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린 세상서 살아가는 이들의 몸부림…'에이프릴 마치의 사랑'

이지영 기자 승인 2022.05.03 15:05 의견 0
사진=문학동네
사진=문학동네

"어떤 목소리가 누군가를 욕하면 다른 목소리가 그러는 너는 다르냐고 대꾸합니다. 한쪽에서는 뭐 대충 이렇게 살다 가면 되지 않나 중얼거리는 순간, 바로 너 같은 인간이 문제야! 라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튀어나옵니다. 그들이 마주앉아서 웃고 울고 다투는 것이죠"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 中)

비틀린 세상, 그 안에서 자신의 자리만은 지키고 싶은 사람들으 이야기가 소설집으로 꾸려져 나왔다.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은 이장욱 작가가 4년만에 내놓은 신작 소설집이다.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 수상 작가를 거머쥐며 문단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이장욱은 '기린이 아닌 모든 것' 이후 4년 만에 쓸쓸하지만 묘한 위로를 건네는 단편소설들을 소설집에 담았다.

표제작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은 무명시인인 '나'의 기묘한 경험을 담는다. 그의 시를 교묘하게 더 나은 방향으로 수정해 포스팅하는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이란 블로그를 발견하고 점차 그 블로그에 빠져들게 된 그는 자신이 쓰지 않은 시가 자신의 이름으로 올라오는 걸 발견한다. 그는 그 시를 문예지에 발표하며 찬사를 받지만 돌연 블로그의 업데이트가 중단되고 만다. 그런가 하면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최저임금의 결정'은 순식간에 배역이 바뀌는 세상이라는 무대를 조명한다. 편의점 알바생인 주인공이 애인을 위협하고 사고까지 당하게 만든 점주를 살해하려는 계획을 세우지만 돌연 악인의 자리가 바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이번 소설집에서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지우고 인간존재의 맨얼굴을 드러나게 했던 그간 이장욱 소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율배반의 세계와 시간의 흐름, 선과 악의 구분까지 허물어뜨린 비틀려버린 세상을 그린다. 그 틈에서 최소한의 자기 자리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안간힘은 작가의 세련되고 날렵한 언어로 버무려진다.

저작권자 ⓒ 리드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