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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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여론이 극심하게 양분화된 때가 또 있을까 싶다. 정계에선 법무부 장관 임명 문제를 두고 시끌시끌했고 부동산 정책에 서민과 부자를 극단으로 가르는 것이란 말들이 끊이지 않고 불거진다. 이렇듯 우리 사회는 점점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계층간의 학대, 차별이 사라지지 않으면서 발발한 극단주의가 극심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 가운데 ‘그들은 왜 극단적일까’로 현대 사회에 경종을 울린 김태형 심리학자는 우리 사회를 뒤덮은 극단주의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해결을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심리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들은 왜 극단적일까’ 저자 김태형은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으로서 수십년간 사회와 사람을 분석하는 작업에 힘쓰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이별을 통보한 연인의 얼굴에 염산을 뿌린 사건, 잊을 만하면 들려오는 미국의 총기 난사 사건,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는 테러 사건을 일으킨 사람들 등 극단주의로 분류되는 이들이 넘쳐나는 사회에서 극단주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국내 사회에서도 극단주의가 팽배하다는 것이 김태형 소장의 주장이다.

“한국사회에서의 가장 큰 극단주의라면 계급·계층이라는 위계사회에서의 배타성이 아주 심하다는 것을 꼽을 수 있겠다. ‘학대위계사회’로 부를 수 있는데 인기 드라마였던 ‘SKY캐슬’의 피라미드 구조가 딱 들어맞는다. 가장 위에 서야 학대를 덜 받는 것이다. 아래층으로 내려갈수록 학대를 당하는, 위계적 학대 당하는 사회인 셈인데 이는 계급·계층 간 배타성의 전형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우리 사회는 1990년대~2000년대 초반 ‘신자유주의 체제’로 전환되면서 사람들이 개인간 경쟁 속에 고립되면서 극단주의가 시작됐다. 고립돼서 각자의 생존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인데 사람은 고독할수록 불안할 수밖에 없다. 각자 도생을 추구할 때 느끼는 불안감, 안전에 대한 위협이 극도로 심해졌고 이런 현상이 한국사회에서 극단주의가 발현한 배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진=을유문화사
(사진=을유문화사)

■ 배타성이 광신과 강요를 만들고 혐오란 괴물을 만든다

김태형 소장은 극단주의의 네가지 특성을 배타성, 광신, 강요, 혐오로 꼽는다. 배타성은 자신이 소속된 집단을 뺀 나머지를 모두 배타시하는 특징이다. 이 과정에서 다른 집단을 배타시하기 위해 모두가 틀리고 나만 옳다는 ‘광신’이란 믿음을 갖게 되며 타인에게 자신의 믿음을 밀어붙이는 ‘강요’ 단계로 나아간다. 그리고 앞선 세가지 특징이 복합되면 타 집단을 혐오하게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같은 극단주의는 특히 일신교를 믿는 이들에게서 두드러진다는 설명이며 역사적으로도 많은 리더들이 극단주의로 자신의 지지층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역사적으로 지배층들은 극단주의를 부추겨왔다. 서구사회에서는 전통적으로 극단주의를 ‘과한 행동을 하는 것’ ‘극단 쪽에 치우쳐 있는 것’으로 표현한다. 진보적 운동, 민중 이익을 대변하는 운동을 하는 이들을 극단주의로 몰아세운 것이다. 때문에 종교개혁, 노동운동가, 민족해방 운동가를 모두 극단주의로 매도하고 반역사적 딱지로 극단주의를 활용하며 지배력을 키웠다”

과거의 극단주의가 지배층의 논리를 강화하고 반대 논리를 부수는 도구로 사용됐다면 요즘의 극단주의는 안전에 대한 위협이라는 것이 김태형 소장의 주장이다. 김태형 소장은 신체적 정신적 위협을 당할 때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불안할수록 세상과 등을 지려 한다면서 극단주의가 팽배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그렇다면 극단주의는 어떤 해결책을 통해 와해될 수 있을까.

“극단주의를 근절하려면 우선적으로 사람들이 안전하다는 느낌을 갖도록 해줘야 한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안전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때문에 ‘격차 해소’가 가장 중요하다. 한국 사회에서 모든 차별과 무시, 학대는 격차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이 격차를 해소해야 사람들이 학대나 무시 당하는 경험을 줄일 수 있고 안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제 인류의 당면 과제는 이전과 같은 생산력의 발전이 아니다. 이 발전된 생산력을 기반으로 인간이 가장 인간답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지 고민하고 연구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 생각한다”

결국 사람 간의 격차를 해결하지 못했기에 모든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 김태형 소장의 지론이다. 이에 따라 김태형 소장은 ‘그들은 왜 극단적일까’를 통해 극단주의 경향이 계속해서 심해질 경우 한국에서도 서구 나라들처럼 극우적인 극단주의 정치 세력이 등장하거나 집권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며, 학대 위계 사회가 되어 버린 한국 사회 내 약자 혐오와 극단주의 확산의 여러 사례를 들면서 우리 사회에 맞는 극단주의 예방법과 근절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