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이야기는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아프게 현실을 꼬집는 책, 알 수 없는 미래를 전망해주는 책도 좋지만 책장을 모두 넘기고 난 후 아련한 기분과 함께 자신의 삶을 반추할 수 있는 책은 우리에게 종종 치유의 힘을 전한다.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들이 그렇다. 지난한 세월을 견디고 살아내 온 사람이라서 그럴까. 그의 이야기에는 삶에 대한 지혜를 전하는 힘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책의 작가 중 한명으로 꼽히는 것도 아마 이런 이유가 포함됐을 것이다. 그의 책은 세상의 많은 이들에게 혜안을 뜨게 하고 힐링의 힘을 전한다. 다시 한번 자신의 삶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삶 역시 끊임없는 부침의 연속이자 치유의 과정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 정신병원, 수감…우여곡절 청년기
파울로 코엘료는 1947년 8월 24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났다. 칠순을 훌쩍 넘긴 작가는 중산층 가톨릭 집안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작가를 꿈꿨지만 부모의 반대로 불우한 청소년기를 보낸 것으로 알려진다. 고교 시절 다양한 창작 활동에 참여하며 재능을 발휘했지만 집안의 불화는 그를 창작의 세계가 아닌 정신병원으로 보냈다. 17살부터 세 차례나 정신병원을 오갔던 그는 이후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그는 학교를 중퇴하고 중남미에서 북아프리카와 유럽까지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살았다. 록 밴드와 연극단 활동 등 히피문화에 취해 지냈고, 미처 펼치지 못한 창작 욕구를 해소하려는 듯 무정부주의와 반자본주의를 지향하는 단체 활동으로 잡지 ‘크링 하(Kring-ha)’를 창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또다시 시련이었다. 1974년 브라질 군부독재 시절이었던 탓에 잡지의 성향이 급진적이라는 이유로 당시 브라질 군사정권에 의해 두 차례 수감되고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극단에서 극작가 및 연극연출가로 일하기도 했고 기자로 살기도 했지만 소설가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했던 그는 결국 산티아고 순례여행을 계기로 자신의 운명이었던 문학의 길에서 꽃을 피우게 된다.
순례를 떠나기 전 그는 ‘지옥의 기록’과 ‘흡혈귀의 실용 메뉴얼’이라는 작품을 내놨지만 평단과 대중에게 모두 외면당했다. 처음부터 주목받는 작가는 아니었던 셈이다. 그러던 중 독일의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보았던 환상 속 남자를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서 실제로 만난 경험이 그를 순례길로 이끌었고 700마일의 길 속에서 경험한 기록이 1987년 ‘순례자’란 책으로 엮인다. 그리고 바로 이듬해인 1988년, 그는 ‘연금술사’로 일약 스타 작가가 된다. 자아의 신화와 만물의 정기로 이루어지는 자아의 연금술을 통해, 인간의 영혼에서부터 시작되는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반추하는 이 작품은 18개국에서 4000만 부 이상 판매고를 올리며 파울로 코엘료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려 놓는다.
이후 그의 작품 세계 또한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고 삶의 본질적인 면면을 살펴보게 하는 책들로 큰 사랑을 받았다. ‘브리다’부터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악마와 미스프랭’ ‘11분’ ‘오 자히르’ ‘불륜’ ‘스파이’ ‘히피’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들은 인간과 그 삶의 본질을 꿰뚫으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산문집 ‘흐르는 강물처럼’이나 독자와 SNS로 소통한 순간들을 엮은 ‘마법의 순간’ 또한 다르지 않다. 작가 자신의 일상적 체험과 수많은 길 위의 만남들을 기록하고, 독자와 소통하며 전한 수많은 조언과 깨달음이 다양한 언어로 번역돼 많은 독자들을 매료했다.
그 결과는 실로 대단하다. 전 세계 168개국 73개 언어로 번역 출판된 그의 작품들은 2억만부에 육박하는 판매기록을 달성했고 2009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작가'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1995년부터 1998년까지 유고슬라비아의 ‘골든북’을 독식하는가 하면 스페인, 폴란드, 프랑스 등 여러 국가에서 의미있는 상과 훈장을 휩쓸었다.
■ 뼛속까지 고통스러운 창작, 그리고 희열
꾸준히 글을 쓰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그의 창작 과정은 결코 녹록치 않다. 그 역시 자신과 싸우고 수없는 고통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작품 세계를 선보이는 작가 중 한명이다. 그가 창작하는 과정은 팀 페리스의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자세히 설명돼 있기도 하다. 세계 유명인사들을 만나 인터뷰한 이 책에서 파울로 코엘료는 글을 쓰기 위해 자리에 안고서도 자신과 마주하기 위해 온갖 잡다한 일들을 하며 서너시간을 허비한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그러다 자신에게 체면을 구기지 않기 위해 30분이라도 글을 쓰자는 생각이 10시간으로 이어질 때가 적지 않았다고. 시작까지는 힘들지만 한번 시작하고서는 자신의 머리와 심장이 이끄는 대로 멈출 수 없이 써내려가는 타입인 셈이다. 이같은 과정을 두고 그는 “죄책감을 만끽해야만 글을 쓰기 시작할 수 있고 쉬지 않고 쓰게 된다”면서 아침에 괴로워하다 저녁에 즐겁게 글을 쓰는 것이 가장 성공적인 하루“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손으로는 재밌는 글을 써내려 가며 뼛속까지 고통스럽다는 것이 그의 고백이기도 하다.
그렇게 자신을 깎는 고통속에 만들어낸 작품들 수익료는 파울로 코엘료가 자신을 사랑해준 세상을 향해 보답하는 길이 됐다. 그는 1996년 브라질에 비영리단체인 ‘코엘료 인스티튜트(Paulo Coelho Institute)’를 설립하고 , 빈민층 어린이 및 노인을 위한 자선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뿐 아니다. 유네스코(UNESCO) 산하 ‘영적 집중과 상호문화 교류’ 프로그램의 특별 자문위원, 2007년 국제연합(UN) 평화대사, 2008년 유럽연합(EU) 문화 간 대화의 대사 등을 지내며 세상을 위해 자신을 헌신하고 있기도 하다.
그가 글을 쓰는 이유는 자신과 독자의 영혼을 보듬기 위해서로 보인다. 그는 왜 글을 쓰는지에 대한 명확한 신념으로 끊임없이 독자와 자신을 위한 글을 써내려가고 있다.
“너무 많은 메모, 너무 많은 리서치 정보를 남기려 하지 마라. 그러면 독자는 지루해질 뿐이다. 독자를 믿어라. 독자가 빈 공간을 채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지나치게 설명하지 마라. 독자는 힌트만 줘도 스스로 상상력을 발휘해 그 힌트를 완성한다. 글쓰기는 지성과 교양을 드러내기 위함이 아니다. 글쓰기는 내 가슴과 영혼을 보여주면서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것이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팀 페리스의 ‘타이탄의 도구들’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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