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민음사
(사진=민음사)

혁신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그 이상의 결과물을 내놓은 사람, 담대한 결정력과 추진력의 소유자. 전세계에 열풍을 일으켜놓고 여전히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남겨놓은 채 떠난 스티브 잡스다. 그는 신뢰를 갖게 만들 수밖에 없는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으로 21세기를 평정했다. 내로라하는 인재들 사이에서 학력이 딸렸던 것으로 평가받았던 글로벌 경영인 스티브 잡스는 남다른 소신과 용기로 비즈니스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미국인 어머니와 시리아 출신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스티브 잡스는 형편이 좋지 않은 가정에 입양된다. 그의 양부모는 대졸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입양이 거절 당할 위기에서 “아이를 대학까지 꼭 보내겠다”는 약속을 하고 스티브잡스를 키우게 된다. 어느날 스티브 잡스는 울면서 집에 와 부모였던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를 원하지 않아서 버린 게 맞는지 묻는다. 그런 그에게 그의 양부모는 “우리가 너를 특별히 선택한 것이란다”라고 말해준다. 결국 그는 자신을 사랑하는 부모의 육아 아래 스스로를 믿는 존재로 성장했고, 훗날 성공한 리더가 돼 “나는 항상 나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느끼도록 만든 건 바로 나의 (양)부모였다”고 말한다. 굳건한 부모의 사랑이 ‘애플’의 혁신을 이끌어낸 스티브잡스식 자신감을 키운 뿌리였던 셈이다.

사진=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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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사랑으로 다진 자신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스티브 잡스는 부모의 차고에서 애플을 창업했다. 당시 그가 손에 쥔 돈은 겨우 1300달러(150만원) 정도였다. 그리고 애플을 키워나가며 확신 넘치는 리더십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스티브잡스의 넘치는 자신감을 두고 일각에서는 ‘자기 과신’ 리더십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이 재능은 사업가에게 절대적으로 강력한 한방으로 작용했다. 투자와 M&A시도, 무수한 견제 등 기업을 위협하는 요소가 많은 가운데 오히려 자기 확신이 지나칠 정도였던 스티브 잡스의 뚝심은 주변 업체의 자발적 협력을 이끌어내는 순기능을 발휘했다. AT&T가 기업의 운명을 아이폰에 맡긴 것 역시 스티브 잡스의 확신 넘치는 리더십을 믿었기 때문. 이같은 모습에 싱가포르 대학 연구팀이 CEO의 리더십이 동반자적 협력관계와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도 했다. 그 결과는 흥미롭다. 자기 과신 상위에 속한 CEO 그룹은 평균적인 수준의 CEO 그룹에 비해 협력업체 수가 약 18% 많고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유지할 확률도 높다는 결과를 도출해냈다. 스티브 잡스의 과신적 성향이 기업에 긍정적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특히 이 확신에 찬 카리스마는 파산 위기의 애플을 구해내는 절묘한 한 수가 되기도 했다. 90년대말 애플은 컴퓨터 운영체제에 몰두하다 무너질 위기에 놓인다. 겨우 회사를 살린 스티브잡스는 조직을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에게도 확신을 심어준다. 부도위기에 몰려 있는데도 이상적인 비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스티브잡스를 마주한 직원들은 뭐든 될 것 같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고, 스티브 잡스를 도와 디지털 시대 강자로 거듭나게 된다. 이는 하나의 일화일 뿐이다. 스티브잡스의 면모를 두고 빌 게이츠는 “직원들에게 마법 주문을 거는 듯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빌 게이츠는 지난 7월 CNN 국제뉴스 ‘GPS’에 출연해 스티브잡스가 직원들에 마법주문을 걸었고 “사람들은 최면에 걸려 더 헌신적이고 오랜 시간까지 일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빌 게이츠는 1988년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나간 뒤 만들었던 컴퓨터 ‘NeXT’ 시절을 언급하면서 “그 컴퓨터는 완전히 망했다. 헌데 말도 안되는 일이었지만 스티브 잡스가 나와서 사람들을 최면에 걸게 만들었다”면서 NeXT가 망한 후 스티브 잡스가 애플로 복귀해 매킨토시를 성공시킨 점을 상기시켰다. 특히 “나는 아직 자신과 어울리는 인재를 고르고, 그 재능을 최대한 발휘하게 만드는 그 어떤 지도자도 만나지 못했다. 잡스는 강인함과 함께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긍정적인 효과들을 창출해 왔다”고 인재를 활용하는 스티브 잡스의 능력을 극찬했다. 그에 비하면 빌 게이츠 본인은 마이너 마법사에 불과했다는 농담도 함께였다.

스티브 잡스는 창의적이었다. 암투병 중에도 의료기기 디자인을 제안할만큼 마르지 않는 열정이 생전의 그를 지배했다. 그는 자신 뿐 아니라 직원들의 가능성을 믿고 성장시켰다. 때론 최악의 상사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그만의 자신감으로 이룬 성과는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민음사, 시그마북스
(사진=민음사, 시그마북스)

■ ‘스티브잡스’&‘스티브잡스 업무의 기술 45’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잡스’는 그의 유일한 공식 전기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21세기를 새롭게 그려 나간 창조자 스티브 잡스가 차고에서 시작한 애플의 성장 비결을 비롯해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이르는 혁신적 제품들의 탄생 비화, 애플 CEO 사임 후 두 달여에 걸친 마지막 순간의 이야기까지 담겨 있다. 그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전설의 프레젠테이션 준비 과정에서 극도의 절제와 완벽주의로 상징되는 경영 비법과 스티브 잡스의 혜안이 빛나는 명언도 함께 실렸다.

‘스티브잡스 업무의 기술 45’는 경영인으로서의 스티브잡스 능력을 알 수 있는 책이다. 일본 경제경영 저널리스트가 쓴 책이긴 하지만 스티브잡스에 대한 저서만도 여러 권에 달할 정도로 스티브잡스에 대한 깊이있는 연구를 해왔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스티브잡스가 만난 수많은 문제와 해결의 드라마를 정리한다. 누구보다도 많은 문제와 부딪혔고 그 문제를 스스로 해결했던 스티브 잡스의 문제해결 능력을 저자는 ‘45개의 업무 기술’로 정리했다. 청중을 압도한 프레젠테이션 능력, 확고한 결단력, 상대가 거절하지 못하는 교섭술, 마음을 사로잡는 설득력 등 잡스표 업무의 기술을 살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