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회장이 트럼프 주니어 초청으로 간 미국행이 길어지고 있다. (사진=정용진 SNS)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미국 체류가 길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이 트럼프 당선인을 직접 만날 가능서도 높아진다. 정 회장의 이번 미국행이 이마트의 미국 내 입지 구축에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상당한 이유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애초 지난 16일부터 19일 오전까지 3박 4일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자택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의 체류할 예정이었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으로 이루어진 행보로 정 회장이 트럼프 당선인을 직접 만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 회장은 일정은 20일 오전까지로 하루 늘어났다가 21일 오전까지로 한 차례 더 연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그간 트럼프 주니어와 깊은 친분을 쌓아왔다. 인간적, 정서적으로는 물론 같은 개신교 신자로 종교적으로도 매우 가까운 관계로 알려져 있다. 실제 두 사람은 올해에만 4차례 만났다. 정 회장의 이번 마러라고 리조트 방문에 앞서 트럼프 주니어가 한국을 공식 또는 비공식으로 3차례 찾아 정 회장과 만났다.

정 회장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최소 3차례 트럼프 주니어와 식사를 함께하며 친분을 더욱 공고히 다지는 동시에 사업 관련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미러라고 체류를 연장한 이유에 대해 정확히 알려진 바 없으나, 업계 안팎에서는 정 회장이 트럼프 당선인을 직접 만나 사업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올해 대선 기간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이라고 지칭하면서 한국이 분담할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연 100억 달러(약 14조원)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보편 관세 공약과 한국의 대미무역 흑자를 언급하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산 제품에 대해 10% 이상의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하고 있다.

이마트연수점 (사진=이마트)

■ 미국시장에 공들이는 이마트, 트럼프 주니어와 시너지 낼까

정 회장은 이마트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의 유통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2017년 트럼프 행정부 1기 출범 당시 이마트의 미국 사업은 현지 한인 위주로 수입상품을 공급하는 수준에 그쳤다. 2기 출범을 앞둔 현재 이마트는 PKRH(PK리테일홀딩스)라는 소매유통지주사를 세운 뒤 슈퍼마켓 체인 굿푸드홀딩스를 인수하는 등 미국 내에서 5개 유통 브랜드를 둔 플레이어로 몸집을 불렸다. 올해 10월 기준 캘리포니아주와 워싱턴주 중심으로 이마트가 운영하는 오프라인 점포는 55개에 달한다. 이마트는 현지법인이 소유힌 오리건 공장에서 연간 200만팩의 가정간편식(HMR) 등 냉동·냉장 가공식품도 생산하고 있다. 육개장, 소불고기, 불닭치킨 등을 만들어 현지 메인스트림 마켓인 트레이더조, 코스트코, 크로거 등에 납품한다.

여기에 더해 신세계는 2022년 컬트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 셰이퍼빈야드를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프리미엄 와이너리 얼티미터빈야드까지 추가로 사들이며 현지에서 식료품과 와인을 아우르는 생산·유통 기반을 마련했다.

공을 들인 이마트 미국사업장의 실적은 해마다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1조8317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2조290억원으로 늘었다. 올 3분기에도 전년동기보다 2695억원 늘어난 1조6302억원 매출을 냈다. 영업이익은 2022년 115억원에서 지난해 352억원으로 뛰었다. 올 3분기 기준 342억원이다.

이마트는 올해 2월 PKRH를 통해 스타트업 투자전문법인 퍼시픽얼라이언스벤처스를 설립했다. 이 지점이 정 회장과 트럼프 주니어의 사업적 행보에 주목하게 하는 이유다. 캘리포니아주 LA 베벌리힐스에 사무실을 둔 이 회사는 올 8월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버틀러가 진행한 시리즈B 라운드에 참여하며 첫 투자를 단행했다. 버틀러가 오프라인 공간 구성 솔루션을 제공하는 만큼 유통 사업과의 시너지를 위한 결정이었다.

벤처투자는 트럼프 주니어와 정 회장의 공통분모다.

정 회장의 미국 체류가 길어지면서 이마트와 신세계 I&C 주가가 강세를 보인다.

20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오전 9시35분 기준 신세계 I&C는 전거래일 대비 8.81%(930원) 오른 1만 1490원에 거래중이다. 같은 시간 이마트 역시 2%대 오르는 등 강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