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를 좋아하는 습성은 아버지 덕이 컸다. 아버지가 장사를 다닐 때 한 번 장사를 떠나면 한 달 정도 만에 돌아오시곤 했다. 그럴 때 마다 꼭 내가 읽을 만한 동화책이나 아동문학, 위인전 같은 것을 사 오셨다. (중략) 교과서 말고 처음 접하는 책이어서 그런 책을 읽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아버지가 다음 책을 사올 때까지 두 번, 세 번 되풀이해 읽었다. (중략)
책 읽는 재미를 알게 되고 난 후로는 늘 책에 굶주렸다. 아버지가 장사를 그만두면서 책을 사오는 것도 끝났기 때문이다. 새 학년이 되면 나는 내 책뿐 아니라 3년 위인 누나 책까지 뒤져 읽을거리들을 한 번에 다 읽어치우곤 했다. -문재인의 운명 중(中)-
자타공인 독서광으로 알려진 문재인 대통령은 이른바 ‘문학정치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정치적 좌표를 책에서 찾는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습관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12월, 안철수 의원의 탈당 기자회견 후에는 도종환 의원의 산문집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에 실린 ‘파도 한 가운데로 배를 몰고 들어가라’라는 글을 인용해 자신의 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산문은 우리나라 기상 관측 이래 가장 강한 바람(순간 최대 풍속 58.3m)이 불었던 태풍 ‘프라피룬’이 몰아쳤을 때, 죽음의 늪 한가운데로 배를 타고 나갔다가 태풍이 빠져나간 뒤 무사히 살아 돌아온 한 고흥산 노인의 이야기다. 문 대통령은 당시 자신의 처지를 노인에 비유한 셈이다.
책 좋아하는 대통령인 탓에 문 대통령 추천도서 리스트는 다 따라 읽기에도 벅찰 만큼 길다. 그 중 대통령이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아 청와대 직원들에게 직접 선물했다는 책 ‘축적의 길’과 ‘90년 생이 온다’를 소개한다.
■ 미래에 대한 도전, 실패에 대한 축적 필요 ‘축적의 길’
문 대통령은 '미래에 대한 도전, 실패에 대한 축적'이 필요하다는 책 내용에 깊이 공감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9년 초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청와대 직원들에게 책 ‘축적의 길’을 선물했다”면서 “‘실패도 쌓이면 실력이 된다’는 취지의 축적과 문 대통령의 최근 국정에 관한 생각이 일맥상통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책에 직원들을 향한 당부의 글도 담았다. 세 문장으로 이뤄진 글의 내용은 ‘4차 산업혁명은 우리가 주도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물론 실패할 수도 있으나 미래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자’는 것이었다.
문 대통령에게 깊은 감명을 준 ‘축적의 길’에는 도전적 시행착오를 축적하는 5가지 전략과 4개의 열쇠에 관한 이야기가 담겼다.
‘축적의 길’은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핵심이 시행착오의 축적을 통한 고도의 경험지식 확보에 있다는 진단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축적의 시간’후속 작이다. 후속 작인만큼 책에서는 ‘어떻게 축적할 것인가’에 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5가지 축적의 전략을 소개하며, ‘착각에서 축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아울러 선진 기술을 모방하여 추격하는 단계에서 체화된 사고방식과 관행이, 시행착오의 축적을 통해 세상에 없던 제품과 서비스를 정의하고 만들어내는 개념설계 역량의 확보에 어떻게 걸림돌이 되는지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지금 한국의 산업계는 전례 없는 미시감의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기존에 하던 대로, 기민하게 선진국과 선진기업, 선진시장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벤치마킹하고 있다. 저성장 시대니 야근을 밥 먹듯이 하면서 더 열심히 대책을 마련하고 성장 정체 현상의 돌파를 외치고 있는데, 두 다리는 점점 더 흐르는 모래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게다가 4차 산업혁명처럼 경계를 허무는 융합적 기술혁신이 달려들고 있다. 이제까지 편안하게 느껴졌던 관행이 이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새로운 관행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축적의 길을 나서는 우리의 첫걸음은 우리를 눈부신 성공으로 이끈 바로 그 관행과 결별하는 쉽지 않은 일에서 시작된다.
■ 새로운 세대를 알아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90년생이 온다’
올해 5월 문 대통령은 청와대 직원들에게 5개월 만에 또 한 권의 책을 선물했다. 임홍택 작가의 ‘90년생이 온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5월 당시 “대통령께서 ‘90년생이 온다’는 책을 전 직원들에게 선물로 주셨다”면서 “대통령께서는 새로운 세대를 알아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면서 그래야 그들의 고민도 해결할 수 있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누구나 경험한 젊은 시절, 그러나 지금 우리는 20대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라는 메시지와 함께 책을 선물하셨다”고 덧붙였다.
임홍택 작가는 ‘90년생이 온다’에서 조직에서는 신입 사원이, 시장에서는 트렌드를 이끄는 주요 소비자가 되어 우리 곁에 있는 90년대 생을 상세히 언급했다. 90년대 생은 자신에게 꼰대질을 하는 기성세대나 자신을 호갱으로 대하는 기업을 외면한다. 조직의 구성원으로서든 소비자로서든 호구가 되기를 거부하면서 회사와 제품에는 솔직함을 요구하기도 한다. 알아듣기 힘든 줄임말을 남발하고, 어설프고 맥락도 없는 이야기에 열광하는 그들을 기성세대의 관점에서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몰려오는 그들과 공존하기 위해 이해하기 어려워도 받아들여야 할 것들을 담았다. 다양한 통계와 사례, 인터뷰 등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담아 각 산업의 마케터는 새로운 고객을 이해하기 위한 툴과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도록 했고, 기업의 담당자는 본격적으로 기업에 입사하는 세대를 위한 실질적인 인사 관리 가이드와 그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방안까지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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