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길] 상처받은 사람을 구하는 한마디

이지영 기자 승인 2021.04.07 10:25 의견 0
사진제공=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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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들의 말에 신경쓰지 않아” “사람은 결국 혼자 사는 동물이야”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사람은 사람 없이는 살아가기 힘들다. 사회의 구성이 그렇고 삶의 진행방식이 그렇다. 나 혼자란 없다. 가족과 부대껴야 하고, 친구와 잘 지내야 학교 생활이 편하고, 상사에게 잘 보여야 직장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무엇보다 이 가운데 중요한 것은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다. 학교는 견디면 나아갈 수 있고 직장은 떠나면 그만이다. 가족 역시 언젠가는 독립된 생활로 선을 그을 수 있다. 그러나 가까운 사람이란, 그만큼 한 사람에게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존재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사람들 중 어렵사리 털어놓은 고민을 상대가 외면하거나 형식적 답변으로 응했을 때 가장 위험했다고 고백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어렵다. 하루하루 크고 작은 상처를 입으며 살아가는 게 사람이다. 반대로 자신이 상처를 준 줄 모르거나, 상대에게 듣고도 “대체 뭘 잘못했는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으며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을 잃고 괴로워하는 이들은 결코 줄지 않는다. 더욱이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어루만져야 할지 몰라 더 괴로워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든다. 수많은 심리치유 서적이 쏟아지는 가운데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이 내놓은 ‘당신이 옳다’는 난무하는 마음의 칼부림 속에 어떻게 스스로를 지켜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을 말하고 있다.

마음에도 CPR(심폐소생술)이 필요하며 그 비결은 온전히 사람에게 집중하는 데에 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정신과 전문의이기도 한 저자는 자기 고백으로, 의학적 치료보다 사람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감기에도 콧물감기, 기침감기, 열감기 등 수많은 종류와 처방이 존재하는 것처럼 정신의학에도 개개인의 사정에 따른 처방이 필요한데 사실상 정해진 기준에 따른 약을 처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스스로는 환자가 말하는 삶의 고통을 질병으로만 바라봤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진료실을 떠나 사사로운 자리, 재난 현장 등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들의 마음을 의사로서가 아닌 사람으로서 마주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기에 이른다.

이 책을 쓴 이유도 어떻게 보면 동종업계를 뒤흔드는 격이다. 집밥 같은 심리학이 필요해서란다. 물리적인 허기만큼 인간관계의 갈등이나 불편한 심경이 수시로 찾아오기 마련이라며 안정적인 삶을 위해선 전문가를 찾을 것이 아니라 집밥처럼 수시로 자신과 상대를 치유할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심리 CPR, 집밥 심리학…쉽게 와닿지는 않는 말이다. 그래서 저자는 일상, 우리가 익숙하다 싶은 일들과 연결 지으며 이해를 돕는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성적이 오른 자녀에게 “성적이 올랐네. 잘했다”고 칭찬했는데 아이가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노력을 많이 했구나” 식의 자녀라는 ‘사람’에 집중하지 않고 오로지 성적에 방점을 찍은 표현이 아이를 몰아붙였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좋은 말, 상대의 입장에서만 고른 말을 해서도 안된다. 주체성을 갖지 못하고 주변에 끌려다니며 사는 사람에게는 공감은 하되, 일침도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다만 공감이 선행되지 않은 충조평판(충고·조언·평가·판단)은 위험하다. 이는 상처 입은 사람을 더 움츠러들게 하는 꼴이라는 것이다.

뜬구름 잡는 심리학 서적이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가운데 ‘당신이 옳다’는 실용적 면에서 매우 쓸 만한 책이다. 원론적 이야기만 늘어놓거나 “그래서 대체 어쩌라는 거냐”는 물음표만 남기는 문장 대신 실생활에 접목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담았다. 다양한 상황에서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다가서야 할지를 알려주는 것은 물론 상대를 위한 공감이 어디까지여야 하는지, 반대로 나를 지키는 한계선은 어디인지 등을 상세히 알려준다. 이 책을 읽은 수많은 독자들이 “자신을 찾으면서 위로도 받을 수 있는 책”이라 호평한 이유이기도 하다.

타인의 시선과 기대에 부응하려 발버둥치고, 갑질하는 조직에서 억지 미소로 참아내야 하고, 성공과 효율을 좇는 사회의 기준에 허덕이고, 관계의 고단함 속에 내 마음이 자꾸만 허물어지는 상황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내 고통에 진심으로 눈을 포개고 듣고 또 듣는 사람, 내 존재에 집중해서 묻고 또 물어주는 사람, 대답을 채근하지 않고 먹먹하게 기다려주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상관없다. 그 사람이 누구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렇게 해주는 사람이 중요한 사람이다. 그 ‘한 사람’이 있으면 사람은 산다(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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