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읽기 위한 동기나 시간도 중요하지만 환경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사람들마다 각각 책을 잘 읽기 위해 선택하는 공간은 다를 겁니다. 어느 이는 도서관이 편하고, 어느 이는 카페가 편할 겁니다. 그래서 제시해봅니다. 리드어스 기자들이 추천하는 ‘책 읽기 좋은 장소’를 말입니다. <편집자 주>

사진=자경전터자경전터 (사진=이민찬 기자)

창경궁은 슬픈 역사를 지닌 궁궐이다. 나이가 지긋한 분들은 창경궁보다는 창경원이 더 익숙할 수도 있다. 일제가 1911년에 궁궐의 이름을 창경원으로 격하시켰고 1970년대까지는 서울의 대표적인 유원지로 이용되었다. 왕이 살던 궁궐에 동물원까지 있었다. 경제발전의 이름 하에 문화재가 제대로 보존되지 않던 시대였다.

창경궁 산책로를 돌다보면 서울이 한 눈에 보이는 장소가 있다. 바로 자경전 터다. 1977년 조선 정조 대에 지어진 자경전은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위해 지은 전각이다. 그러다가 구한말에 자경전은 철거되고 일제강점기 근대식 왕실도서관이 들어섰다. 이후 1955년부터 왕실문서를 보관하는 장서각으로 불리면서 1961년부터 일반에 공개되다가 문서 전량을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으로 이전 후 1992년에 철거돼 지금은 녹지가 되었다.

사진=자경전터
(사진=이민찬 기자)

도서를 관리하고 독서할 수 있었던 공간이었던 만큼 야외 독서를 할 수 있는 운치가 있다. 1000원이라는 저렴한 입장료에 사색에 잠길 수 있는 산책길, 거기에 바로 조금만 가면 창덕궁으로도 연결되어 있다. 날씨 좋은 날에는 책 한권 들고 편안하게 갈 수 있는 장소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