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과학" 이정모 관장의 신선한 시선

권유리 기자 승인 2022.03.02 14:35 의견 0
사진=JTBC
(사진=JTBC)

과학은 어쩐지 어려운 분야다. 알라치면 깊게 파고들어야 할 것 같고, 얕은 지식으로 과학을 논하는 것은 허세일 것만 같다. 단순하게 물이 떨어지고 달걀을 세우는 이치조차도 과학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보통 사람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국내 내로라하는 과학통도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이라 말한다면 위안이 될까. 화학은 지식의 힘도, 영원한 진리도 아니고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 연세대와 독일 유학 후 서대문 자연사박물관을 거쳐 서울시립과학관 관장으로 재직중인 이정모 관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과학에 대한 애정과 함께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과학을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뿡뿡 방귀도 혼합물이야’ ‘과학하고 앉아있네’ 같은 익살스러운 제목의 저서부터 ‘Why?’시리즈의 ‘살아있는 화석편’ ‘핀과 제이크의 어드벤처 타임’ ‘사자 대 호랑이 누구 발자국이 더 클까?’ 등 유년기부터 과학과 친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 책들이 여럿이다. JTBC ‘차이나는 클라스’ ‘방구석 1열’ 등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쉬운 과학을 알려주는 인물이다. 특히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1, 2권에서는 아예 털보 과학관장으로 캐릭터까지 만들어 과학을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모한다.

“불과 몇백 년 전까지만 해도 최고의 지성인들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다. 아리스토텔레스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천동설이 지동설로 옮겨갈 때 중요했던 사건이 있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목성에서 4개의 달을 발견한 것이다. 목성에 달이 있다는 건 목성 주변을 도는 천체가 있다는 것이다. 지구 주변을 돌지 않고 다른 곳을 도는 게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천동설이 무너지게 된다. 참고로 목성에 달이 4개 있는 것도 진리가 아닙니다. 계속 발견되면서 69개까지 늘어난다. 그래서 나는 과학은 지식이나 영원한 진리가 아니고 ‘찾아가는 과정’이라 말하고 싶다”

사진=바틀비
(사진=바틀비)

■ 찾아가는 과학, 어떻게 일상의 해법이 되나 보니

그가 말하는 과학의 정의는 ‘찾아가는’ 과정이다. 때문에 과학자들은 ‘내가 얻은 답이 진리가 아니구나’라는 걸 알고 누군가의 질문 앞에 겸손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누군가 던진 질문이 과학의 시작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관장은 과학을 지식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면 오히려 우리 사회는 명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더욱이 과학을 알 때 삶이 조금은 편해질 수 있다는 것이 이 관장의 지론. 이런 생각들이 일상에서 과학을 말해주는 ‘생활밀착형’ 과학책을 내놓겠다는 계획으로 이어졌고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시리즈가 탄생하게 됐다.

이 관장 말대로다. 세상은 과학으로 연결돼 있고 과학적 사고가 상식적 세상을 이끌어간다. ‘미꾸라지가 웅덩이를 흐린다’는 말에 숨은 원리와 사회 적용 방식은 아주 흥미롭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웅덩이를 흐린다. 사실이다. 중요한 건 그 웅덩이에 물이 흐려질 수 있는 침전물이 있다는 것이다. 세수대야에 미꾸라지를 놓으면 아무리 난리를 쳐도 물이 흐려질 수 없다. 하지만 미꾸라지는 흐린 곳에 사는 생물이다. 어떻게 그런 곳에서 살까를 보면 미꾸라지가 아가미로만 호흡하는 게 아니라 장호흡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입에서부터 항문까지 창자가 이어져 있고 창자 내벽을 통해 숨을 쉬는 것이다. 그래서 미꾸라지는 산소가 별로 없는 탁한 물에서도 산다. 물의 상태로 보자면 고여 있는 침전물에는 전혀 산소가 들어갈 수가 없는데 미꾸라지가 흙탕물을 일으키면서 산소가 투입되고 다른 생물들도 살 수 있다. 우리 사회로도 연결된다. 우리 사회에서 흔히들 하는 말이 ‘저 미꾸라지 때문에 우리 조직이 흙탕물이 되어버렸어’잖아요? 그분이 그걸 드러내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그 침전물은 그냥 있었을 테고 그 조직은 죽은 조직이 되는 것이다. 어떤 조직에서 모른 척 팽개친 문제가 있는데 그걸 굳이 드러내 분란을 일으키는 사람은 조직이 보기에 불편하고 마음에 차지 않는 사람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이 없었으면 그 조직은 언젠가 망할 수밖에 없는 조직이 되는 것이다”

실로 명쾌한 풀이법이 아닐 수 없다. 이 관장의 미꾸라지로 시작된 설명은 미꾸라지가 어떻게 숨을 쉬는지, 웅덩이 물이 어떻게 산소를 얻고 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되는지부터 시작해 사회 속 조직의 흐름과 생명력 연장으로까지 이어진다. 이러니 과학은 어렵다는 과학자가 풀어놓는 과학 이야기와 생활 밀착 접목 지식이 재미있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이 관장은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시리즈를 통해 일상과 과학 사이의 간극을 좁혀주고 있는 셈이다. 이 관장은 과학이야말로 스스로 정보를 찾고,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현실 속 문제를 해결하는 연습을 하는 데 유용하다고 말한다. 과학이 너무 어려워 차마 도전할 엄두를 못 냈던 사람이라면 책을 통해 답답함을 해소하고 과학의 즐거움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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