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길] 잘 자란 해리포터, 현실 리더의 덕목을 꼬집다
이지영 기자
승인
2021.07.14 14:30
의견
0
해리포터는 성장하는 리더의 표상으로 꼽을 만하다. 1997년 시작해 10년 만인 2007년 대장정의 막을 내린 ‘해리포터 시리즈’의 주인공, 해리포터. 해리포터는 이모집 벽장에서 살던 꼬꼬마로 전세계 독자와 만나 10년 만에 천적 볼드모트와 최후의 대결을 벌인다.
번개 모양 흉터와 깨진 안경이 전부였던 해리포터. 인간세상에서 루저임이 분명해보였던 해리포터는 부모가 남긴 유산, 부모의 친구들, 해리포터를 마법 세상의 구원자로 믿고 나선 조력자들을 통해 마법세상의 리더로 성장해나간다.
전세계 독자들의 열광적 지지 속에 훌륭하게 성장하는 마법사 리더 해리포터의 능력은 특출나지 않지만 가장 기본적인 리더의 조건을 말한다. 그가 가진 리더의 자질이라면 용기, 그리고 친구들을 향한(부모의 친구들과도 나눈) 우정이다. 판타지 소설이기에 가능한 자질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혹은 마법사의 세상이 온전히 능력 위주의 사회였기에 해리포터의 용기와 우정이 더 빛을 발하는 리더의 요건이 됐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쩌면 가장 이상적이고, 올바른 리더의 자질이 아닐까. 지금의 사회, 우리가 비판하는 그 금수저와 각종 혜택, 두뇌의 수준으로 리더가 결정된다면 해리포터 시리즈의 주인공은 공부 잘하는 헤르미온느였거나 금수저 자랑에 여념이 없는 말포이였을 것이다.
해리포터는 사실 태어날 때부터 영웅의 운명을 부여받은 캐릭터다. 그러나 운명이 영웅을 지목할 수는 있겠지만 영웅다운 영웅으로 키워낼 수는 없다. 해리포터는 매우 인간적인 면모, 불의를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 무모할 정도의 용기로 난관을 헤쳐나가며 동료와 세상에게 ‘인정받는’ 영웅으로 성장한다. 해리포터가 불세출의 천재였거나 선천적 재능의 소유자로 그려지지 않은 점도 해리포터의 리더십에 주목하게 한다.
남들과 크게 다를 바 없었던 소년 마법사, 해리포터는 남들이 나서지 못할 때 나서는 용기와 남들을 대신하는 희생정신으로 남들 앞에 선다. 어쩌면 이같은 성향을 선천적 능력으로도 볼 수 있겠다. 하지만 해리포터는 ‘한결같음’을 더함으로써 리더의 덕목을 완성시켰다. 이에 더해 덤블도어까지도 말리는 순간 문제를 해결해내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보여주는 사명감, 어른의 말과 행동이라도 옳지 않은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윤리의식이 해리포터를 리더로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됐다. 그렇게 10년, 소설로서는 7년의 시간이 흐른 뒤 해리포터는 어엿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마법 세상의 리더가 된다.
무엇보다 해리포터가 리더로서 전하는 메시지는 공정, 그리고 태생적 조건을 믿지 말라는 것이다. 경제력이나 학벌, 혹은 인맥만 믿고 세상이 자기 것인양 여겼던 이들이 쇠고랑을 차고 감옥으로 가는 경우를 우리는 여러 차례 봐왔다. 감옥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힘으로 이룬 것 없는 성을 무너뜨리는 ‘능력없는’ 리더들을 우리는 수없이 목격해왔다. 그렇기에 자신이 믿는 신념을 어떻게 지켜내는지, 옳다고 믿는 가치들을 포기하지 않는 끈기가 어떤 결과를 이뤄내는지, 용기나 지혜 등의 작은 덕목이 시간이 흐른 후 어떻게 인정받는지를 몸소 알려주는 해리포터는 이상적이면서도 현실적 리더로 꼽을 만하다.
물론 현실에서는 해리포터가 가진 리더의 자질 및 이를 성장시킨 끈기와 더불어 재력, 인맥, 학벌 모두 갖추면 금상첨화일 터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반대의 경우, 성공하는 리더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부모가 마련해준 발판을 딛고, 남이 이어준 줄을 잡은 채 자신을 성장시키지 않는 리더는 결코 다른 이의 본보기가 될 수 없다.
저작권자 ⓒ 리드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