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작가] 유홍준이 '추사 김정희'를 탐구한 까닭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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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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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역사 인문서를 대표하는 이라면 유홍준 이름 석자를 빼놓을 수 없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통해 자라난 학생들이 많고 역사를 알게 된 이들이 수없이 많다. 그런 그가 책과 방송을 통해 조명한 역사적 인물도 적지 않은데 이 가운데 ‘추사 김정희’를 주목할 만하다. 글씨 잘 쓰는 사람 정도로 알고, 역사책 한줄 정도로 표현되는 이 인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존재와 작품의 가치가 드높아지고 있다. 추사에 대한 새로운 연구가 쏟아지고 그의 작품들이 보물로 지정되며 재평가 받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서 유홍준은 추사 김정희의 삶과 예술, 그리고 학문을 ‘추사 김정희’를 통해 펼쳐 놓는다. 유홍준이 자료와 오랜 연구를 바탕으로 총체적으로 그려낸 ‘추사 김정희’는 세간의 인식마저 바꿔놓을 만하다.
“추사 김정희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단군 이래 최고의 서예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추사를 모르는 사람도 없지만 아는 사람도 없다는 얘기가 있다. 시와 문장의 대가였던 인물이 글씨를 잘 쓰는 바람에 다른 재능이 묻혔따. 금석학, 고증학에서도 전무후무한 학자이자 글로벌한 시선으로 연구한 청조학 1인자임에도 이같은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해동의 유마거사로 불릴 정도로 불교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다산초유와 함께 조선 3대 다성으로 꼽힌다. 문인화의 수준을 높인 것도 김홍도, 신윤복, 정선과 더불어 추사 김정희를 빼놓을 수 없다. 말 그대로 학문과 예술이 일치하는 학예일치의 경지에 오른 사람인데 이런 사실을 현대인들은 모른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었다. 더군다나 한류가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김정희 같은 인물이 200년 전 국제사회에 뒤지지 않는 학예를 펼쳤다는 것은 큰 자랑으로 삼을만하다. 특히 그가 이뤄낸 것들은 힘든 여건 속에서 한 일이기에 민족적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고 생각했다”
이같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김정희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고 한권의 책으로 엮여져 나왔다. 무엇보다 유홍준은 ‘추사 김정희’를 집필하면서 인간의 이야기를 담은 인문학 서적을 만들어내자는 포부를 갖기도 했다. 그는 인문학이 죽었다는 말이 많이 나오는 이유가 인간이 아닌 한 인간이 만든 학문에 대한 조명만이 이뤄진 까닭이라 말한다. 예를 들어 다산이 아닌 목민심서가, 퇴계 이황의 삶이 아닌 이기이원론만이 다뤄지면서 인문학의 진짜 재미가 빠졌다는 것이다. 유홍준은 한 사람의 삶을 조명한 라이프 스토리로서 그의 업적과 학문과 인생을 녹여낼 때 대중도 흥미를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유홍준은 “한 사람이 어떤 인간적 삶을 살면서 어떤 고뇌를 했고 결론에 도달했는가는 그의 일생을 더듬어 볼 때 나온다”면서 “또 그 일생에 좌절과 용기와 자기반성, 도전의 기록들이 있다”고 ‘추사 김정희’를 전기라는 문학 관점에서 독자들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 추사의 굴곡진 인생, 영원한 보석이 되다
그렇다면 유홍준이 깊이 연구하고 탐구한 추사 김정희는 어떤 사람일까. 유홍준은 김정희란 인물이 일생을 걸쳐 겪은 아픔이 진주처럼 빛나는 예술을 탄생시켰다고 말한다.
“추사 김정희가 7살 때 자기 집 대문에 입춘대길이란 입춘첩을 써 붙였다. 그걸 보고 영의정이던 체제공이 들어와 묻는다. 그는 추사가 ‘글씨를 쓰면 천하의 명필로 이름을 남길 것이지만 인생은 고달플 것’이라 예언한다. 추가 김정희는 명문가 자손으로 과거에 합격해 벼슬길에 올랐지만 아버지가 귀양살이를 가게 되면서 관직을 버린다. 임금이 지나갈 때 꽹과리를 치면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굉장한 효자였는데 아버지가 풀려난 뒤 병조판서까지 오른다. 하지만 10년 만에 아버지 사건이 다시 입에 오르내리면서 죽음 직전까지 간다. 친구이자 동료였던 이들이 추사를 살려달란 상소문을 올려서 험악하고 살기 힘든 제주로 쫒겨가 8년이 넘는 세월을 살게 된다. 추사체가 그 당시 만들어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추사의 삶이 어떤가 하면 그러던 중 친구 권돈인 사건에 연루되면서 함경도 북청으로 귀양살이를 간다. 이 과정에서 집안이 풍비박산 났고 그의 남은 여생은 과천의 과지초당에서 보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예술은 자기 감성을 끝까지 구현해야 한다. 아픔의 10년, 그것이 그의 작품에 녹아 있다. 그 아픔으로 인해 추사의 예술은 더 주옥같이, 진주처럼 빛나게 된 것은 아닐까”
모두가 알지만 잘 알지는 못하는 역사의 인물, 추사 김정희가 유홍준과 만난 것은 어쩌면 독자들에게 큰 행운일지 모른다. 그는 역사적 사실에 재미와 감동을 버무리는 탁월한 필력으로 ‘추사 김정희’를 빛낸다. 대갓집 귀공자로 태어나 동아시아 전체에 ‘완당바람’을 일으키며 승승장구하던 추사가 두 차례의 유배와 아내의 죽음 등을 겪고 인간적·예술적으로 성숙해가는 과정이 역사소설처럼 흥미롭게 펼쳐진다. 한국인으로서는 드물게 세계를 무대로 학문과 예술을 전개하여 높은 성과와 인기를 얻은, 한국 문화사를 대표하는 위인 추사 김정희를 제대로 알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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