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한 죽음을 마주하는 응급의학과 의사는 매순간 ‘선택’에 직면하고, 수없이 많은 ‘만약’이 가슴을 옥죈다. 순간 다른 처치를 했다면, 감압이 성공했다면, 지병만 없었더라면, 수술 방만 있었더라면, 조금만 늦게 출혈이 진행됐다면, 곁을 지키던 나를 봐서 환자가 좀더 버텨주었다면. 최악의 상황이기 때문에 최악을 피할 수 있었던 일들이 온통 머릿속에 가득했다. -저자 남궁인
저자 남궁인은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병원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읽기와 쓰기를 좋아해 바쁜 일상 속에서도 무엇인가 계속 글로 적으며 글이 전해지는 감정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고 믿는 '글 쓰는 의사’다.
응급의학과 의사로 활동하면서 책 '지독한 하루', '만약은 없다' 등을 출간한 저자 남궁인은 의사라는 직업 외에 자신이 하고 싶은 꿈을 찾길 갈망했고, 세상 경험을 위해 세계 일주에 나서는 가 하면 좋아하는 음악 활동이나 다양한 아르바이트까지 도전했다. 그러면서 찾게 된 자신이 하고픈 일은 '글'이었다.
경기 콘텐츠코리아 랩의 창의 세미나를 통해 남궁인 작가는 "의대생이었지만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다. 장사도 하고 갖은 경험을 했다. 그러면서 그것들을 모두 다 글로 썼다"고 운을 뗐다.
그는 "시가 아름다워서 나는 중학교 때부터 시를 적으려고 했다. 고등학교 때까지. 그 후 나는 그냥 의사 낭궁인이 아니라 의사를 하는데 다른 것도 잘 해서 내 이름을 어딘가에 남기고, 내가 뭔가 잘하는 게 하나 있어서 남들과 구별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남들과 구별되려면 재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스무 살 의대생이 20대 초반에 자기가 무엇에 재능이 있는 지 잘 몰랐다"고 털어놨다.
작가는 "다만 내가 좋아하는 것이 있고 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결국은 좋아했던 것이 글쓰기였다. 그 다음에 글쓰기를 바탕으로 다른 다양한 행동이라든지 의대생이 못하는 것들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결론을 냈고 '나는 다양한 세상 경험을 하고 그것들을 다 글로 써내자', '의대를 최소한의 노력으로 졸업하고 나머지 모든 역량으로 다른 일을 하자'를 결론을 내고 당시 싸이월드에 1000개가 넘는 글을 남겼다. 그동안 내가 해온 모든 것들을 내 언어로 직접 기록을 한 것이다. 그래서 매일 기록한 것이 결국은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모든 일상을 글로 썼고 그렇게 60편의 원고가 마련됐다.
남 작가는 "글쓰기, 잘하려면 결국 많이 써야 한다. 어쨌든 일상 속에서 지금까지 의대에 다니고 매스컴 타고 그러면서 2000편의 글을 이미 쓴 사람이다. 결국 쓰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 결국은 써야지 그걸 실현하고, 써야지 개선할 수 있다. 어차피 쓰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되니까 무조건 많이 쓰는 게 좋다. 대신에 무조건 많이 쓴다고 해서 SNS 말투를 쓰는 것보다는 공들여서, 타인이 볼 것을 감안하고 써야한다. 그러면 글쓰기가 늘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작가가 된다든지 자신의 글쓰기를 만들어 간다는 게 자신의 문체를 형성하는 과정이다. 자신의 문체 형성은 결국 자신이 감명 깊게 읽은 작가의 문체가 결국 자기가 따라 하고 싶은 문체가 된다. 많이 쓰다 보면 그것을 흉내 낼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자기가 선호하게 되는 단어라든지 문장구조가 있게 되고 글을 만들어가는 분위기가 형성이 된다"고 말했다.
결국은 많이 읽고 많이 쓰면 자신만의 글이 형성된다는 것. 작가는 "모든 작가들이 카멜레온처럼 다양한 형식의 다양한 글을 쓰지 않는다. 작가마다 특유의 분위기가 있고 특유의 문체로 거의 동일한 글을 써낸다"고 덧붙였다.
또한 일반적인 시점에서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글을 쓰면 아주 평이한 글이 되지만, 어떤 일을 겪고 그 일을 다른 시점에서 보는 글들이 독자들에게 더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남궁인 작가는 "응급의학과 의사라는 국내 1500명 밖에 없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그러면 응급의학과 의사의 시선으로 무엇인가 보면 그게 다른 사람들한테 특이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나의 상황이지만 글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라면서 "때문에 처음에는 개인적인 시선으로 내 일상을 기록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사회적인 책무가 들어가 있는 에세이라는 장르의 글쓰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사지만 작가로서 사회적으로 제도나 개선점 등 현장의 경험을 비춰서 글로 알리는 의의가 생겼다"면서 "'글의 힘으로 내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가 되는 게 예술이고 글이구나' 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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