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길] 완벽한 공감은 있을 수 없다…친구보다 속깊은 현자들의 조언
권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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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3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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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나라는 존재와 완벽히 공감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고민을 털어놨다가 오히려 감정이 상하는 사람들도 있고, 고민이 더 깊어졌다는 사람들도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친한 친구에게 망설임 끝에 진지한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지만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친구는 내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듯 보였다. 이후 누군가에게 속내를 털어놓거나 고민을 나누는 일은 줄어들었다. 일상적인 고민과 가벼운 고백은 하지만, 깊은 마음을 보여주는 일은 늘 망설이게 됐다.
그래서 이유 없이 분노가 치솟고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쉽지 않았을 때 철학자들의 가르침에서 길을 얻었고, 이것이 ‘1년 전과 똑같은 고민을 하는 나에게’를 쓴 계기가 됐다는 저자의 책은 집어들지 않을 수 없었다.
플라톤부터 니체까지. 사람과 삶에 대한 깊은 연구를 해 온 이들이 나의 조언자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든든했기 때문이다. 어려운 철학서를 읽고 그 내용을 체화하기까지 과정을 생각하면, 쉽게 풀어낸 이 책이 더없이 반가웠다.
이번 책은 사례를 세분화 해 적재적소에 맞는 철학자들을 매칭 해준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을 법한 일들을 예시로 들어 설명했기 때문에 핵심 의도를 파악하는 데도 무리가 없다.
가장 공감한 대목은 책의 제목과 같은 ‘1년 전과 똑같은 고민을 하는 나에게’ 부분이다. 이 장에서는 술을 예시로 들었지만, 순간의 유혹을 참지 못하고 후회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아리스토텔레스의 덕과 선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경험과 훈련이 필요하다. 후회의 순간들 모두 경험의 일환이고, 설사 다시 같은 실수를 하더라도 이는 더 나은 결과를 위한 훈련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똑같은 고민을 하고, 실수를 하는 것이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위로에서는 따뜻함까지 느꼈다.
여기에 이 책이 끝까지 강조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고민의 과정은 모두 ‘행복’을 추구하는 길이며 이 행복을 위해서는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잘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내가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놨을 때 진정한 공감을 얻지 못한 건 당연한 일이다. 나 조차도 다 알지 못한 내 마음을 상대가 알아주기를 원한 것 자체가 과한 기대일 수 있다. 모든 고민에 위로를 받을 수는 없겠지만, 이 책을 읽은 뒤 어떤 벽에 부딪혔을 때 스스로에게 먼저 질문을 던져보는 습관만은 가지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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