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소프트뱅크 공식 홈페이지
(사진=소프트뱅크 공식 홈페이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IT업계의 워렌버핏’으로 불린다. 세계에서 내로라 하는 재벌이기도 하지만 가장 핫한 리더로 손꼽히기도 한다.

소프트뱅크를 만든 창업자이자 기업가, 그는 인생의 큰 비전을 일찌감치 세우고 실행에 옮긴 것이 최고의 리더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더욱이 그는 단순히 이득에만 치중하는 기업인이 되기보다 사회의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이뤄나가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존경을 받고 있다.

그의 시작은 남들보다 우월하지 못했다. 1957년 8월, 재일한국인으로 태어난 그는 국적으로 인한 차별을 피할 수 없었다. 무허가 판자촌에서 자라다 부모의 장사가 잘 되면서 형편은 나아졌지만 국적 차별은 피할 수 없는 난관이었고 결국 그는 부모를 설득해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

■ 남다른 혜안, 확고한 비전

그 설득에는 대찬 인생계획이 있었다. 한창 놀고 먹기 바쁠 19세의 나이에 그는 50년의 계획을 세웠다. “20대에 이름을 떨치고 30대에 1000억엔의 운영자금을 마련하며 40대에 승부를 걸고 50대에 연 1조엔 매출의 사업을 완성하고, 60대에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겠다”는 것이었다. 친구나 연애가 중요했을 나이에 300년을 이어갈 기업을 만들겠다고 다짐한 그에게서 리더의 싹이 보였다.

인생계획이 확고했기에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비전으로 넘쳐났고, 그는 더욱 확신에 찬 비전을 수립하게 된다. 단적인 일화가 김대중 정부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만남이다. 김 전 대통령은 손정의 회장을 만나 “이러다가는 정말 한국이 망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 좋은 아이디어 없냐”고 물었고 손정의 회장의 답 첫째가 브로드밴드(인터넷통신망)였다. 둘째 셋째 역시도 브로드밴드였다. 지금이야 당연한 얘기지만 대화를 나눈 당시가 전화선을 연결한 모뎀을 사용하던 시절이라는 점을 떠올린다면 놀라운 혜안이다.

물론 그는 똑똑하기도 했다. 미국 고교 2학년에 편입한 손정의 회장은 직접 교장을 찾아가 교과과정이 쉬우니 3학년 월반을 요청했고 3학년이 되자마자 4학년으로 올라선다. 입학 2주만에 고교 과정을 끝마친 손정의 회장은 검정고시 합격 후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경제학부로 편입해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동시에 컴퓨터과학을 공부한다. 일렉트로닉스 잡지에 실린 인텔 컴퓨터 칩 사진을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컴퓨터 업계에 진출하겠다고 매일 다짐했던 것만 봐도 미래의 세상이 컴퓨터 중심이 될 것이란 생각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손정의 페이스북
(사진=손정의 페이스북)

■ 설득은 그의 힘

그가 걸어온 길은 남다른 혜안과 확고한 비전으로 차 있다. 특히 세상을 바라보는 힘을 키운 그에게 또 한가지 주어진 힘은 다름 아닌 설득이었다. 그는 대학교 재학 중 마이크로칩을 이용한 번역기를 개발하고 버클리대 모더 교수를 찾아갔다고 알려진다. 손정의 회장 아이디어를 비웃었던 교수는 손정의 회장에 되레 설득당했고 번역기 개발에 동참한다. 또 자신의 첫 사업체인 ‘유니존 월드’를 차리면서는 학교 친구인 홍루(루훙량)를 설득했다.

이 설득의 힘은 계속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한다. ‘유니존월드’경영권을 친구에게 넘기고 일본에 돌아온 그가 설립한 기업이 바로 ‘소프트 뱅크’. ‘소프트뱅크’는 이름만 보고 금융권으로 착각한 은행 영업사원이 첫 행운이자 손정의 회장의 설득력을 다시금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 회사명만 보고 금융업계라 착각하고 방문한 은행 영업사원의 마음을 사로잡은 손정의 회장은 그 길로 지점장을 만났고 설득의 힘으로 보증인도 없는 조건으로 1억 엔이라는 돈을 융자받게 된다. 자세한 과정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의 확고한 비전과 이를 기반으로 한 설득력이 소프트뱅크를 키운 초기 융자금이 된 셈이다. 이 뿐일까, 빌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의 일본 독점 유통권을 넘겨주고,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3G 일본 유통 파트너로 소프트뱅크를 선택한 데에는 모두 손정의 회장의 비전과 설득이 큰 힘을 보탰다.

아주 작은 일화만 봐도 그의 설득력, 그 힘을 알 수 있다. ‘손정의 300년 왕국의 야망’이란 책에서 비전을 통해 인재를 영입한 일화가 등장한다. 손정의 회장은 외주기업의 인사담당자를 탐내고 스카웃을 제안하지만 이 직원은 고사한다. 거듭 요청해 그를 만난 손정의 회장은 “세상을 바꾸는 게 비즈니스, 종교, 정치” 중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고 비즈니스라는 답에 “나도 그렇네. 나는 세상을 바꾸는 비즈니스를 할 거야. 내 꿈에 올라타게”라고 말한다. 리더가 줄 수 있는 확고한 믿음과 비전 제시에 이 직원은 소프트뱅크에 입사한 것으로 알려진다. 리더의 설득력과 비전에 대한 신념은 물론이고 한번 눈여겨 본 인재를 놓치지 않는 집요함까지, 손정의 회장의 성정을 잘 알려주는 대목이다.

사진=손정의 페이스북
(사진=손정의 페이스북)

■ 콘텐츠가 아닌 시장을 선도하는 방식

손정의 회장이 세계의 리더 중 한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에는 콘텐츠가 아닌 시장을 선도하는 스타일이 큰 몫을 했다. 시작부터 소프트뱅크는 콘텐츠를 만들어 팔겠다는 것이 아니라 유통과 인프라를 염두에 두고 움직였다. 해외에서 유통된 스페이스인베이더 게임기를 일본으로 수입해 유통하는 방식 등을 도입한 소프트뱅크는 다수의 소프트웨어를 유통하며 성장을 이룬다.

사업이 본격 궤도에 오른 1982년, 중증 간염으로 5년 시한부 선고를 받기도 했던 손정의 회장은 그로부터 5년여 만에 병마를 물리치고 복귀하게 되는데 이때 회사의 부채가 10억엔에 달했다. 그때에도 그의 시장선도형 스타일이 빛을 발했다. 그는 ‘이전과 같은 번호를 쓰면서 자동으로 가장 싼 회선을 찾아주는 시스템’인 NCC BOX를 개발해 통신서비스에서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를 기반으로 모은 자금을 활용해 또다시 콘텐츠가 아닌 유통을 선택, 마이크로소프트웨어의 일본 독점 판매권을 따낸다. 투자자로서 망해가던 야후를 집어삼킨 뒤 그를 야유했던 사람들은 야후의 급성장과 소프트뱅크 투자금이 360배로 불어난 결과와 마주해야 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기로 유명한 손정의 회장은 현재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서비스에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하는 큰손 투자자다.

사진=서울문화사, 북스타
사진=서울문화사, 북스타

■ ‘손정의 리더십’&‘손정의 300년 왕국의 야망’

‘손정의 리더십’(북스타)은 손정의라는 인물을 다룬 책 중 드물게 국내 저자들이 펴낸 책이다. 조선일보 기자 출신과 초등학교 교사 출신으로 국내 교육기관 및 부처에서 일했던 저자들이 만나 손정의의 성공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저자들은 일본의 청소년들마저 열광케 한 손정의라는 인물이 어떻게 성공했는지, 보통사람들과 다른 점은 무엇인지 살피고 분석하고 탐구한다. 확실한 비전을 가지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가는 손정의 회장의 성공 가도를 따라가며 독자들 역시 미래를 개척하고 국가와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함께 담겼다.

‘손정의 300년 왕국의 야망’(서울문화사)은 일본 언론사 기자인 스기모토 다카시가 손정의란 인물의 도전, 그리고 야망의 역사를 풀어놓은 책이다. 저자는 손정의가 세계 어디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독특한 경영자인 이유를 서술하면서 혼자의 힘으로 현재의 제국을 이룰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손정의의 동지들을 함께 조명한다. 협력과 분열이 오가는 기업의 과정, 내로라 하는 기업들조차 눈여겨보지 않았던 반도체칩 설계회사에 통큰 투자와 그 뒷 이야기 등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