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읽기] 화려했지만 외로웠던 천재의 이야기...뮤지컬 ‘니진스키’
권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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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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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의 신이라 불렸던 니진스키는 역사상 불운한 천재 중 한명으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다루지 않은 인물이기에 다소 생소할 수 있다. 니진스키는 모던 발레를 확립했을 뿐 아니라, ‘봄의 제전’을 통해 기괴하고 파격적인 춤을 선보여 역사상 다양한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공연제작사 쇼플레이는 1900년대 초 서유럽 기반으로 활동한 예술가, 춤의 신 니진스키, 모던 발레를 확립한 제작자 디아길레프, 현대 음악 ‘차르’의 작곡가 스트라빈스키 세 인물의 이야기를 각각의 시점으로 올릴 계획이다. 그 시작인 ‘니진스키’는, 니진스키의 화려하면서도 외로웠던 예술가의 삶을 그렸다.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인물들의 이름, 성향, 작품 스토리 등은 ‘니진스키’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호연으로 실타래가 풀리듯 다가온다. 니진스키 역의 정원영은 니진스키의 한(限)을 원 없이 풀어낸다. 천진난만하면서도 엉뚱한 니진스키부터, 광기에 서린 니진스키, 가난과 외로움에 허덕이고, 결국 자신을 놓게 되는 니진스키의 극적 변화를 정원영은 애틋하면서도 감정이 가득 실린 목소리로 표현했다.
디아길래프 역의 안재영은 카리스마를 풍기다가, 폭발하기도 한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는 넘실거리는 감정 폭을, 안정감 있게 잡았다. 무대 뒤에서도 니진스키 역의 정원영을 애정있게 뚫어지게 바라보는가 하면, 오케스트라를 설득하는 부분에서는 진지하지만, 웃음이 터지게 만든다.
천재 음악가 스트라빈스키를 분하는 임준혁은 디아길래프·니진스키보다 비중은 적지만, 존재감을 톡톡히 발휘한다. 니진스키와 서로 천재임을 알아보고 죽이 잘 맞는 장면, 뭔가에 홀린 듯 음악에 빠진 모습 등, 임준혁은 자칫 묻힐 수도 있는 인물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니진스키’는 천재 음악가를 다루는 만큼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을 만끽할 수 있고 넘버도 풍성하다. 다양한 느낌의 음악이 펼쳐지고, 거기에 니진스키의 안무, 배우들의 목소리가 더해져 듣는 재미가 있다.
또, 니진스키가 내면과 마주하는 장면에서는, 발레전공자인 배우가 함께 올라 두 배우가 합을 맞춘다. 발레리노의 손끝까지 표현하는 정원영과 물 만난 고기처럼 무대를 활보하는 백두산의 호흡은 극을 즐기는 요소다.
두 천재 니진스키와 스트라빈스키의 만남과, 이들을 지지해주는 든든한 제작자 디아길래프의 호흡, 그리고 반짝거리는 천재들 삶에 드리워진 그 반대쪽 모습을 ‘니진스키’는 흥미롭게 풀어냈다. 남들이 다하는 뻔한 것이 아닌, 자신이 진정 꿈꾸고 원하는 것을 마주하라고, 자신이 원하는 진짜 춤을 추라고 ‘니진스키’는 전한다. 창작자나 예술가 뿐 아니라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고민한 부분을 다른 각도에서 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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