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세월동안 변하지 않은 디즈니의 신념과 원칙

송인화 기자 승인 2020.05.04 15:02 의견 0

디즈니는 견고한 성이다. 1923년 월트디즈니와 그의 형 로이가 함께 설립한 디즈니는 지난해 매출 66조 3600억원에 영업이익 17조 6500억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디즈니가 내놓는 히트작들 때문이지만 그 뒤 여러 좋은 리더들이 존재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리더를 읽다]는 인물이 아닌 디즈니라는 회사가 가진 가치와 지속해온 리더십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디즈니는 해가지지 않는 제국으로 불린다.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거대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기업집단인 디즈니는 스튜디오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네트웍스, 파크&리조트, 컨슈머 프로덕트&인터랙티브 미디어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올 겨울을 강타한 ‘겨울왕국2’부터 어른 아이 할 것 없는 꿈의 성지 ‘디즈니 랜드’에서까지 영업이익이 증가해 온 디즈니. 세계가 경기 침체로 허덕이는 가운데 견고한 성탑을 더더욱 높이고 있는 디즈니의 성공 비결은 뭘까.

(사진=디즈니 산하 채널 ‘프리폼’ 인스타그램 계정)


■ 창업주부터 이어져 온 디즈니의 신념

첫째는 신념이다. 창업주 월트 디즈니는 음악이 애니메이션의 6할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음악에 매우 큰 비중으로 공을 들였고 예전부터 현재까지 디즈니의 수익을 견인하는 요소로 캐릭터에 이어 음악이 빠지지 않는다. 우리가 익히 아는 ‘라이온킹’ ‘알라딘’ ‘미녀와 야수’ 등 음악들은 오랜 기간이 지나도 사랑받는 스테디셀러이며 ‘겨울왕국’의 ‘Let it go’, ‘알라딘’의 ‘Speechless’, ‘겨울왕국2’의 ‘Into the Unknown’까지 대히트로 이어지고 있다. 월트 디즈니는 “자신의 꿈을 완성한다”는 일념으로 디즈니랜드를 세웠는데 이 테마파크 역시 2018년 기준 2013년에 비해 2배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창업주의 손을 떠난 디즈니의 신념은 더욱 확고해지고 다채로워지며 이를 작품에 녹여내고 있다. 사회에 이롭고 회사에도 득이 된 신념은 바로 인종이나 성별, 계급의 차별이 없는 ‘평등과 포용’이다. 백인 여성, 우아하고 참한 공주들로 도배됐던 디즈니 작품들은 이같은 평등과 포용을 품으며 진취적인 여성, 흑인 및 동양인 주인공으로 변모를 거듭한다. 가장 최근 대표적인 예가 ‘인어공주’ 실사판 논란이다. 당시 흑인 배우 핼리 베일 리가 인어공주로 캐스팅됐다는 말에 전세계인들이 뜨거운 설전을 펼쳤다. 당시 디즈니가 내놓은 입장은 ‘가엽고 불향한 영혼들에게 보내는 공개편지’였다. 디즈니 산하 채널 ‘프리폼’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디즈니는 “덴마크 ‘사람’이 흑인일 수 있으니까 덴마크 ‘인어’도 흑인일 수 있다. 흑인인 덴마크 사람과 인어가 ‘유전적으로’ 빨간 머리를 갖는 것도 가능하다. (베일 리가) 놀랍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실력이 아주 뛰어나기에 아리엘 역에 캐스팅된 것이다.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애니메이션에 나온 이미지랑 맞지 않는다’며 베일리의 캐스팅이 탁월한 선택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저런…”이라고 꼬집으며 확고한 신념을 드러냈다.

(사진=국내에서만 1300만여 관객을 모은 디즈니 '겨울왕국2')


■ 회사의 승부수는 직원 복지

둘째는 직원 복지다. 디즈니 창시자인 월트 디즈니는 직원들과 격의없이 놀아주는 리더였다. 마피아와 결탁해 노조를 짓밟고 예술가에 대한 노동착취 등으로 많은 논란을 남기기도 했지만 직원과 격의없는 어울림 역시 월트 디즈니의 또다른 면모였다. 디즈니 초창기 때 월트디즈니와 함께 일했던 직원 루시 톰슨은 102세를 맞은 해 “그와 우리가 격의없이 잘 어울리는 또래였기에 그가 ‘얼마나 위대한지’ 알아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를 위해 열심히 일하기만 했다”는 루시 톰슨의 말에서 월트 디즈니가 직원들이 스스로 일을 하도록 만든 원동력이 어울림에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같은 창업주의 지론은 디즈니가 인수한 픽사로도 이어진다. 픽사는 한동안 스쿠터 몰이가 시작돼 업무시간에도 스쿠터 시합을 벌였다고. 놀이가 융합된 혁신적인 조직문화는 곧 디즈니의 수익 성과로 이어졌다. 월트디즈니와 픽사 애니메이션 사장을 겸임한 에드캣멀은 “평범한 팀에게 좋은 아이디어를 주면, 그것을 망쳐놓기 쉽다. 하지만 훌륭한 팀에게 평범한 아이디어를 주면 그들은 그것을 작품으로 만들어낼 것”이라며 무엇보다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즐기며 도전하는 정신을 강조한 바다.

직원복지는 단순히 창의적 놀이 중심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디즈니 상속녀인 애비게일 디즈니는 한 직원으로부터 페이스북 메시지를 받은 후 LA디즈니랜드를 방문했고 대대적으로 신문과 방송을 통해 직원들의 복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로버트 아이거 디즈니 CEO를 향해 “밥(로버트 약칭)자신이 보도에서 껌을 제거하는 사람들과 똑같이 단지 고용인일 뿐이고 직원들은 그와 같이 존엄성과 인권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디즈니 측은 CEO소득에 대한 해명과 직원들의 처우에 대해 세상에 알려야만 했다.

무엇보다 디즈니의 성공법칙에는 고객 중심이 빠지지 않는다. 월트 디즈니는 고객에게 최고의 것만을 제공한다는 원칙을 내세웠고 이 덕에 스토리보드 기법을 발명한 바 있다. 디즈니랜드의 회전목마가 5센티미터 어긋났다는 이유로 다시 설치하기도 하고, 일 년에 한 번 있는 축제를 위해 십 년 동안 나무를 기르기도 한다. 게다가 완벽해 보이는 것이라도 끝없이 더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고민한다. 디즈니가 지난해부터 선보이고 있는 애니메이션 실사판 영화도 고객의 니즈가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고민을 거듭한 기획의 일환이다.

1966년 사망한 월트디즈니는 생전 “모든 것은 한 마리의 쥐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시작은 한 마리의 쥐였지만 지금의 부흥과 성공을 이끈 것은 디즈니의 이러한 신념과 원칙에 따른 성과다. 2020년에도 디즈니는 풍성한 라인업으로 고객들을 마비시키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현대지성, 한빛비즈)


■ ‘디즈니웨이’&‘디즈니 유니버시티’

‘디즈니웨이’(현대지성)는 컨설턴트겸 혁신 전문가인 빌 캐포더글리와 조직개발 및 교육시스템 전문가인 린 잭슨이 의기투합해 디즈니의 성공 비결을 파헤친 책이다. 저자들은 세계 1위 콘텐츠 기업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디즈니의 성공을 직접 일궈낸 사람들 입을 통해 마법 뒤에 숨은 치열한 조직문화와 경영전략을 살핀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부터 디즈니랜드 현장까지 구석구석 누비며 분석한 고객중심 문화와 경영 철학을 통해 다양한 조직들이 디즈니 방식으로 성공할 수 있는 방식을 제안한다.

‘디즈니 유니버시티’는 디즈니대학의 교육팀을 이끌었던 더그 립이 써내려간 책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시대와 장소, 인종과 문화를 초월해 고객의 마음을 정확히 읽어내고 고객의 꿈을 실현시켜온 디즈니 대학의 비결을 담아내고 있다. 특히 디즈니의 전설로 불리는 역대 리더들의 생생한 육성을 통해 디즈니대학 서비스교육의 기본원칙과 철학을 배우고, 이를 다양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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