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길] 따뜻한 말이 바꾸는, 그 무언가

권유리 기자 승인 2020.12.30 09:50 의견 0
사진제공=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살다보면 말이 생각처럼 나오지 않을 때가 많다. 생각은 그게 아닌데 말이 날카롭게 나갈 때면 그 상처는 고스란히 화자에게도 돌아온다. 따뜻한 말을 건네주고 싶을 때에도 뭔가 오글거리는 느낌에 입이 떨어지지 않는 경험을 해본 적도 있을 것이다. 따뜻한 말 한마디는 쓰기는 쉽지만 입 밖으로 꺼내기는 결코 쉽지 않다.

이 가운데 ‘말을 참 예쁘게 한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이들을 보면 자신의 감정을 조리 있게 말하는 것뿐만 아니라 상대에 대한 배려도 묻어난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부드러운 말투와 어조는 듣는 이의 기분을 끌어올리기까지 한다. 그런 이를 만나기 전까지는 기술적으로 논리 있게 표현하는 게 말을 잘하는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 수없이 오가는 말속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배려와 온도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를 잘 알려주는 책이 정유희의 ‘듣고 싶은 한마디, 따뜻한 말’이다.

이 책에는 상대의 마음을 녹이는 대화법을 주제로 ‘따뜻한 말’을 전달하는 비법이 담겼다. 그 비결은 거창한 게 아니었다. ‘나’가 중심이 아닌 오로지 듣는 ‘상대방’이 중심이라는 것을 인식하면 어렵지 않게 온기가 담긴 대화를 잘 이끌어 갈 수 있다. ‘따뜻함’을 계속 강조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언젠가부터 경쟁하듯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대화에는 날이 서 있거나 차가운 기운이 감돈다. 또 스토리가 짜인 듯한 형식적인 대화가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사람들의 감정이 점점 메말라가고 척박해지기까지 하는 이유다.

어쩌면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따뜻한 온기’를 나누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또 누군가의 ‘위로’일 수도 있다. 그것도 따뜻함과 진심이 담긴 위로다.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기도 하고 자신의 삶이 달라지기도 하는 만큼 ‘듣고 싶은 한마디, 따뜻한 말’은 모든 말을 이길 수 있는 강력한 힘이 담겨 있다는 것을 일깨운다.

앞서 말한 그도 나에게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었다. 그 덕에 난 말이 주는 힘을 믿게 됐고, 말의 중요성도 깨닫게 됐다. 하지만 난 되돌려주지 못했다. 오히려 무심코 던진 말이 상처가 되지는 않았을지 걱정이 앞선다. 나는 과연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로 힘이 된 적이 있었을까를 되돌아보며 앞으로의 대화 방식을 바꿔야겠다는 반성을 꾸준히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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