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영혼을 뒤흔든 무언가가 있습니까?"
한동일 ‘라틴어수업’
신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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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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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거울같은 책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독서광이라고 칭할 만큼 다독하는 이들이 한 목소리로 하는 말이 있다. 책을 볼 때 우리 자신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남에게 충고, 비판, 조언, 평가를 듣기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네 가지 종류의 말들이 누군가의 입에서 나올 때 우리는 고개를 돌리거나 얼굴을 찌푸리게 된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자존심 탓이리라.
그러나 책은 다르다. 우리는 책 앞에 자존심을 세울 필요도 없고 인정하지 않으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때문에 책을 두고 스스로를 볼 수 있는 거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한동일 교수의 ‘라틴어수업’이 딱 그렇다. 이 책은 스스로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거짓과 가식 없이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를 선사한다는 점에서 거울같은 책이라 말하고 싶다.
한동일 교수는 한국인 최초, 동아시아 최초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Rota Romana) 변호사이자 가톨릭 사제다. 이 책은 서강대에서 진행했던 수업 내용을 정리해 엮은 것인데 지루한 교수님의 딱딱한 이론 수업이 아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며 통감하는 문제들을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 그런 점에서 종교를 떠나 한동일 교수를 인생 멘토로 삼은 이들이 적지 않다. 부드러운 화법으로 독자들에게 자기 자신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한동일 교수의 가르침이 우리의 마음을 충만하게 한다.
“강을 건너고 나면 배는 강에 두고 가야 한다” 이미 강을 건너 쓸모없어진 배를 아깝다고 지고 간다면 얼마나 거추장스럽겠습니까? 본래 장점이었던 것도 단점이 되어 짐이 되었다면 과감이 버려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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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희망은 삶이 죽음이라는 선택을 강요할 때 죽지 않고 사는 것입니다. 그게 저의 최고의 희망입니다. 저에게 희망이란 이루고 싶은 무언가, 어떤 것에 대한 기대와 그것이 충족되기를 바라는 마음, 그런 것들이 아닙니다. 그저 ‘희망’ 그 자체로 저를 살게 하는 것이고 살아 있게 하는 겁니다. 그것이 제가 죽음을 마주했을 때 얻은 깨달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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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 가운데는 외적인 요인도 많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우리 자신이 뿌려놓은 태도의 씨앗들 때문인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때 우리는 누구도 원망할 수 없습니다. 그저 이제 다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내가 뿌린 씨앗을 생각해보게 되겠지요. 그때 시간은 진정 모든 일의 가장 훌륭한 재판관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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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쁘고 행복한 그 순간에는 최대한 기뻐하고 행복을 누리되, 그것이 지나갈 때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겁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돌아와 웃을 수 있는 순간을 위해 지금을 살면 됩니다. 힘든 순간에는 절망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분노를 잠시 내일로 미뤄두는 겁니다. 그 순간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려보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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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에게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영혼을 뒤흔든 무언가가 있습니까? 그렇다면 그것은 무엇인가요? 그처럼 흔들리고 나아가 무엇을 깨달았습니까? 혹 그와 같은 뭔가를 아직 만나지 못했다면 천천히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내가 알고자 하는 마음조차 없었던 것은 아닌지, 깨어 있으려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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