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생, 올해 32세인 더블유아일랜드의 최재영 대표는 10년 차 사업가다. 23세 때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작한 사업을 어느덧 11년이나 유지해 온 것이다.
위로 두 누나가 있는 최 대표는 늦둥이 아들이다. 두 명의 누나가 모두 공무원인 만큼 집안 분위기는 보수적이었지만 대학원을 다니던 중 사업을 하겠다고 자퇴를 강행하는 최 대표를 가족 누구도 말리지 못했다.
“가족들 설득이 쉽지 않았다.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에 그 어떤 지원도 받을 수 없는 상태에서 무턱대로 사업을 시작했다. 부모님께는 ‘내가 무엇을 하든 1000만원을 모으면 창업을 허락해 달라’고 이해를 구했다. 어떤 것을 해볼까 하다가 어머니에게 원석 팔찌를 직접 만들어서 선물했던 기억을 떠올려서 원석팔찌를 만들어 카카오스토리에서 판매를 해보았다. 하고 싶은 것은 어떻게 하든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 같다”
그렇게 1000만원을 모아 보인 후 사업을 시작한 최 대표는 결국 액세서리 쇼핑몰로 성공을 눈 앞에서 맛보았다. 첫 사업이었던 액세서리 쇼핑몰은 직원을 여럿 둘 정도로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타고난 사업 감각도 있었지만 가족들의 반대가 있었던 탓에 더 열심히 일 해야 했다.
“액세서리 쇼핑몰 매출이 올라가면서 직원들을 모두 데리고 서울로 왔다. 우선 재료 시장이 가깝기도 했지만 그때 당시 쥬얼리라는 아이템보다 스타트업에 큰 관심이 생긴 이유다”
세상을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중국에서는 알리바바가 급성장을 했고, 마윈은 젊은 사업가들의 워너비로 급부상 했다.
“KBS에서 ‘슈퍼차이나’라는 프로그램을 해주었다. 중국의 스타트업들이 어떻게 창업 아이템을 찾고 사업을 영위해 나가는 지 보여주고 있었다. 나도 스타트업을 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울로 가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서울에 도착해서 시작한 사업이 여행 스타트업이다. 여행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페이스북 페이지 ‘대한민국 방방곡곡’이 최 대표의 손에서 탄생됐다.
“현재는 야놀자가 운영하고 있는 ‘대한민국 방방곡곡’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성장시켰다. 여행 콘텐츠로 페이지를 운영하면서 여행 상품을 팔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에 나는 경영 지식이 없었다. 세금에 대한 이해도 없었고, 회사를 운영하는 노하우도 없었다. 서울에 오니까 모든 게 부산보다 5배가 비쌌다. 직원들과 함께 서울의 비싼 물가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여기에 경영 지식까지 없다보니까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를 계속 했던 것이다. 결국 회사를 야놀자에 매각해서 빚을 갚았다”
경영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20대 청년 시절 최 대표는 혹독한 수업을 치러야 했다. 직원들의 급여 날 현금 흐름이 막혀 돈을 빌리러 다녀야 하기도 했다. 세상물정 모르던 나이에 사업을 하다보니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깨달은 게 있다.
“결국 경영을 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현금이 부족할 때다. 과거 경험을 통해 혹독하게 배운 바 있기 때문에 나는 지금도 회사 경영을 보수적으로 하고 있다. 회사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회사와 직원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최근에 코로나19로 인해 현금 흐름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최 대표는 다시 한 번 보수적인 경영 철학을 다잡았다. 제품 개발과 디자인, 물류, CS까지 모두 인하우스에서 소화하고 있지만 직원 채용 문제만큼은 두 번 세 번 고심하는 편이다.
“사업을 오랫동안 하면서 여러 경험을 하다보면 힘든 일에 무뎌진다. 그것은 대표의 역량이 채워지는 것과 같은 것으로 보인다. 어떤 리스크가 닥쳤을 때, 내성적인 성격 탓에 많이 불안해 하고 힘들어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고생을 많이 하다보니까 작은 고생은 고생이 아니더라. 그렇게 좀 무뎌지는 부분도 있다. 그리고 사업을 해오면서 또 하나 깨달은 게 있다. 결국 힘든 일이 있을 때 그다음에 좋은 일이 있더라. 지금은 힘든 일이 있으면 좋은 일이 크게 오려나보다 생각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몸으로 부딪혀가면서 익힌 사업 감각인 탓에 최 대표는 어느 덧 단단해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경험해 보지 못한 직원의 역할은 여전히 힘들고 예민하다.
“사실 직원들과의 관계를 잘 못 풀어 나갈 때가 많다. 나와 전혀 다른 생각을 직원들은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간극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최대한 친하게 다가가려고 많이 하는 편이다. 직원들과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잡담 많이 하는 문화를 만든다. 모든 직원들이 거기에 익숙해질 수 있어야 직원들이 회사를 편하게 느낄 수 있다. 같이 만화방에 가거나 문화생활을 하는 등의 노력을 한다. 다만 단순히 친해지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체계를 갖고 있되 거부감을 느끼지는 않아야 한다. 거부감을 느끼는 순간 직원들이 수동적으로 된다”
최 대표는 내년 중으로 회사를 안정적인 보상체계를 가져가는 조직으로 만들어 가는 게 목표다.
“사업 초반에는 내가 스타트업에 대한 환상에 젖어 있었다. 매출이 마치 수익인 줄 착각한 것이다. 결국 매출이 높아도 적자가 나면 조직 문화는 안 좋아진다.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서 올해 많은 노력을 했고, 안정화 시켰다. 내년에는 영업이익을 중심으로 조식문화를 다질 생각이다. 안정적인 보상체계를 마련해 직원들 스스로 영업이익에 목표를 둘 수 있게 하고 싶다”
이를 위해서 더블유아일랜드는 목표점이 브랜드 에그리게이터를 향해 끊임없이 달리다. 브랜드를 직접 만들기도 하지만 투자나 인수도 할 계획이다. 다양한 카테고리의 브랜드 연합체가 되는 게 더블유아일랜드의 궁극적인 도달점인 만큼 구성원들 모두 해적처럼 일하기로 다짐했다. 모두가 각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어 여러 브랜드를 연합하겠다는 의지다.
이처럼 제품 판매부터 브랜드 기획 및 개발까지 여전히 다양한 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는 최 대표는 젊은 친구들의 더 많은 도전을 권한다. 본인이 어릴 때부터 여러 경험을 통해 사업을 키워온만큼 젊은 친구들의 도전은 바람직하다. 지금도 주위 친구들에게도 사업을 많이 권한다는 그는 “너무 똑똑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대부분 처음에 사업 어떻게 시작했는지 궁금해 해요. 제가 보니까 너무 똑똑한 사람들은 시작을 못하는 것 같아요. 두려워서 못하는 거죠. 결국에는 두려워하지 말아야 해요. 실패를 해도 젊을 때는 버틸 수 있다. 고민할 때 시작하는 게 가장 좋은 시점이지 않을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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