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읽기 위한 동기나 시간도 중요하지만 환경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사람들마다 각각 책을 잘 읽기 위해 선택하는 공간은 다를 겁니다. 어느 이는 도서관이 편하고, 어느 이는 카페가 편할 겁니다. 그래서 제시해봅니다. 리드어스 기자들이 추천하는 ‘책 읽기 좋은 장소’를 말입니다. <편집자 주>
눈을 들어 올려다 보면 북한산이고, 아래로 내려다보면 한옥마을이다. 한쪽이 건물이 들어서긴 했지만, 3면에서 바람이 분다. 은평역사한옥박물관 뒤쪽에 위치한 정자인 용출정(龍出停)은 기가 막힌 곳에 위치했다. 근처에 따로 차를 팔거나 안락함을 주는 인위적인 공간은 없지만, 위치 하나로만 용출정은 충분한 가치를 갖는다. 그리고 이런 위치와 날씨는 자연 독서실로 공간을 변신시켜 준다.
용출정이란 이름은 북한산에 두 마리의 용이 비상하고 있는 모습을 띄고 있는 ‘용출봉’에서 따왔다고 한다. 용의 비상이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 같은 기운을 받고자 한다면 용출정이 제격이라 본다.
이 지역을 찾는 이들은 크게 세 부류다. 인위적으로 조성되고 있는 은평한옥마을을 보거나, 서울 4대 사찰 중 하나인 진관사를 보러 오는 이들, 그리고 이 두 곳을 지나 북한산에 산행을 가는 이들이다. 그 중간에 들릴만한 곳으로 거론되는 곳이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이다. 딱 여기까지다. 용출정은 다소 뒤쪽에 위치하다보니, 사람들이 발걸음을 잘 하지 않는 공간이 됐다. 실제 SNS에서 용출정을 검색하면, 몇 개 나오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점 때문에 독서하기 좋은 공간으로 꼽는다.
텀블러에 음료 한 가득 채우고 은평역사한옥박물관 입구 오른편으로 돌아 건물로 올라가면 전망대 오른편에 용출정이 보인다. 사람들은 ‘전망대’가 전망이 좋은 위치라 생각하고, 거기서 멈춘다. 그러나 정자 지붕 아래 신발 벗고 편하게 기둥에 기대어 북한산을 바라볼 수 있는 용출정과 비할 바가 아니다.
때문에 이 공간을 잘 아는 어느 이는 아이들을 데리고 책도 읽고 풍경도 보다 가곤 한다. 날씨 좋은 날에는 박물관에 주차해놓고, (정작 박물관에는 들어가지 않고) 이곳을 찾는다. 고개 들면 북한산과 더불어 풍성한 구름을 볼 수 있고, 다소 흐린 날에는 또다른 색채의 북한산과 넓게 퍼진 한옥마을을 감상할 수 있다. 독서와 살아있는 그림을 번갈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정자 위의 독서, 해볼 만하지 않는가.
<은평한옥마을은...>
은평한옥마을은 은평뉴타은의 일부로 주거를 목적으로 조성된 인공마을이다. 북촌 한옥처럼 오래된 맛은 없지만, 한옥의 현대화로 주목받고 있는 공간이다. 특히 북한산 자락에 위치했다는 이점과 현대 한옥임에도 불구하고, 전통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또 금암미술관이나 셋이서 문학관처럼 체험하는 한옥도 존재하고, 생태 유지를 위한 공간도 존재해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용출정이 위치한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은 2014년에 개관해 한옥이나 우리 전통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기획전시를 선보인다. 이곳을 처음 찾는다면, 은평한옥마을을 지나 진관사를 둘러본 후, 용출정을 찾는 것도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