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글로세움
현재는 이전에 비해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행복하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맞다. 표면적으로 보자면 그렇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충족되지 못한 채로 살아간다. 세상은 누릴 것이 더 많아졌지만 누리기보다 힘겹다 말하는 이들이 많고 어디로도 곧바로 연결되는 초연결의 세상에 살면서도 지독한 외로움에 치를 떠는 이들이 적지 않다. 수명은 늘었지만 대책이 없고 경제적으로도 힘겨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도 다수다.
과거처럼 전쟁으로 하루 아침에 목숨을 잃거나 먹을 것이 없어 배를 움켜쥐고 살아야 하거나 신분 차이 때문에 울분을 토하며 재능을 펼치지 못하는 시대가 아님에도 우리는 또다른 난관에 부딪쳐 행복하지 못하다고, 삶이 너무 힘겹다고 눈물짓고 탄식한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서, 그래서 새로운 용어가 지난해에 탄생한 것인지 모른다. 바로 소확행(小確幸)이다. 이 용어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한다. 현대를 살아가며 각종 어려움에 치이던 이들이 미래를 걱정하고 인간관계를 슬퍼하지 않고 지금 누릴 수 있는 아주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껴보는 방식이다. 이는 지난 한 해 적지 않은 이들에게 꽤 괜찮은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알려지는데 언론인이자 작가인 배연국이 ‘소소하지만 단단하게’라는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소확행이 현대 시대에 필요한 이유를 짚어준다.
책은 신이 천상회의를 소집하며 시작한다. 손바닥 안에서 세상을 보는 스마트폰을 개발하고, 우주로 여행할 수 있는 비행체까지 개발한 오늘날 우리 인간의 삶은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에서였다. 더욱이 신이 생각하기에 요즘의 사람들은 가진 것은 늘었으나 마음은 가난해졌고, 지식은 많아졌으나 지혜는 줄었고, 수명은 늘었지만 어떻게 살 것인지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 빠졌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은 천상회의를 소집하고 28명의 천사들이 대표로 긴급회의에 참석하게 된다. 신은 “내가 인간을 창조한 것은 그들의 행복을 위해서니라. 그런데 행복하기는커녕 불행하다고 느끼는 인간들만 자꾸 늘고 있다. 대체 무엇이 잘못되었단 말인가? 너희들은 지상으로 내려가 인간이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한 가지씩 찾아오너라”라는 지령을 내리고 28명의 천사들이 1000일 동안 인간으로 변신해 인간으로 살며 각자의 소확행을 발견하려 한다.
이 책은 천사들이 인간 세상의 소확행을 찾으러 가는 여정과 그들이 찾아낸 지혜의 보따리를 ‘인생 우화’의 형식을 빌어 전달하고 있다. 천사들이 찾아 4개의 상자에 나눠 담은 소확행은 무엇인지, 작가는 차분히 일러주면서 인간의 삶에 대한 진실과 교훈을 전한다.
배연국 지음 | 글로세움 | 272쪽 | 1만 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