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주는 박재범 대표의 원소주가 맞다. 하지만 나의 스피릿이 담긴 원소주이기도 하다. 원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좇다보면 반드시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그러니 현재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최선을 다 하면 더욱 좋다. 삶에 변화는 당장 일어나지 않는다. 일상 속 작은 성공들이 모여 변화가 일어나고 그것이 엄청난 변화를 선물한다. 원소주는 댓글 하나로 나에게 찾아왔다. 내가 그랬듯이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원하는 일을 찾고 해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P25
미국에만, 실리콘밸리에만 멤버십이 뛰어난 스타트업이 있을까? 스타트업은 IT 업종만 주목을 받는 것일까?
이 두 가지 의문을 가볍게 뒤집은 상품이 있다. 지난해 주류업계 가장 힙한 이슈는 원소주의 탄생일 것이다. 흔히 ‘박재범 소주’로 알려진 원소주는 GS편의점에서만 구입할 수 있지만 한 때 물량 부족으로 품절마케팅 의혹까지 받은 상품이다.
‘박재범 소주’로 유명세를 탔지만 기실 박재범이라는 힙합 가수의 영향력보다 더 많은 인기를 끈 것 같다는 퀘스천마크가 생길 때 즈음에 원소주의 히스토리를 담은 도서 ‘원소주: 더비기닝’을 만났다.
‘원소주: 더비기닝’은 원소주 프로젝트 총괄인 김희준 CCO가 집필한 책이다.
원소주는 댓글 하나로 나에게 찾아왔다. 내가 그랬듯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원하는 일을 찾고 해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P18
작가는 책에서 박재범과의 인연을 ‘댓글하나’로 압축했지만 사실 그는 전통주와 인연을 위해 오래 노력한 인물이다. 쇼핑호스트부터 제약회사 영업사원, 브랜드 마케터를 두루 섭렵한 17년 차 직장인은 그는 다른 사람이 가지 않은 길을 ‘일단 해보는 거지’라는 용기로 헤쳐 나가는 인물이다. 원소주가 단순히 박재범이라는 유명인의 유명세에 기댄 것만이 아니라는 것은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박재범 소주’ 위해 뭉친 어벤저스, 나이키 스타트멤버 부럽지 않다
매주 화요일 오후 5시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모두가 함께 모여 회의를 했다. 전통 방식으로 소주를 만들자는 것 이외는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함께 술을 만들 장인분이 있다고 했지만, 원소주는 생산할 수 있는 시설조차 준비되어 있지 않았고, 술맛과 퀄리티도 보장되지 않은 사람이었다. 결국 이 분과는 함께 일할 수 없었고, 우리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회의를 하면 할수록 원소주가 세상에 나올 수 있을까 하는 불안만 커졌다. P45
스코틀랜드 증류소 투어를 다녀온 작가는 한국에 들어와서 전통주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준비 중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SNS에서 박재범이 올린 글 하나를 보게 된다. 그리고 “저도 지금 제 술 브랜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인데 반갑네요”라는 댓글을 하나 남기게 된다. 이것이 김희준 CCO와 박재범이 만나게 된 촉매제다.
그렇게 만난 이들은 박재범이 아무 준비도 없이 무작정 “소주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일을 실행에 옮긴다. 김희준 CCO가 박재범과 김수혁 대표를 만났을 때 소주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법인 설립부터 시작해야 했다.
그렇게 전통주 제조를 위한 법인을 설립하고 주류종합연구소 심형석 소장을 만나 증류주에 대한 조언을 들어가며 원소주 제조에 돌입한다. 이후 원소주 라벨을 위해 남무현 디자이너를 만나고, 양조장 고헌정을 접촉하고, 담을술공방의 이윤 대표의 도움을 얻기까지 이들은 사람을 얻어가며 제품 출시에 한걸음씩 다가간다.
이것은 흡사 나이키가 나이키가 되기까지 필나이트가 일본을 오가며 했던 노력, 디자이너의 열정과 우연의 산물인 스우시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멤버십이었다.
■ “부어라 마셔라는 가라”
소주는 한국을 대표하는 술이 분명 맞다. 하지만 소주는 한국을 대표하는 술 문화를 바람직하게 정착시키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술 문화를 “부어라 마셔라”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술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문화보다는 “주량이 몇 병?”이라는 패착에 부딪혀 있다. 그리하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이나 사회의 문턱에서부터 주량이 적은 사람은 평범 속에 묻히게 된다.
원소주는 이런 문화를 지양한다. 원소주를 만든 멤버들은 자신들의 열정의 산물이 무분별하게 소비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위스키는 보리, 와인은 포도처럼 소주도 충분히 원재료의 맛과 향을 느끼며 마실 수 있는 술이라는 것을 알리고자 했다.
이는 기존 술 문화에 반기를 든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며 원소주 인기에 힘을 실었다. 원소주는 단순히 마시기만 하는 주류가 되지 않기 위해 소비자들이 직접 체험하고 인증할 수 있도록 팝업스토어, 페스티벌, 타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 등 기존 주류시장에서 볼 수 없었던 콘텐츠를 만들어 냈다. 브랜드를 하나의 놀이이자 문화로 만들고 싶었던 그들의 바람이 새로운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와 만나 열풍을 일으킨 것이다.
■ 전통적인 것이 가장 ‘힙’한 시대
BTS 정국의 생활한복이나 블랙핑크의 한복 무대의사, BTS RM의 반가사유상은 전 세계에 한국의 옛것을 소개했다. 그리고 열광하게 했다.
‘K를 생각한다’의 저자 임명묵은 한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가 전통 기반이 부족한 사회라 오히려 레퍼런스될 만한 게 없어서 형식에 얽메이지 않고 자유롭게 전통 콘텐츠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세계를 열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K콘텐츠가 세계로 확장하면서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 문화를 자기 것으로 몰아가는 모습을 보며 우리 것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더해져 전통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전통 소비로까지 이어졌다고 했다.
박재범도 처음에는 소주가 좋아서 ‘Soju’라는 노래로 첫 월드투어를 다녔는데, 세계 곳곳에 소주를 소개하다 보니 소주가 세계적인 술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가장 한국적인 것으로 세계적인 술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전통주를 선택했고, 옹기 숙성과 같은 전통은 따르되 자개 라벨처럼 자신만의 스타일로 전통을 재해석했다. 그의 생각은 적중했고, 워ᅟᅮᆫ소주는 출시와 동시에 주류업계의 온갖 기록을 갈아치우며 10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300만 병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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