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발견] “나는 어쩌면 울었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에쿠니가오리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신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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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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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운, 아직 다 피지 못해 너무도 아까운 생을 마감한 설리와 구하라…그 아름다운 청춘들은 기꺼이 울었어야 했다. 최근 일련의 사태는 우리가 미디어에 노출되고 있는 소년, 소녀들에게 밝고 화사함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반성을 하게한다.
대중들은 웃고 있는 그들을 사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는 것조차 용기를 냈어야 했는지 모를 그 꽃송이들이 끝내 떨어지고 말았다는 사실은 가슴 깊은 슬픔을 남긴다. 그리고 어느새 조용히 잊혀져갈 소녀들에게 “그곳에서라도 마음 놓고 울어보렴”이라고 말해줘야 할 것만 같다.
이른바 ‘여자 하루키’라는 별명이 붙여진 일본의 여성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2004년 작 ‘울 준비는 되어 있다’는 울어야 할 때 울지 못하고 후회하는 주인공을 통해 우리에게 울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 준다.
슬픔을 통과할 때, 그 슬픔이 아무리 갑작스러운 것이라도 그 사람은 이미 울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하는 에쿠니 가오리는 소통과 커뮤니케이션의 노력 과정을 이미 지나쳐 버리고 관계의 끝이라는 부분에 위태롭게 서 있는 사람들을 이 단편집 곳곳에 그려놓았다. 현실의 본질적인 고독과 결핍,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갈구하는 사랑에 갇힌 사람들이 슬픔으로 젖어들게 한다.
우리는 행복했다. 우리는 그 누구도 상관하지 않았고, 겁나는 것도 없었다. 아니 무엇엔가 두려워하는 것만이 겁났다. 우리는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서로를 사랑하고 싶었다. 또 언젠가 어느 한쪽의 마음이 변하면 무조건 용서하고 떠날 수 있으리라 믿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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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빛나고 한없이 풍요로웠던 연애 감정이, 어느 날 갑자기 꼬리를 감추었다. 그 다음이 골치 아팠다. 몸도 마음도 여전히 여기에 있고, 다른 남자와 관계를 가져도 그것은 다른 무엇이지 다카시를 대신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여자와 잤다면 다카시가 내게 사과했을 때, 나는 어쩌면 울었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다카시가 나보다 솔직할 뿐, 우리는 같은 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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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내 심장의 일부는 이미 죽었다. 너무나도 외로워 말라비틀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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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카시의 친절함을 저주하고 성실함을 저주하고 아름다움을 저주하고 특별함을 저주하고 약함과 강함을 저주했다. 그리고 다카시를 정말 사랑하는 나 자신의 약함과 강함을 그 백 배는 저주했다. 저주하면서, 그러나 아직은 어린 나츠키가 언젠가 사랑을 하고 연애를 한다면, 더 강해 주기를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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