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 2억 1500만원만 해도 부럽다는 말이 속출할 법한데 상여금만 15배 넘게 받았다. 나영석 PD의 2018년 연봉은 급여에 상여금 35억 1000만원을 포함한 37억 2500만원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간에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재현 회장(23억 2700만원), 이미경 부회장(21억 300만원)을 뛰어넘으며 CJ 오너들보다 많이 받았다는 사실도 이슈였지만 예능 PD가 이 정도 금액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에 놀라는 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그의 재능, 그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그가 받은 수십억 대 상여금에 이견이 없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다.
1976년 태어난 나영석 PD는 2001년 KBS PD가 돼 ‘1박 2일’을 히트시켰다. 그러다 2013년tvN에 자리를 잡은 그는 CJ ENM 소속 PD로서 무궁무진한 아이템들로 무장한 프로그램들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명실공히 국내 최고 PD중 한명으로 자리매김했다. ‘삼시세끼’, ‘꽃보다’ 시리즈, ‘신서유기’, ‘윤식당’, ‘알쓸신잡’ 등 큰 사랑을 받으며 시리즈로 자리잡은 프로그램들을 비롯해 ‘신혼일기’, ‘숲속의 작은집’, ‘커피프렌즈’, ‘스페인 하숙’ 등 시즌화 되지 않거나 아직 새 시즌이 진행되지 않은 프로그램들도 평균 이상의 인기를 얻으며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단순히 프로그램을 잘 만드는 정도였다면 나영석 PD가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순 없었을 것이라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에겐 시대를 읽는 전략적 사고와 구성 방식, 인재를 아끼고 내 사람으로 만드는 배려, 소통에 대한 남다른 신념이 있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은 나영석 PD의 이같은 성향을 나영석표 리더십이라 부른다.
■ 그는 왜 시대를 읽는 전략꾼으로 불리나
나영석 PD는 예능 프로듀서임에도 시대를 읽는 전략꾼으로 불린다. 그는 기존 예능 프로그램의 고정관념을 탈피해 예능에 교양을 집어넣는가 하면 결혼생활, 기부, 농어촌 일상을 자연스럽게 끼워넣는다. 사람도 다르다. 이서진부터 염정아까지 예능에서 보기 힘들었던 톱배우들을 기용하고 과연 예능과 어울릴 수 있을까 싶었던 관록의 중견배우들을 우르르 출연시켰다. 그 모양이 억지스러운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관찰예능 혹은 토크라는 기존 예능에서의 매우 익숙한 틀 안에서 보란 듯이 변주하고 기교없는 담백한 감동을 전하는 그에게 시청자들은 매료된다.
이같은 나영석 PD식 버무림은 요즘 기업들이 주목하고 시도하는 ‘초연결’과 다르지 않다. 실제 적지 않은 기업들이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요소들을 결합해 새롭고 편리한 상품 및 서비스를 내놓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시대의 화두와 트렌드 중 하나가 ‘초연결’인 점만 보더라도 나영석 PD는 일찌감치 시대를 읽는 전략을 펼쳐보인 셈이다. ‘삼시세끼’만 해도 이미 십수년 전에 구상했었던 아이템이라는 점은 나영석 PD의 감과 촉에 신뢰를 더하는 지점이다.
■ 혼자 잘하기보다 모두가 시너지를 내는 길로
프로그램에 대한 남다른 기획력에 시너지를 내는 리더십은 다름 아닌 소통 능력이다. 그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출연자들과는 물론이고 그와 함께 일한 스태프나 PD후배들 중 그를 욕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tvN 이진주 PD는 동아닷컴과 인터뷰에서 나영석 PD를 직업적 아버지로 표현하며 “뭘 해야 하는지 모르고 회사를 다니던 내게 나영석 PD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던져줬다. 나 뿐 아니라 많은 후배들에게 잘할 수 있는 일을 나눠주고 후배들의 결과물을 최대한 존중해준다”고 그의 성정을 알렸다. ‘1박 2일’ 시절 막내 PD였고 ‘신서유기’를 공동연출 중인 신효정 PD는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후배 직원의 단점을 혼내기는 쉽다. 그런 단점을 덮어두고 장점을 칭찬하기는 어렵다. 나 PD는 후배 PD의 장점을 찾아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다”고, 10년 넘는 세월동안 함께 한 김대주 작가는 나영석 PD가 연차와 경력에도 고집이 생기지 않는 유연한 PD라고 찬사를 보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나영석 PD는 함께 일하는 동료나 후배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이들의 재능을 찾아내고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준 셈이다. 진심을 담은 소통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나영석 PD는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종종 그저 잘하는 걸 또 한 것이라 말해왔다. ‘욕 좀 먹더라도’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같은 듯 다른 프로그램의 성격, 출연진, 그 안에서 전해지는 감동과 시너지의 형태는 제각각 다르게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고 인기를 얻었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 시대에 걸맞는 형식의 포맷, 그리고 단결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그의 소통능력의 결합 덕이다. 사랑받는 만큼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게 된다는 나영석 PD가 자신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어떤 형태의 예능으로 국내 시청자들을 행복하게 할지 기대된다.
■ ‘나영석 피디의 어차피 레이스는 길다’&‘대세를 만드는 크리에이티브’
‘나영석 피디의 어차피 레이스는 길다’(문학동네)는 나영석 PD가 직접 쓴 에세이로 ‘어차피 레이스는 길다’의 개정판이다.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써내려갔다는 그의 책은 지금의 나영석 PD를 있게 한 지난 이야기들이 폭넓게 담겨 있다. ‘연예인 울렁증’ 때문에 연예인에게 말을 못 걸어 방송 사고를 낼 뻔했던 신입 시절 이야기부터 어느 정도 일이 익을수록 점점 깊어지던 고민까지 솔직하게 털어놓는 그의 이야기를 통해 나영석 PD라는 사람과 그가 대하는 사람들에 대한 진정성을 함께 느낄 수 있다. 그는 서로 합이 맞는 사람들에게서 뿜어져나오는 화학 반응의 힘을 믿으며, 사람을 열심히 관찰하고 사람 덕분에 힘을 낸다고 고백한다. 체온이 실린 프로그램을 만드는 그가 인생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이들에게 전하는 솔직한 이야기가 녹아있다.
‘대세를 만드는 크리에이티브’(자음과모음)는 나영석 PD를 비롯해 이명한, 김용범, 신형관 등 방송가에 한 획을 그은 PD들이 모여 만든 책이다. CJ ‘크리에이티브 포럼’에서 이 네 명의 제작자가 나눈 이야기들을 묶은 책으로, 이들이 대한민국 대중문화를 주도하고 창조적 가치를 가진 새로운 트렌드를 만든 비결에 대해 밝히고 있다. 네 사람은 각자 맡았던 방송 경력과 삶의 이력, 방송 콘텐츠의 힘과 미래, 좋은 방송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티브’에 대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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