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책] 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

신리비 기자 승인 2020.11.03 09:50 의견 0

2008년 8월, 미국 워싱턴주 시애들의 한 임대 아파트에서 홀로 사는 18세 여성 마리는 침입자에게 강간을 당하고 경찰에 신고한다. 하지만 일주일 뒤 마리는 강간 신고가 허위였다며 진술을 철회한다. 협박에 가까운 경찰 심문에 겁이 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마리는 허위 신고죄로 기소돼 벌금형까지 선고받는다. 그로부터 3년 뒤 타 지역에서 진범이 잡히면서 마리의 강간 진술이 사실이었음이 밝혀진다.

‘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는 여성 혐오적 생각이 만연한 사회에서 수사재판기관이 성폭력 피해자에게 얼마나 회의적이고 적대적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에게 강요되는 반복 진술, 취조하듯 하는 신문 등 성폭력 범죄의 특수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경찰의 태도와 ‘성폭력을 당했다고 거짓말했다’는 의심을 받는 여성들의 사례를 전한다.

미국 ‘프로퍼블리카’의 두 저널리스트가 성폭행 사건을 바탕으로 방대한 서면자료,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르포르타주로 2015년 게재된 글을 퓰리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

크리스천 밀러·켄 암스트롱 지음 | 노지양 옮김 | 반비 펴냄│392쪽│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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