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 다시 닿았으면"…허수경 시인, 생전 마지막 바람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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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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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경 시인이 지난 3일 별세했다. 독일에서 암투병 중이었다. 향년 54세.
경남 진주에서 출생한 허수경 시인은 1992년 독일 유학길에 올라, 뮌스터대에서 고대근동고고학 박사를 취득했다. 박사 취득 과정에서도 글쓰기에 애정을 쏟으며 2987년 실천문학을 통해 데뷔했다. 이후 남다른 사유와 감수성을 작품에 쏟아 부어왔다. 25년, 타국 생활 중에도 시집과 소설, 산문집을 꾸준히 펴내오던 그는 모국어로 글을 쓰는 행위를 "언어공동체의 말의 감각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한 과정"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특히 "언어감각을 잃어버리지 않는 일은 목숨과도 같이 중요한 일"이라 말하기도 했다.
허수경 시인은 암투병 중에도 2003년 나온 산문집 '길모퉁이의 중국식당'을 15년 만에 새롭게 편집해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출판사 난다)라는 제목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당시 출판사 대표는 "시인이 말기 암을 앓고 있다고 알려오면서 단단한 당부가 있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세상에 뿌려놓은 글 가운데 손길이 다시 닿았으면 하는 책들을 다시 그러모아 빛을 쏘여달라는 것이었다"고 개정판을 낸 이유를 밝힌 바 있다.
허수경 시인이 세상에 남긴 시집으로는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혼자 가는 먼 집'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이 있으며, 장편소설 '박사' '아틀란티스야 잘 가' 등이 있다.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로는 제15회 이육사 시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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