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피츠제럴드가 추구한 문학세계, 77년만에 빛보다
이지영 기자
승인
2020.11.03 10:35
의견
0
'위대한 개츠비'로 유명한 작가 F.스콧 피츠제럴드(1896~1940)가 사망 10년 전부터 썼던 미발표 단편 18편이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된다.
출판사 현대문학은 최근 피츠제럴드의 유고를 묶은 단편집 '당신을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아요'를 출간했다. 이는 피츠제럴드 전문가인 편저자 앤 마거릿 대니얼이 피츠제럴드 유품 자료에서 찾아내 검증을 거쳐 2017년 출판한 책이다. 사망후 77년만이다. 국내 독자들에게도 피츠제럴드의 새로운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특히 피츠제럴드는 1925년 '위대한 개츠비'로 큰 성공을 거둔 후 미국 대공황과 함께 내리막길을 걸으며 이 작품들을 써내려갔다. 알코올 중독과 잦은 부부싸움, 아내 젤다의 신경쇠약과 입원 등으로 신산한 삶을 살게 된 그는 고통 속에서 작품 집필에 몰두, 세상과 타협보다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글을 쓰려 애썼다.
이 책에 담긴 단편들은 그 시기에 쓴 작품들이다. 출판사 측은 "피츠제럴드 생애 마지막 10년의 이야기들이 집약된 책"이라며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피츠제럴드가 경제적으로 힘들어 하면서도 자신의 글이 제대로 평가받기를 바라며 출판사들에 넘겨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단편선이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될 당시 미 언론들은 "이 단편선의 매력은 잡지사들의 참견이나 검열 없이 피츠제럴드가 쓴 그대로를 보여준다는 것"(댈러스 모닝 뉴스), "피츠제럴드의 열성 팬, 연구자, 작가 지망생들을 위한 보물처럼 소중한 작품들"(내셔널 퍼블릭 라디어) 등의 호평을 내놨다.
피츠제럴드는 20대 청춘시절을 담아낸 '위대한 개츠비'를 펴내면서 1920년대 전성기를 맞았다. '재즈 시대의 기수'로 불렸다. 그러나 아내 병원비와 딸 학비를 대기 위해 할리우드 시나리오를 써야 했고, 급기야 44세의 이른 나이에 심장마비로 숨진다.
수록작 중 '악몽' '어떻게 해야 하나요' '침묵의 당에 몰아친 폭풍' 등은 아내가 입원한 병원을 자주 오갔던 당시 피츠제럴드의 처지를 담은 의학단편이다.
단편소설 형식의 시나리오 '사랑은 아프다'는 할리우드에서 다른 작가의 작품을 시나리오로 각색하던 시절 쓴 것이며 표제작인 '당신을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아요'는 노스캐롤라이나 산지에서 보낸 그의 슬픈 30대 나날들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이 책에는 각 단편의 초기 육필 원고와 타이핑 원고의 이미지, 피츠제럴드의 생전 모습을 담은 귀중한 사진 40점, 피츠제럴드와 아내 젤다 에이전트 헤럴드 오버 등이 주고받은 편지 등도 수록되어 있다. 각 단편 앞에는 편저자가 해당 단편에 얽힌 사연들을 간단히 소개하고 있다.
피츠제럴드 지음 | 앤 마거릿 대니얼 편저 | 현대문학 | 728쪽 | 1만 9800원
저작권자 ⓒ 리드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