 성장하는 비즈니스 관련 미디어 회사에 선정되는데 일조한다.

그는 “오늘날 사업을 시작하는 절대적인 최상의 방법은 상품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오디언스를 끌어들이고 늘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여러분을 좋아하고 여러분이 보내는 정보를 좋아하는 충성도 높은 오디언스가 확보되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오디언스에게 판매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모델을 나는 ‘콘텐츠 창업’이라고 부른다”라고 정의했다.

실제 유튜브, SNS 등 콘텐츠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이들이 많은 요즘, 콘텐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콘텐츠 창업의 깊이를 가늠해 본다.

■ 당신은 콘텐츠 감상자인가? 소비자인가?

대중 콘텐츠 소비 트렌드를 논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건 ‘패스트 무비’다. 유튜브에서 요약 영상을 본 적이 있나? 패스트 무비 제작/유통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데, 최근에는 홍보 효과를 기대하며 유튜버와 직접 제휴를 맺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처럼 연출자의 의도가 생략된 요약 영상을 혹자는 철저히 거부하고, 또 혹자는 이미 편안한 습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현상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2021년 일본에서 한 칼럼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DVD 잡지 편집장을 거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이나다 도요시는 “왜 요즘 세대는 영화나 영상을 빨리 감기로 재생하면서 보는가”라는 의문을 가지고 취재를 시작해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의 출현이 시사하는 무서운 미래」라는 칼럼을 세상에 내놓았다.

반응은 대단했다. 명쾌한 지적이라는 반응도 있었지만 “왜 시청 방식을 강요하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모두가 마음 한편에 품고 있던 불편함이 이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후 이나다 도요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와 각계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덧붙여 원고를 집필해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책은 즉시 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빨리 감기’라는 작은 현상을 다룬 기사가 왜 이렇게 큰 반향을 불러왔을까? 빨리 감기가 작은 현상처럼 보일지라도 그 속에는 거대한 사회적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영화를 감상한다”라는 말보다는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표현을 자주 한다. ‘작품’이 ‘콘텐츠’로, ‘감상’이 ‘소비’로 변화한 것이다.

저자는 ‘빨리 감기’라는 현상 속에 세 가지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고 말한다.

첫째로 봐야 할 작품이 너무 많아졌다. 우리는 역사상 가장 많은 영상을, 가장 값싸게 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를 이용하면 매달 만 원 내외의 저렴한 비용으로 ‘원하는 만큼’ 영상을 볼 수 있는데, 그 양은 어마어마하다.

둘째로 ‘시간 가성비’를 추구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요즘 사람들은 영상을 효율적으로 ‘섭취’하기 원한다.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 빠르게 알고 싶어 하기에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장면은 건너뛴다. 이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00가지 비밀” 류의 자기계발서가 잘 팔리는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셋째로 영상 제작 및 연출 자체가 쉽고 친절해졌다. 배우의 표정과 배경 소개로 은근히 표현할 수 있는 상황도 모두 대사로 전달한다. 그러니 대사가 나오지 않는 장면들은 모두 불필요하게 느껴지고, 거리낌 없이 건너뛰거나 빨리 감기로 본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 속에는 OTT의 탄생, 경기 침체로 인한 효율성 추구, 실패에 대한 두려움, 남들과 차별화되고 싶다는 ‘개성’의 족쇄, SNS로 24시간 공감을 강요당하는 분위기 등이 있었다. 효율을 강조하는 사회 속에서 ‘치트키’를 찾을 수밖에 없는 현실과 ‘실패하면 안 된다’라는 압박 속에서 Z세대의 행동 양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도 보여준다. 이 모든 거대한 사회적 변화들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 ‘빨리 감기’(배속), ‘건너뛰기’(스킵), ‘패스트무비’(몰아보기) 현상이었다.

우리도 비슷하다. 스마트폰을 확인하지 않고 캄캄한 영화관에서 2시간을 앉아 있는 게 고역이라는 이야기가 종종 들린다. 유튜브에서는 20분이 넘어가면 ‘너무 긴’ 영상으로 간주되고 ‘쇼츠’나 ‘릴스’ 영상은 처음부터 배속으로 편집되어 제작된다.

특히 20대 이하의 젊은 세대일수록 이런 현상을 ‘보통’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그렇기에 ‘빨리 감기’로 대표되는 ‘콘텐츠 소비문화’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우리 사회와 콘텐츠 시장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즈니’

패스트무비, 배속, 스킵 등이 일상화된 요즘, 전통 미디어 기업들은 집단 침몰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세계 1위 미디어 그룹 디즈니도 위기를 맞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디즈니는 침체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시대의 변화와 함께 ‘세계 1위’의 위용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됐던 디즈니는 그러나 ‘어벤져스: 엔드게임’ ‘겨울왕국2’를 필두로 2019년 전 세계 흥행 톱10에 7편의 타이틀을 올렸다. 그 7편이 거둔 수익 총액은 11조 원을 훌쩍 넘겼다.

영화뿐만이 아니다. 넷플릭스 대항마로 출시한 디즈니 플러스는 첫날 가입자수 1,000만 명을 돌파했고, 5개월 만에 5,000만을 넘겼다. 디즈니의 훌루, ESPN까지 합치면 넷플릿스의 절반에 가까운 가입자를 놀라운 속도로 확보한 셈이다.

전통 미디어 기업들의 집단 침몰 속에서 독보적 반전을 이뤄낸 디즈니는 세계 경영의 역사상 가장 극적인 브랜드 부활의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디즈니의 반전은 밥 아이거로부터 비롯된다. 그는 저서 ‘디즈니만이 하는 것’을 통해 지난 15년간 올드 미디어가 쇠락하고 모바일이 부상하는 업계의 지각변동 속에서 자신이 미디어,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설계하며 디즈니를 이끌어온 3가지 원칙도 밝혔다. 그가 진두지휘한 역대급 인수합병들이 모두 그 원칙에서 태동했다는 것이다.

제품에 관해서든, 인재에 관해서든 내부적으로 그가 중시한 것은 고결함과 진정성이라는 키워드였다. 밥 아이거는 ‘정치적으로 바람직하거나 상업적으로 바람직한 결정이 아닌, 그냥 올바른 결정’에만 집중했다고 말한다. 다소 비현실적이고 낭만적인 말로 들리지만, 결국 그의 진정성은 스티브 잡스의 마음을 흔들고, 아이크 펄머터에게 확신을 주었으며, 조지 루카스를 설득했다. 그것이 결국 ‘디즈니만의 하는 것’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한결같이 “만약 당신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비즈니스에 몸담고 있다면, 그것을 최고로 위대하게 만들어라”라고 강조한다. 탁월함excellence과 공정함fairness이 양립할 수 있는 가치임을 증명한 리더십의 모범, 품위 있는 승리를 거머쥔 의사결정의 모범을 보여준다.

이것은 독특한 개성을 가진 여러 회사들을 하나의 은하계로 끌어당겨 각자가 더욱 화려하게 꽃피울 수 있도록 만든 그만의 특별한 노하우다. 이것 역시 ‘디즈니만이 하는 것’의 본질일 것이다.

■ 한 가지만 파며 사는 것이 지루해진 지금, 가장 좋은 부업은 ‘웹소설’

한 가지만 파며 사는 것이 지루해진 지금, 가장 좋은 부업은 과연 무엇일까? 각자의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차별점이 있겠지만, 초기 투자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에 있 어 ‘웹소설 작가’는 가히 최고의 부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쏟아 부어야 할 것은 없다. 오로지 시간과 머리만 있으면 될 뿐.

그러나 ‘누구나’ 할 수 있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써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이낙준 작가는 웹소 설 작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를 통렬히 잡아냈으며, 본인의 지식과 경험 을 거름 삼아 그들에게 외치고 있다. 우리 한 번 ‘잘’ 써보자고.

‘웹소설의 신’ 에는 수많은 메시지가 담겨 있다. 웹소설 작가 지망생들은 제목을 잘 쓰고, 장 르와 큰 줄기를 잘 잡아야 하며, 독자들이 흥미를 느끼도록 첫 사건을 잘 만들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되 주인공을 깎아내려서는 안 된다. 긴박감을 올리는 연출력을 연습하고, 독자 가 읽기 쉽도록 편안한 문장을 만들어줘야 하며, 냉정한 자세로 자신의 작품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글을 쓰는 이들은 이것을 모르지 않는다. 다만 이 사실들을 머릿속에 강렬히 꽂아 넣는 이가 없었을 뿐이다. 이낙준 작가의 ‘웹소설의 신’은 글을 쓰고자 하는 이들의 머릿속에 이러한 메 시지를 직접 꽂아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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