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난도의 '트렌드 코리아'가 걸어갈 새로운 12년, 첫 시작은 '카멜레온' 소비자가 만드는 공정한 세상

이지영 기자 승인 2020.11.24 17:00 의견 0
사진=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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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 2019년까지 12년동안 끊임없이 매의 눈으로 한국의 경제를 꿰뚫어온 사람이 있다.‘트렌드코리아’의 김난도 교수다. 12간지를 모두 돌아 지칠 법도 한데 그는 새로운 시작을 알리며 새로운 12년을 약속했다.

그 첫 시작이 될 내년, 2020년은 시시각각 변하는 욕구를 드러내는 소비자가 주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교수는 또 더욱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를 원하는 대중의 힘이 사회를 변화시킬 것이며 팬덤으로 형성된 팬슈머와 5080세대인 ‘오팔세대’, 그리고 초간단하고 소유에 집착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시장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트렌드 코리아 2020’ 출간 기념 간담회를 갖고 올해와 내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공개된 ‘트렌드코리아 2020’의 트렌드 키워드는 ‘MIGHTY MICE(마이티 마이스)’다. 위기를 극복하는 작은 히어로들이 올 것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른 10가지 키워드는 ▲멀티 페르소나 ▲라스트핏 이코노미 ▲페어 플레이어 ▲스트리밍 라이프 ▲초개인화 기술 ▲팬슈머 ▲특화생존 ▲오팔세대 ▲편리미엄 ▲업글인간이다. 이같은 소비트렌드의 가장 중요한 세 축으로는 ‘세분화’ ‘양면성’ 그리고 ‘성장’을 꼽았다. 어려워지는 시장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고객층을 잘게 나누고 그들에게 숨겨진 욕망을 발견해야 한다는 지론이다.

김 교수는 “연초부터 내년(2020)년 키워드는 퍼스트 마우스(FIRST MOUSE)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빠르고 영특하다는 점에 착안했는데 저만 빼고 연구원 전원이 반대했다. 그래서 ‘마이티 마우스’라는 70년대 초 MBC에서도 잠깐 방영했던 만화제목을 잡았다. 마침 내년에 실사화도 된다고 하더라.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마이티 마우스는 11글자(Mighty mouse)였다. 때문에 마우스의 복수형인 마이스(Mice)를 선정했다. 그 문제만은 아니었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힘을 합해 위기를 잘 극복해보자는 취지에서 단수의 히어로보다는 복수형으로 가자는 의미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진=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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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개인화된 소비자, 가면을 쓰고 순간의 즐거움을 추구하다

이어 그는 ‘트렌드 코리아’ 제작 과정은 키워드를 먼저 정한 후 내용을 풀어나가는 것이라면서 올해는 지난 12년과는 조금 다르게 전개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트렌드 키워드를 정하고 세부 키워드를 정할 때 첫 키워드와 마지막 키워드는 정해져 있다. 대체로 어두운 부분, 어려운 내용의 이야기들을 가장 마지막으로 보내왔다”면서 “2007년부터 지금까지의 키워드를 보면 이해하기 어렵고 어두운 얘기들이 10번째에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올해의 첫 키워드인 ‘Me and Myselves’ 멀티 페르소나는 가장 뒤로 보내고 싶었지만 워낙 중요한 키워드이기에 앞으로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멀티 페르소나’는 다매체 사회에서 ‘모드 전환’에 능해진 현대인들의 정체성 표현 방식이 바뀌었기에 다면적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각 기업의 생존 조건으로는 ‘특화’로 꼽았다. 특히 고객과 마지막 접점, 즉 배송 서비스까지의 만족을 의미하는 ‘라스트핏’, 소비자가 소유욕 대신 순간을 즐기고자 하는 성향으로 변화한 부분을 짚은 ‘스트리밍’이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데이터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하는 ‘초개인화 기술’이 뒷받침되면서 소비자들은 자신의 경험과 취향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성향이 보편화됐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시간 빈곤에 시달리는 밀레니얼 세대의 소구에 맞춰 편리성이 프리미엄이 되는 ‘편리미엄’에도 주목할 만하다. 직책이나 성공보다 성장을 추구하는 새로운 자기계발형 인간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업글인간’으로의 변화와 신중년층이란 이름으로 부상한 ‘오팔세대’의 행보 역시 눈여겨 볼 만하다. 특히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공정성을 추구하고 기업의 ‘선한 영향력’을 구매의 기준으로 삼는 공정시대 ‘페어 플레이어’들이 소비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점쳐진다.

사진=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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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지나온 2019, 올해의 10대 상품은?

한편 이날 2019년 ‘트렌드 코리아’가 선정한 대한민국 10대 트렌드 상품 목록은 10개월의 2019년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기도 했다. ▲괴식 및 이색 식품 ▲대형 SUV ▲배송서비스 ▲에어프라이어와 삼신가전 ▲인플루언서 ▲재출시 상품 ▲지역기반 플랫폼 ▲친환경 아이템 ▲한달살기 ▲호캉스다.

‘괴식 및 이색식품’은 인스타그래멀한 비주얼, 자극적 경험을 인증하고 공유하는 문화가 확산된 것이 강점이다. ‘대형 SUV’의 겨우 가족중심적 여가를 즐기는 40대 소비자가 부상한 점, 아웃도어 액티비티가 증가한 점이 영향을 끼쳤다고 봤다. ‘배송서비스’는 온라인을 통한 신선식품 주문 증가와 수요를 예측하는 기술수준 향상이 시장을 키웠다. ‘에어프라이어와 삼신가전’의 경우 가사노동에 드는 시간과 노력을 최소화하고 싶은 욕구에 따라, 또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확보하려는 밀레니얼 가치관 확산이 상품을 히트시켰다. ‘인플루언서’는 SNS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미디어 환경 변화 및 친근함을 바탕으로 한 신뢰성 확보가 성장의 동력이 됐다.

‘재출시 상품’의 경우 기성세대와 Z세대를 아우르는 매력, 과거의 모델이나 콘텐츠를 활용한 비용절감이란 두 축이 옛 것을 재창조하며 시장에 활력을 더했다고 봤다. 또 신뢰성을 기반으로 하며 오프라인 경험이 풍부한 점,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뒷받침되면서 ‘지역기반 플랫폼’이 성장했다고 봤고, 필환경 트렌드 확산 및 신념을 소비로 드러내는 미닝아웃 세대의 등장이 ‘친환경 아이템’ 인기로 이어졌다. ‘한달살기’의 경우 행복을 중시하는 가치관 확산, 관련 인프라의 증가로 인한 대안관계 확산으로 붐이 일었고 ‘호캉스’는 근무제도 유연화 및 휴식에 집중하는 단기여행 선호가 시장활성화를 도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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