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홍정욱 SNS
(사진=홍정욱 SNS)

“꾸준한 독서와 사색 없이 건강한 정신을, 적절한 식단과 운동없이 건강한 신체를 탐내는 건 쓸데없는 욕심일 뿐” (-2019년 2월 홍정욱 SNS 글)

홍정욱 전 헤럴드경제 회장은 요즘 정치계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인물이다. 수 년 전 자신이 이끌던 언론매체를 매각하면서 정치 복귀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온 탓이다. 그러나 그는 일단 여유로워보인다. 아니, 그의 거취 문제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젠 올가니카 회장이자 올재 이사장이란 직함으로 활동하는 홍정욱이란 사람이 고교 시절부터 불태웠던 독서에 대한 열정, 자신의 후배들과 젊은 사람들에게까지 독서하기를 권하고자 하는 그 마음을 말하려 한다.

비단 전직 국회의원이나 전직 언론매체 대표가 아니더라도 그는 이미 너무 유명한 사람이었다. 지난 1993년 ‘7막 7장’으로 광풍과도 같은 인기를 누렸다. 나 역시 그의 지성(과 외모)에 반해 후반으로 갈수록 모르겠는 말들을 읽고 또 읽었더랬다. ‘7막 7장’은 당시에만 100만부가 팔렸다. 명사라 아니할 수 없는 홍 회장은 10대 시절부터 독서광이었다. 물론 그에겐 하버드대에 입학하겠다는 원대한 꿈이 있었기에 영어사전이든 온갖 활자를 탐독했을 터다. 그러나 시작이 어떤 의도였든 지금의 그는 독서생활자다. 독서를 일상화하고, 독서를 중요시하며, 독서가 인생에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어떻게 해서든 알리고 싶은 사람이다.

사진=홍정욱 SNS
(사진=홍정욱 SNS)

그래서 홍 회장의 SNS에는 유독 책에 대한 글들이 많다. 심지어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비영리 사단법인 올재를 통해 저가의 고전을 발간하기까지 했다. 2019년 7월 기준, 그가 골라 출간한 고전은 8년간 150권 75만부다. 이 중 10만부 이상을 기부했는데 그 이유에 대해 홍 회장은 “2011년 겨울 돈이 없어 고전을 멀리하는 젊은이가 없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설립한 사단법인”이라는 말로 설명하고 있다. 그의 말마따나 올재 클래식스는 종당 5000권을 발행해 1000권은 시골 공공도서관, 벽지 학교, 군부대, 공부방, 교정기관 등에 기부하고 4000권은 2900원에 6개월 한정판매 해왔다. 출판 업계에 따르면 요즘 1만 5000원짜리 책 한권 원가는 9000원. 고전이라 저자 인세가 들지 않는다 해도 번역비와 인쇄, 제본비, 편집, 디자인비 등등을 더하면 억대의 손해를 감수하고 판매하는 셈이다.

출판계에 따르면 고전이라 저자 인세가 들지 않는다 해도 번역비, 감수비, 인쇄와 제본 등의 순수제작비, 마케팅비, 편집 및 디자인비를 합치면 책값을 1만5000원으로 보았을 때(5000부 인쇄시 기준) 단가(원가)는 9000만원이 넘는다.

개인적으로도 글읽기를 멈추지 않는다. 정치인이기도 했고, 경영인이기도 한 그가 주말에 골프보다 독서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것은 그의 인생에 책이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지 여실히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그런 그가 지난해 연말, 자신의 SNS를 통해 2018년 가장 즐겁게 읽은 책 7권을 팔로워들 앞에 내밀었다. ‘플랫폼 레볼루션’ ‘린 스타트업’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인 디펜스 오브 푸드(In Defense of Food·한국판 제목 ‘마이클 폴란의 행복한 밥상’)’ ‘사피엔스’ ‘최초의 모험’이다. 헤르만 헤세의 ‘최초의 모험’은 올재클래식스로 출간된 대표수필 모음집으로 독자가 즐겁게 읽기 가장 좋은 책이지만 안타깝게도 품절 상태고 ‘행복한 밥상’은 전통과 생태학에 기초한 대안적 식사법을 제시하는 책이라 호불호가 갈린다. 나머지는 경제 경영 관련서다. 이에 그가 꼽은 7권의 책 중 가장 보편적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사피엔스’를 홍 회장의 추천책으로 소개한다.

사진=김영사
사진=김영사

■ 인간에 대한 질문과 혜안 ‘사피엔스’

두껍다. 어쩐지 어려워보인다. 이 책의 외관을 보면 흔히들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재밌다. 정말이다. 인문학이 어렵고, 역사는 잘 모르고, 인간 종 등 과학도 멀리 하고 살았다 해도 그저 읽는 것만으로도 재밌고 머릿 속이 들어차는 경험을 하게 해주는 책이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를 통해 10만년 전 생존하고 있던 최소 6종의 인간종 중 유일하게 호모 사피엔스만이 승자로 살아남아 신의 영역을 넘보는 현재를 조명한다. 특히 역사를 타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며 인간에 대한 가장 논쟁적이고 대담한 화두를 던진다. 그는 앞으로 몇십 년 지나지 않아 유전공학과 생명공학 기술 덕분에 인간의 생리기능, 면역계, 수명뿐 아니라 지적, 정서적 능력까지 크게 변화시킬 수 있게 될 것이며 이러한 기술 발전이 부자들은 영원히 살고, 가난한 사람들은 죽어야 하는 세상을 초래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문명의 배를 타고 진화의 바다를 항해해 온 인류가 멸종할 것인지, 아니면 더 나은 진보를 이룩할 것인지 흥미로운 가설과 정확한 분석과 날카로운 전망이 함께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