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만 있는 '은둔 청년' 가운데 10명 중 1명은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일러스트=감마)
거의 집에만 있는 '은둔 청년' 가운데 10명 중 1명은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은둔하지 않는 청년의 4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보건복지포럼 9월호에 실린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의 ‘청년 은둔 양상의 변화와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은둔 청년 중 자살 생각을 한 비율은 2022년 8.2%에서 지난해 10.4%로 늘었다.
같은 기간 은둔하지 않는 청년의 자살 생각 비율이 각각 2.3%, 2.5%였던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높다.
김 연구위원은 국무조정실이 만 19세∼34세 청년을 가구원으로 둔 1만5천 가구를 조사한 ‘청년 삶 실태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해 이런 격차를 확인했다.
이 조사에선 외출 상태를 물었을 때 ‘보통은 집에 있지만 취미만을 위해 외출하거나 인근 편의점 등에 외출한다’, ‘자기 방에서 나오지만, 집 밖으로는 나가지 않는다’, ‘자기 방에서 거의 나오지 않는다’라고 응답한 경우 은둔 청년으로 분류했다. 다만 임신이나 장애, 출산 때문에 외출하지 않는 경우는 제외했다.
이 기준에 따른 은둔 청년 비율은 2022년 2.4%에서 지난해 5.2%로 늘었다.
지난해 은둔 청년의 연령을 보면, 20대 후반(25∼29세)이 38.2%로 가장 많았고 이어 20대 초반(19∼24세) 33.2%, 30대(30∼34세) 28.6% 순이었다.
가구원 수는 4인 이상(38.7%)이 가장 많고 이어 3인(26.0%), 2인(17.7%), 1인(17.5%) 순이었다.
외출하지 않는 주된 이유는 취업 어려움(41.1%), 기타(28.8%), 인간관계 어려움(13.9%), 학업 중단(12.2%), 대학 진학 실패(3.0%), 무응답(1.0%) 순으로 나타났다.
은둔 상태가 지속된 기간은 6개월 미만(35.4%)이 가장 많았고, 1년 이상 3년 미만이 25.8%, 6개월 이상 1년 미만이 19.4%, 3년 이상 5년 미만 10.8%, 7년 이상 장기화한 경우 6.0%, 5년 이상 7년 미만 2.6% 등이었다.
은둔 청년의 평균 삶 만족 수준은 10점 만점에 5.65점으로 비은둔 청년(6.76점)보다 낮았다.
바라는 미래를 전혀 실현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 미래 전망을 하는 비율도 19.7%로 비은둔 청년(7.0%)보다 현저히 높았다.
다만 김 연구위원은 “미취업자 중 구직 활동을 한 비율은 은둔 청년(24.0%)이 비은둔 청년(12.8%)보다 높다”며 “이들이 또래 청년들처럼 평범하게 일하려는 의지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석했다.
또 “은둔 청년의 비율은 2022년 2.4%에서 지난해 5.2%로 증가했는데 실제 절대적인 규모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그동안 보이지 않게 은둔하던 청년이 목소리를 내고 회복과 자립을 위한 도움을 요청하는 양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며 “은둔 청년의 조사 참여 행동이 강화됐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 연구위원은 “은둔 청년은 취약한 상태를 유지하기보다 또래들처럼 일하며 자립하기를 시도한다”며 “고립과 은둔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위기 상태라는 인식을 확산해 청년미래센터(보건복지부 고립·은둔 청년 지원사업 수행 기관)가 변화가 필요할 때 주저 없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창구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