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해를 맞아 수많은 사람들이 달라진 자신을 바라며 목표를 세우고 있다. 금연부터 공부를 하겠다는 목표, 나쁜 습관을 바꾸겠다는 의지들이 신년의 첫 달을 채워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목표들에 의지를 불태우기 전 생각해야 할 본질적 사안은 스스로가 얼마나 바뀔 수 있는가이며 무엇보다 한 해를 구성하는 하루, 즉 일상을 어떻게 보내는가에 대한 고찰이다. ‘이걸 꼭 하고 말겠어’라는 구체적 목표가 중요한 만큼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내는가, 일상을 어떤 부분으로 채우는가는 더 세세하고 이루기 쉬운 목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발상으로 신년을 보낼 계획을 세운다면 일상의 소소한 부분들을 우리가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에 대해 주목해봐야 하며 이 일상의 어떤 부분을 바꿔야 할지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다.
일상에 초점을 맞춘다는 관점에서 볼 때 ‘기획자의 습관’ 저자인 최장순 크리에이티브디렉터 겸 엘레멘트컴퍼니 대표의 주장을 눈여겨 볼 만하다. 그는 우리가 스스로 일상을 기획해나가는 ‘일상의 기획자’라면서 우리가 일상에서 조금만 다른 시선을 가져도 반짝이는 매일을 가질 수 있고, 이처럼 기획해나가는 생활 습관을 통해 직장이나 자신이 하는 일의 업무에 대한 기획도 좀더 구체화되고 이색적일 수 있게 된다고 조언한다.
만약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 되고 싶거나 센스가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상대와의 대화에서 좋은 기분이 남는 좋은 화자가 되고 싶다면, 하다못해 ‘#좋아요’를 많이 받는 SNS ‘인싸’(인사이더)가 되고 싶다면 크리에이티브한 생각은 생활습관에서 나온다고 말하는 최 대표의 지론에 귀 기울여 볼 만하다.
■ 일상을 기획할 때 삶은 생동감 넘치게 변화한다
“여러분의 일상이 이미 기획입니다. 오늘 선택한 교통편만 해도 그래요. 오늘 출근길의 동선을 선택했을 거고, 점심과 저녁까지의 동선 등 모두 스스로의 선택으로 결정됩니다. 우리는 이미 기획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에요. 월요병을 예로 들어볼까요, 월요병은 아마 출근이라는 개념이 시작된 아주 오래 전부터 있어왔을 겁니다. 우리는 월요병에 시달리며 한 주를 보내고 금요일쯤 돼 체력을 회복한 후 주말을 즐기고 다시 월요일을 맞이합니다. 동일한 상황이 계속 반복된다면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했으면 해요.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삶에 대한 세계관이 달라진다고 생각하거든요. 동일한 구조와 관행 속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가는 우리가 이 영원한 굴레 속에서 어떻게 차이를 만들 것인가, 바로 이게 일상의 기획이 필요한 이유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최 대표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생동감을 갖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기획’이라고 말한다. 하다못해 늘 선택하던 교통편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했을 때 우리는 낯선 긴장감을 가지게 되고 늘 보던 풍경이 아닌 새로운 세상과 마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직업 속에서 발견한 이치이기도 하다. 그는 해외 명품 브랜드 및 국내 유수한 대기업들에서 브랜드 전략 및 철학, 네이밍, 디자인, 인테리어,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브랜드 매니지먼트 등을 컨설팅해 온 인물이다. 치열한 경제 상황 속에서 남보다 빛나는 아이디어와 기획을 고안하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일상 패턴부터 바꿔온 결과, 그는 일상의 변주가 기업 내에서 해야 하는 수많은 기획들에 대한 시선을 바꿀 뿐 아니라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의 행복 지수를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 생활습관, 공부습관, 생각습관을 통해 바꿀 수 있는 것
‘기획자의 습관’은 기획자라는 직업을 가진 이에게 매우 효과적이지만 기획자가 아닌 다른 직업군에 종사하는 이들, 일상의 쳇바퀴라는 무게에 한계를 느끼는 이들에게도 효과적으로 다가온다. 최 대표는 간결하게 세 가지 방식을 통해 일상을 기획하고 하루에 대한 느낌을 바꾸며 이것이 삶의 새로운 원동력이 될 수 있는 방안들을 말한다. 그는 “생활 습관, 공부 습관, 생각 습관”을 꼽으며 생활에서 관심을 두고 관찰을 정리하는 법, 책을 읽고 대화하고 글로 쓰는 공부습관, 새로운 관점과 상상을 내놓는 일 혹은 그저 잘 쉬는 생각 습관을 가질 때에 일상의 멋진 기획자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일례로 나는 이어폰을 잘 끼지 않아요. 이어폰을 빼고 다니다보면 주변을 관찰할 기회가 생기죠. 주변의 소음과 스쳐가는 말들을 통해 ‘여기는 직장인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회사들이 있는 곳이구나’ ‘여기는 차들이 유달리 경적을 많이 누르는 곳이구나’ 식의 발견을 할 수 있어요. 관찰을 통해 나만의 경험을 만들 수 있는 거죠. 같은 맥락에서 주변 사람들의 대화가 우리를 바꿀 수 있어요. 한 자동차 회사와 프로젝트 당시 SUV를 사러오는 사람들을 관찰한 적 있었는데요. 남편이 아내에게 차를 사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더라고요. 캠핑을 갈 수 있는 이점, 장을 볼 때나 물건을 실어야 할 때 보다 많은 양을 실을 수 있다고요. 그 상황에서 마치 남편이 영업사원이 된 것 같았어요. 아내가 동의해야 살 수 있는 거죠. SUV를 영업할 때 아내가 납득할 만한 이야기들로 구성할 필요를 발견한 거예요. 또 한 가지, 우리가 남의 생각과 나의 생각을 구별하는 태도를 가짐으로써 우리만의 철학을 갖게 됩니다. 이렇게 방향을 바꾸는 습관(Habit of Swerving)을 통해서 우리의 일상이 바뀌고 삶을 바라보는 관점도 바뀌게 됩니다”
최 대표는 우리가 일상에서 작은 변주를 줄 때 처음은 그 변화가 미미하기에 큰 변화를 느낄 수 없고 중도포기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새로운 기획의 기회는 더 늘어난다고 말한다. 일상에 작은 차이를 더하는 일, 순간을 흘려보내지 않는 일, 조금 다르게 보고 다르게 걸어보는 일, 생활의 모든 순간이 멋진 기획의 바탕이 된다는 것이다. 다른 시선으로 일상을 바라보는 것으로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최 대표의 일상 기획론은 인문학 분야의 학술 담론들과 함께 그 힘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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