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간의 발견] 여자의 집착도, 남자의 진저리도 결국 사랑이다…‘미칠 수 있겠니’
'미칠 수 있겠니' 김인숙
안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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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0:30 | 최종 수정 2024.12.0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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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어스=이재우 기자] 훌쩍 떠나버린 사람을 향한 마음을 거둘 수 없나? 그게 아니라면 극복할 수 없는 문제로 이별했지만 미련이 발목을 잡아 아직도 훌쩍거리고 있는 내 모습이 진저리나도록 싫었던 적은? 이별한 지 한참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그 사람뿐이라 사랑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 '미칠 수 있겠니?'는 주인공 유진이 자신을 떠난 운명의 연인이자 남편 유진(동명이인)을 잊는 과정을 아름다운 휴양지인 섬나라의 지진해일과 함께 담담하면서도 격동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자기도 모르게 마음에 똬리틀고 있는 상대에 대한 집착과 조우한 적이 있읏 것이다. 어떤 이는 그것을 모른 척 했을 것이며, 어떤 이는 정면돌파하기 위해 애썼을지 모를 일이다.
아내 유진의 집착은 남편 유진의 아이를 가진 섬나라의 여자아이의 배를 찔러 죽이는 섬뜩한 사건을 일으킨다. 살해의 순간 지진이 일어났고, 여자아이를 짝사랑하던 남자아이의 등장으로 유진은 살인혐의를 벗었지만 돌아온 한국에서의 생활은 정상일리 없다. 결국 더 이상은 남편도, 그의 여자도 없는 것을 아는 섬나라를 찾아간 유진은 끔찍한 지진해일을 겪고 그 지옥같은 자연재해의 현장에서 생을 이어가면서 충격적인 살해의 순간을 기억해 낸다.
작가 김인숙은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지진해일 사건에 한 여자의 집착을 결부시키면서 통속적인 이야기를 흥미롭게 써내는데 성공했다. 집착에 대한 일종의 혐오심리는 지진해일의 혼란 속에 묻혀 인간사의 그저 사소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살해에까지 이르는 유진의 유진에 대한 사랑과 집착은 평범하지 않은, 사랑의 어두운 저 편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여자의 집착도, 남자의 진저리도 결국 사랑이다. 우리는 모두 이 책에서 살아 숨 쉬는 인물일지 모른다. 어떤 이는 손가락질하고, 어떤 이는 울부짖고, 어떤 이는 남고, 어떤 이는 떠나는 일련의 사랑과정은 그 자신이 되지 않고는 누구도 비난할 수 없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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