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 선 미국문학의 진수 '오블리비언'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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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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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타임스'는 이 사람의 소설을 두고 "한두 번의 손짓만으로도 사물의 물리적 본질이나 감정의 진실을 전달할 줄 아는 능력, 엄청난 속도와 열정으로 평범한 것에서부터 철학적인 것으로 단숨에 도약하는 재주가 있다"고 극찬했다.
그 주인공은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픽션과 에세이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벌여오던 데이비드 포스터 윌리스. 그는 46세의 나이에 복용하던 우울증약이 듣지 않아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그가 생전에 출간한 마지막 소설집 '오블리비언'은 미국 현대 문학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소설설집의 표제작이기도 한 '오블리비언'은 일곱 번째 실린 소설의 제목이자 여덟 편의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다. '오블리비언(Oblivion)'은 잊고 있는 혹은 잊은 상태, 공허, 죽음 등을 뜻한다.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라는 점에서 각 단편은 '오블리비언'의 고의성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책에는 마케팅 회사의 이면을 파헤친 '미스터 스퀴시', 한 초등학교의 시민윤리 교실에서 벌어진 비극적 사건을 배경으로, 정신착란에 빠진 대체교사 존슨이 칠판에 '죽여'라고 쓰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담은 '영혼은 대장간이 아니다', 뜨거운 물에 화상을 입어 울부짖는 아이 앞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엄마와 이를 수습하는 아빠를 둘러싼 엽편소설 '화상 입은 아이들의 현현' 등 작품이 담겨있다.
작가는 천재적 재능으로 미국 현대 문학의 새로운 장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의 스타일은 그 자체로 하나의 메시지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현미경적인 관찰과 묘사, 소설의 오랜 관습을 타파하는 플롯과 형식, 결말에 이르러서도 기어코 해명되지 않는 진실의 실체까지 영특하게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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