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름의 시대, 무엇이든 생각한 것을 즉시 실행하고 빠르게 실패 하는 것이 MZ세대가 이 사회와 경제를 대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그 빠른 속도에도 방향은 분명해야 한다.
프리워커가 자신의 브랜드를 브랜딩하는 방법, 브랜드와 달리 브랜딩은 진행형이다. 이름이자 심벌과도 같은 브랜드를 그 브랜드답게 만들어가는 모든 과정은 그 브랜드를 접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이 상징하는 무언가를 전하는 행위이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의 정체성을 정의할 때 브랜드의 탄생 과정을 파악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불어 내가 속한 브랜드의 강점을 생각해보고 그것을 어떻게 더 뾰족하게 만들 것인지를 고민하는 일은 브랜딩에 필수 부분이다.
브랜드는 디자인의 용어가 아니다. 시각적 모습을 완성하는 작업 뿐 아니라 그 브랜드가 가진 철학을 명확히 구축하는 과정이자, 그다운 모습과 행동을 만드는 총체적인 과정, 그리고 그 브랜드를 접하는 사람들에게 어필해가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와 감정적으로 특별한 유대감을 이뤄야 비로소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흡사 커피가 아니라 ‘스타벅스’를 마시고, 운동화가 아니라 ‘나이키’를 신는 이유다.
■ 일하는 방식에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 ‘프리워커스’
브랜드 모베러웍스는 일 좀 하는 기획자, 마케터,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모베러웍스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모조’라는 이름의 프리버드 캐릭터다. 별걱정 없이 자유분방하게 일하는 모조 캐릭터에 모든 일하는 사람의 염원을 담았다. 여기에 위트 있는 문구를 더해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유쾌한 농담을 만든다. ASAP(As Soon As Possible)를 ‘As Slow As Possible’로 위트 있게 바꿔본다거나 모든 직장인의 꿈인 ‘스몰워크 빅머니(Small Work, Big Money)와 같은 메시지를 의류, 문구 등의 제품에 담아 일하는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색다르게 일한다’는 데 있다. 모베러웍스는 기존 브랜드들이 추구해온 브랜딩 방식과 색다른 길을 걷는다. 정제되어 멋진 모습만 보여준 기존 브랜딩 방식과는 달리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 하나하나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며칠 밤을 새워서 브랜드 콘셉트를 도출하고, 제품에 하자가 생겨 전전긍긍하며, 욕망에 불타는 모습까지, 일을 하며 울고 웃는 지난한 과정들을 유튜브 채널 MoTV를 통해 볼 수 있다.
사람들은 남의 이야기 같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했고, 어느새 마치 자기 일처럼 뜨겁게 응원하기 시작했다. 모베러웍스 팀이 일하는 모습을 보며 인사이트를 얻는다는 팬들은 함께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론칭 6개월 만에 7000명의 팬들을 줄 세우고, 팬들이 ‘나만 알고 싶은 브랜드’라고 소개하는 모베러웍스를 보면 궁금해진다. 이 팀은 어떻게 일하는 걸까? 이 팀처럼 유쾌하고 탁월하게 일할 순 없을까? 이 책에는 그들이 1년 6개월 동안 이리저리 부딪쳐 얻은 진정성 100%의 에피소드와 브랜드를 전개할수록 단단해지는 생각들을 엮었다. 작지만 부지런히 넘어지고, 또 툭툭 털며 일어나기도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도 일을 벌이고 싶다’는 재미난 욕망이 꿈틀대진 않을까.
어딘가 소속되어 일하는 사람이나 언제나 을이 되어서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나 왠지 ‘프리’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일 자체도 고역인데 프리라니?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프리워커로 산다는 것은 소속이나 하는 일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모베러웍스 팀이 생각하는 프리워커는 자신이 일하는 방식에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며 더 즐겁게, 자기답게 일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가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들은 일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어떤 태도로 일할 것인지에 대해서 먼저 생각했다.
주어진 직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의 직종을 스스로 정의하고, 상대방이 너무 별로인 아이디어를 내면 솔직하게 얘기한다. 재고가 걷잡을 수 없이 쌓일 때 재고떨이 라이브 쇼를 진행해 한바탕 웃어보기도 하며, 누군가는 지루하다고 여기는 일에서도 남들이 보지 못하는 포인트를 찾아낸다. 무슨 일을 하든지, 어디에서 일하든지 시도해 볼 수 있는 것들이다. 하는 일과 소속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내가 일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어차피 하루의 3분의 1을 일하는 데 들여야 한다면, ‘이렇게 하면 좀 더 재미있겠다’ 싶은 일의 방식들을 찾아가면 어떨까?
■ 브랜딩의 역할 ‘그래서 브랜딩이 필요합니다’
브랜드가 남들에게 자신을 대변하는 징표이자 남들과 자신을 구분 짓게 하는 상징이라고 한다면, 브랜딩은 브랜드에 ‘ing’가 붙은 진행형, 즉 이름이자 심벌과도 같은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모든 과정을 말한다.
삼성전자에 마케터로 입사해 다양한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경험한 후 런던에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으로 석사학위 과정을 마치고 귀국해 네이버에서 브랜딩 커리어를 시작한 전문가 전우성 씨는 “여러 기업의 대표를 만나 브랜딩에 대한 고민을 들어보면 각자 다양한 이유에서 브랜딩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제품에 대한 인지도는 높지만 사람들이 정작 그 제품을 만든 기업의 브랜드는 기억하지 못해 고민이라거나,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이나 브랜드다움에 대한 고민이 없다 보니 프로젝트 진행 시 의사 결정이 어렵다거나, 브랜드 가치를 높여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로 거듭나고 싶다는 등의 이유로 말이다.
그렇다면 브랜딩의 역할은 무엇일까. 시장에서는 대부분 브랜딩을 마케팅의 일부라고 생각하지만, 저자는 브랜딩은 마케팅의 영역을 넘어 소비자가 브랜드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는 다양한 접점에서 이뤄진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기업에서 브랜딩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브랜딩을 단지 매출을 올리기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써 접근하기보다는 고객이 브랜드와 만나는 접점들을 돌아본 뒤 그중 가장 차별화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없다면 그것을 새롭게 설계해서 보여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브랜드 소셜미디어 계정을 운영하고 리브랜딩이란 명목으로 로고 디자인을 교체하는 일보다는 이런 고민에 대한 답을 찾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 해답은 기술의 영역에 있을 수도, UX의 영역이나 CS 혹은 창업 스토리나 철학에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브랜딩이 필요합니다’를 집필하기도 한 전우성 씨는 브랜딩의 시작은 우선 내가 누구인지 즉,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정립하는 것이 먼저라고 피력한다. 이를 위해 해당 브랜드만이 줄 수 있는 가치를 일컫는 ‘브랜드 미션’과 그것을 통해 고객에게 전달해야 하는 ‘핵심 경험’을 먼저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이 캠페인이나 이벤트 등 각종 브랜딩 활동을 진행할 때 기준점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브랜드 미션을 도출해내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질문을 던져보라고 조언한다. 이 브랜드는 어떤 탄생의 과정을 거쳤는가? 사람들이 이 브랜드를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브랜드는 현재 어떤 문제점에 봉착했는가? 이 브랜드가 세상에 없다면 사람들이 가장 불편해 할 부분은 무엇일까? 이렇게 브랜딩을 위한 기본 질문들의 답변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이 브랜드가 과거 어떤 모습이었고, 현재는 어떤 모습이며, 앞으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또 변한 건 무엇이며 절대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등을 다각도로 생각해볼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브랜드만의 정체성과 경쟁사들과의 차별화 요소까지도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브랜딩의 과정을 맨바닥에 집을 짓는 일에 비유한다. 먼저 집의 형태를 고민하며 설계에 힘쓰고 기초공사를 튼튼히 한 다음, 집이 목표한 모습을 갖출 때까지 벽돌을 한 층 한 층 쌓아가듯, 브랜딩 또한 설계와 기초를 탄탄히 다져놔야 이후 단계별로 그 과정을 실행해나갈 수 있다. 그리고 일단 집이 완성되었더라도 꾸준히 보수하며 관리해줘야 하듯이, 브랜딩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브랜딩에 완성이란 있을 수 없다. 브랜드에 ‘ing’가 붙은 브랜딩이라는 단어가 함의하는 것처럼 지속적으로 브랜드다움을 보여줘야만 가능한 일이다.
■ 고객의 85%는 성능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 때문에 제품을 구입한다 ‘사고 싶게 만드는 것들’
“일단 해봐(JUST DO IT)”라는 문구를 보면 누구라도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를 떠올린다. 이 짧은 문구 하나만으로 고객들은 나이키에게 친밀감을 느끼는데 폴린 브라운은 감각적인 광고와 캠페인을 통해 전해지는 나이키의 슬로건이 “‘내면의 영웅’을 깨우고 싶다는 욕망을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브랜드와 감정적으로 동화되는 순간, 제품의 성능은 부차적인 문제가 된다.
오늘날 대중들이 제품에 바라는 것은 단순한 ‘효용’이 아니다. 자신이 누구이고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표현해줄 수 있는 도구를 바란다. 패션이나 IT 제품에서부터 전기차, 칫솔, 아이스크림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상통하는 지점이다. 샤넬의 핵심이 사용할 때보다 ‘사는 과정에서 느끼는 호화로움’이고, 식품기업 카인드의 핵심이 평범한 에너지바 구매가 아닌 ‘착한 일을 했다’라고 느끼게 만드는 차별화된 프로모션인 이유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이처럼 소비자와 감정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걸까? 바로 미학이다.
‘미학’이라고 하면 흔히 제품의 디자인이나 로고와 같은 시각적인 요소에 국한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제품의 미학은 제품을 마주하기까지 경험하는 모든 과정, 심지어 제품을 사용했던 경험을 회상하거나, 제품을 사는 과정을 상상하는 것까지 모두 관련 있다.
핵심은 ‘오감’이다. 우리의 시각, 청각, 미각, 촉각, 후각을 자극할 때 미학은 살아난다. 제품의 포장을 뜯고, 소재를 손으로 느끼고, 로고의 문양과 매장의 냄새까지 모든 것이 오감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감각을 자극할 때 소비자는 제품과 특정한 감정을 연결시키고, 이런 과정을 통해 유대감을 쌓게 된다.
스타벅스가 샌드위치 조리 냄새로 인해 방문객이 급감하자 ‘냄새’의 중요성을 깨닫고 커피향을 방해하는 요인을 없앤 일이나, 조 말론이 박스에 리본을 매단 패키징과 고급스러운 쇼핑백을 활용해 집으로 돌아간 고객이 ‘선물 받은’ 향수를 열어보는 기분을 느끼도록 한 것이 그 예다.
이러한 미학은 제품뿐 아니라 기업의 경영 방침이나 메시지와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친환경 제품을 표방하는 제품의 포장지가 친환경 소재가 아니면 과연 감정적으로 동화될 수 있을까? 에버레인에 MZ세대가 열광한 건 단순히 고품질의 옷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해서가 아니라 ‘제조 원가’까지 공개하며 브랜드의 정체성과 경영 방침을 일치시켰기 때문이다. 캠핑용 냉장박스를 ‘갖고 싶은 물건’의 위치로 올린 예티는 자연보호와 스포츠맨 정신, 야생이란 브랜드 이미지에 걸맞은 세밀한 부위별 수리 정책을 고수했다.
미학에 입각한 비즈니스를 실천하기 위해선 기업의 ‘브랜드 코드’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브랜드 코드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특정한 생각, 기억, 감정을 불러일으켜 ‘소비를 부추기’는 것이다. 폴린 브라운은 브랜드가 지닌 코드를 파악해 그에 걸맞은 미학 전략을 수행해야 한다고 조언하는데 특별히 소비자를 강렬하게 사로잡을 수 있는 4가지 코드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오랜 시간을 통해 검증된 코드’이다. 강력한 코드는 시간을 통해 진화한다. 샤넬의 트위드 재킷과 같이 소위 말하는 ‘클래식’들이나 브랜드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CM송도 여기에 속한다.
두 번째는 ‘정확하고 구체적인 코드’이다. 3M의 포스트잇 컬러가 그냥 옐로가 아니라 ‘캐너리 옐로’이며, 스타벅스의 인어가 꼬리 두 개 달린 사이렌을 명확하게 표현하며 브랜드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을 기억하자.
세 번째는 ‘독점할 수 있는 코드’이다. 많은 기업들이 특허를 등록하곤 하는데, 지적재산권과 별개로 독점 가능한 코드는 다른 이들이 쉽게 복제할 수 없다는 강점이 있다. 가로세로로 엇갈리며 엮인 가죽을 보면 누구나 보테가 베네타를 떠올리며 상단에 두 개의 동그라미가 인접한 커다란 원을 보면 누구나 미키마우스를 떠올린다. 이러한 코드는 쉽게 복제할 수 없으며 설사 다른 이들이 복제한다 해도 그 순간 그들은 ‘짝퉁’이 된다. 결국 강력한 브랜드 코드의 핵심은 ‘어떻게 나만이 독점할 수 있는 코드’를 구축하느냐다. 만약 브랜드가 침체에 빠졌다면, 내가 쓸 수 있는 강력한 코드는 무엇인지 찾아야 할 것이고, 스타트업으로서 출발하는 상황이라면 어떤 형태의 강력한 코드를 구축해갈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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