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것들을 관통하는 아이디어…어떻게 다르게 생각할 것인가?

박희린 기자 승인 2022.10.27 16:54 의견 0
(사진=PIXABAY)

사업가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유저, 산업, 기술, 트렌드의 변화와 맞물려 끊임없이 바뀌고 추가된다. 사업가는 지금 우리 회사, 우리 제품, 우리 서비스가 직면한 문제를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해결해 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기획도 마케팅도 녹록치 않은 지금, 경기가 어려운 것을 차치하고라도 대중의 마음을 제대로 읽어내기 쉽지 않은 시대다. 기존의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지금에도 그것이 제품이건, 아이디어이건 간에 날개 돋친 듯 팔리는 사례는 늘고 있다.

무엇이 대중의 니즈를 관통하고 있는지 관찰하는 힘과 그것을 이루어 내는 역량이 요구되는 현대에 사업가가 갖춰야할 ‘눈’을 키워주는 책들이 있다.

더 이상 주류도, 대세도, 유행도 없다 ‘MIX’

유튜브가 유행인가 싶으면 어느새 숏폼이고, 영상이 대세인가 싶었는데 또 아날로그가 팔린다. 쿨한 게 먹히는 듯하다가도, 정이 사람의 마음을 끌고 만다. 일정한 패턴을 읽기 힘든 소비 행태, 뚜렷한 성공 비결이 보이지 않는 세상이다. 집단에 소속되어 대중으로 묶이길 거부하고, 일반적인 성공론을 보란 듯이 역행하는 변종들의 시대다. 게다가 포화의 시대다. 물건도, 브랜드도, 경쟁자도, 많아도 너무 많다. 그 많은 것들 가운데 돋보이고 선택 받으려면, 당연한 말이지만 완전히 새로운 것이거나, 경쟁자와 확 달라야 한다.

‘MIX’의 저자는 10년 넘게 광고 기획자, 브랜드 마케터로 일해오면서 수많은 히트작을 관찰하고 또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이 세상의 히트작과 성공의 중심에 ‘믹스(Mix)’ 전략이 있음을 발견했다.

믹스 즉 ‘섞는’ 것이 성공 비결의 전부는 아닐지라도, 매우 중요한 요인임은 틀림없다고 확신하였다. 그 뒤로는 모든 히트작을 ‘믹스’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이런 관점과 해석은 매우 유용했다.

Old와 New, A급과 B급, 본캐와 부캐, 상식과 비상식, 어른과 아이, 기술과 인간…. 이것들을 섞는다. 따로 떼어 놓고 보면 도무지 어울릴 법하지 않은 것들인데, 막상 붙여보면 놀랍도록 멋진 결과물이 나온다. 이질적인 두 사물의 조합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발생한다. 지금껏 보지 못한 낯선 물건이 탄생하고 대박이 나온다. 그렇게 최초가 되고, 차별화를 이루고, 열광하는 팬을 만든다.

그러나 그림을 그릴 때 아무 색이나 섞는다고 멋진 색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새롭게 만들어진 그 색이 사람을 끄는 힘이 있어야 한다. 공감이 중요한 것이다. 섞어서 다름을 구현하되, 반드시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변종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공감을 끌어내는 영리한 믹스의 선수들을 책에서 만나보자.

브랜드는 떠나도 팬은 떠나지 않는다 ‘팬덤경제학’

‘공개 하루 만에 1억 100만 조회 수, 유튜브 신기록’ ‘빌보드 1위 찍고 그래미 행’ ‘美 해리스 부통령 BTS 팬 인증’ 등 BTS를 거론하지 않고 ‘팬덤’을 설명할 수 없다. BTS의 성공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왔지만, 모든 분석의 공통점은 ‘Army(아미)’였다. BTS=Army라 표현할 정도다. 사실 아이돌 팬클럽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그런데 왜 그들의 팬덤만 이토록 주목받는 것일까?

BTS는 기존 방송사나 기획사 주도가 아닌 온라인 공유 채널을 활용해 팬들과 직접 소통한다. 이를 통해 팬들의 참여를 끌어내고, 팬들이 직접 이를 주도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형성된 팬덤이 자발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이를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팬이 늘어났고, 늘어난 팬만큼 그들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콘텐츠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공유된 것이다.

‘팬덤경제학’의 저자는 기업이 이러한 팬덤을 비즈니스에 전략적으로 이용하면 브랜드 그 이상의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다고 말한다. 팬은 단순히 소비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대상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해 브랜드를 공유하고 성장시키는 데에 직접 참여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람들이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에 지쳐 진실된 교류를 원하고 있는 지금, 사람들이 보지도 않을 광고를 하는 대신 그들이 좋아하고 관심 있어 하는 것을 기반으로 마케팅하라고 주장한다. 팬이 된 고객이 모여 조직된 팬덤은 당신의 기업을 BTS로 만들어줄 것이다.

이제는 브랜드도 팬덤 시대다.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고객을 넘어 브랜드 자체에 대한 애정을 가진 ‘팬’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는 고객을 팬으로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다. 마케팅 전문가인 저자가 직접 경험한 팬덤의 세계와 여러 기업의 성공 및 실패 사례를 통해 무엇이 고객을 팬으로 만들고, 팬이 된 고객이 어떻게 팬덤을 구축하는지를 9단계로 상세하게 설명한다.

스타벅스의 성공은 사람들에게 편안하고 안전한 근접성을 판매하는 데에서 나온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사무실 대신 스타벅스에서 업무를 보거나 공부를 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듀라셀은 자연재해로 피해를 본 지역에 무료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팀을 별도로 만들어 고객이 필요로 하는 순간 고객의 곁에 있어 줌으로써 고객을 팬으로 만들었다. 나이키의 에어 조던은 지난 30년간 젊은 세대를 상징하는 하나의 문화로 여전히 막강한 팬덤을 이끌고 있고, 맥킨지앤컴퍼니는 회사를 떠난 직원들이 높은 영향력을 갖는 위치로 진출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들을 회사의 브랜드 옹호자로 활용한다. 콜드플레이는 직접 만든 손목밴드를 활용해 팬이 공연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하고, KFC는 투명하고 진실된 사과로 최악의 위기를 팬심으로 극복했다. 이처럼 팬덤을 통한 소비자와 기업의 관계는 그 어떤 마케팅보다 힘이 있다. 앞으로는 ‘팬’의 개념을 빼고 마케팅을 논할 수 없을 것이다.


■ ‘프로세스’는 어떻게 새로운 시대의 무기가 되는가? ‘프로세스이코노미’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맛없는 식당들이 꽤 많았고 체인점을 고르는 게 무난한 선택지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어떤 식당을 들어가도 실패할 확률이 매우 낮아졌다. 인터넷에 식당 운영이나 조리법에 관한 정보가 많아지고 소셜 미디어에서 식당에 대한 평가가 빠르게 공유되면서 성쇠가 순식간에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품질의 평준화’는 전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며 우리의 일을 힘들게 하는 범인이기도 하다. 품질이 정답인 시대가 지나간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의 저자 야마구치 슈는 “가치의 원천이 ‘아웃풋’에서 ‘프로세스’로 이행하는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다고 한다. 품질의 차이가 좁혀지면서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브랜드 간의 기능 차이를 세세하게 따지며 구매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프로세스’가 중요해졌다. 완성품으로 승부하는 아웃풋 이코노미가 일정 규모에 도달한 까닭에 이제 차별화할 부분은 프로세스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비에서 물질적 가치보다는 정신적인 ‘의미’를 추구하는 ‘욕망하지 않는 세대’의 등장, 그리고 ‘내가 쓰는 브랜드가 나를 말한다’라고 생각하며 브랜드에서 소속감까지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등장은 ‘프로세스’의 의미를 더욱 중요하게 만든다. 페트병을 재활용하여 플리스를 만드는 노스페이스,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로 러닝화를 만드는 아디다스 등 패션업계의 트렌드인 ‘지속 가능한 패션’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프로세스를 공유하면 인간은 자신과는 전혀 다른 정치적 관점이나 사상을 지닌 사람과도 친해질 수 있다. 과정을 함께하는 동안 서로를 동료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이 잘 나타난 사례가 바로 하이네켄 광고다. 광고에서는 좌파와 우파, 페미니스트와 안티 페미니스트, 기후변화 회의론자와 환경 보호론자 등 각각 둘씩 짝이 되어 처음 만난다. 서로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는 두 사람은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의자와 테이블을 함께 조립한다. 멋진 바 카운터가 완성되는 순간 둘은 서로가 얼마나 다른지 알게 되는데, 그럼에도 결국은 하이네켄 한 잔을 함께하기로 한다.

프로세스 이코노미는 이러한 ‘공감 메커니즘’에 기반하고 있다. 프로세스를 공유하면 처음에 느꼈던 ‘공감’이라는 감정이 더욱 강해져 ‘열광’이라는 단계로 나아간다. 브랜드를 향한 ‘애착’은 이 브랜드가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이어져 세상에 하나뿐인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인식을 갖게 한다. 또 팬들의 수동적인 신뢰는 능동적인 응원으로 발전한다. 이렇게 해서 커뮤니티를 지배하는 자가 모든 것을 지배하게 되고, 승자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Winner takes all) 승자 독식의 구조와 결별하게 된다.

프로세스를 공개하면서 무언가를 만드는 방식은 ‘인사이드 아웃’으로도 설명할 수 있는데, 이는 마치 권투의 연습 경기인 스파링과도 같다. 운동선수가 벽에 공을 튀기며 연습하듯이 프로세스를 공유하면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팬들의 반응과 댓글을 참고해서 방향을 다듬어 가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모방의 위험을 걱정할 수도 있지만, 어떤 상품이든 기능이나 성능은 복제할 수 있어도 아이디어에 담긴 가치관이나 취향까지는 따라 하기 어렵다. 결국 프로세스 이코노미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취향’을 어떻게 전달하느냐라고 할 수 있다.

‘프로세스 이코노미’는 우리에게 이제껏 없던 기회의 문을 열어준다. 기존의 비즈니스 방식에서 막막함을 느끼거나 가격경쟁에 지치진 않았는가? 괜찮은 기획과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데도 자본력이 부족해서 포기하진 않았는가? 이런 기업과 개인에게 프로세스 이코노미는 새로운 수익 구조를 제시하며 도전을 가능하게 한다. 지금까지는 골인 지점을 정해놓고 장애물을 하나씩 넘는 방식으로 살아왔다면, 이제부터는 ‘프로세스 이코노미’와 함께 매일 걷고 있는 과정 자체에 기쁨을 느끼고 순간순간 떠오르는 발상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새로운 도전들을 시작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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